'여자배구판의 박주영' 18세 김연경

2006. 3. 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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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신화섭] 여자 배구계가 18세 소녀 한 명 때문에 떠들썩하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거물`이 탄생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팬들 역시 `여자 배구의 박주영(프로축구 FC 서울)`이라고 극찬하며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

주인공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레프트 공격수 김연경.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지 고작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지만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코트의 지존`으로 우뚝 올라섰다. 3일 현재 득점.공격.오픈 공격.시간차 공격.이동 공격.C속공.서브 등 무려 7개 부문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팀도 덩달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무서운 새내기` 김연경의 강점과 매력은 무엇일까.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는 김연경을 지난달 27일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감동이 살아 숨쉬는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여성 팬이 더 많은 여자 선수 보셨나요"

인터뷰 전날인 2월 26일은 마침 김연경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하지만 하필 선두 경쟁을 벌이는 KT&G와 경기를 치른 데다 2-3으로 역전패하는 바람에 선수단과 함께 고깃집에서 조촐하게 생일 파티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연경의 싸이월드 홈피(http://www.cyworld.com/k4017229)에는 이미 1주일 전부터 300여 개에 달하는 팬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그의 홈피에는 하루 500명 정도의 팬들이 방문해 여느 프로 스타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프로에 들어온 뒤 팬들이 많이 늘었어요. 경기장으로 찾아와 선물도 많이 주시고 …. 주로 티셔츠나 인형을 선물로 받아요. 그런데 저한테는 남성보다 여성 팬들이 더 많아서 (팀내) 언니들도 특이하다고 얘기해요. 주로 여고생이나 20대 여성 분들이 좋아해 주고 있어요."

김연경에게 여성 팬이 더 많은 이유로는 그가 미소년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한몫을 하고 있다. 고운 피부, 날씬한 몸매, 그리고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그는 여자 프로배구의 `미녀 군단`이라 불리는 흥국생명의 `얼짱`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얼짱`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은 좋지만 `예쁘다`는 소리는 프로에 와서 처음 들었어요. 주위에서는 제가 입단하는 바람에 `미녀 군단`에 흠이 생겼다고 하던데요. 솔직히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귀여워 보이지는 않나요?"(웃음)

큰 키(188cm)에 짧은 머리, 수수한 차림의 김연경은 얼핏 보면 `선머슴` 같은 느낌을 주었다. 성격도 털털한 편이어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남자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운동을 하다 보니 성격도 남자처럼 변한 것 같아요. 스타일을 좀 바꾸려고 노력도 해 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키가 크다 보니 예쁜 옷은 거의 맞는 것이 없고, 머리도 기르면 잘 안 어울릴 것 같아요. 그냥 제 성격대로 살아야죠. 이런 모습까지 다 사랑해 줘야 진정한 팬 아닐까요?"

■"키가 작아서 고민이었어요"

현역 여자 프로배구 선수 중 KT&G의 김세영(190cm) 다음으로 키가 큰 김연경도 한때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배구를 그만둘 생각을 하기도 했다.

김연경이 배구에 발을 디딘 것은 안산 서초등학교 4학년 때. 당시 배구를 했던 큰 언니(중 3 때 그만둠)를 따라 백구와 인연을 맺었다. 4학년 시절만 해도 김연경의 키는 148cm로 또래들보다 큰 편이었다.

"그런데 1년 동안 단 1cm도 키가 크지 않는 거예요. 친구들은 쑥쑥 크는데 …. 결국 경기에도 제대로 나가지 못해 원곡중학교 2학년 때 배구를 포기할 생각을 했어요. 평소 좋아했던 축구를 해 보려고 여기저기 알아 보기도 했어요. 그러나 부모님이 `언젠가는 클 것이다`라고 만류해서 계속 배구를 하게 됐죠. 콩나물과 오징어를 많이 먹으니까 키가 크더라고요."

키가 큰 편인 아버지(174cm) 어머니(170cm)와 두 언니(180.176cm) 등 집안 내력 덕분인지 김연경은 한일전산여고 1학년 때 173cm, 2학년 때 180cm, 3학년 때 186cm로 키가 쑥쑥 자라나 최고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요즘도 키가 조금씩 자란다는 김연경은 "이제 그만 크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그는 "키가 크니까 자꾸 머리를 부딪혀서 혹이 자주 생겨요. 그리고 예쁜 옷을 사고 싶어도 팔이 짧아서 입을 수가 없고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세계 최고가 될래요"

무엇보다 팬들이 김연경에게 푹 빠진 이유는 빼어난 실력 덕분이다. 여자 선수로서는 큰 키에 파워.민첩성.순발력을 겸비했고 수비까지 갖춘 `만능 플레이어`로 데뷔 첫해에 신인왕은 물론 MVP에도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김연경은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선배 언니들이 많이 도와 주는 덕분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죠. 아직 수비 능력이 부족하고 체력도 많이 보완해야 돼요. 올해는 MVP까지는 바라지 않고 팀 우승과 신인왕은 꼭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내기를 해도 지는 것은 못 참아요"라고 강한 승부 근성을 드러낸 김연경은 해외 진출과 세계 제패라는 원대한 포부도 밝혔다. "청소년 대표 때부터 일본한테는 한 번도 못 이기고 네 번을 졌어요. 이제 한국 여자 배구도 신장과 파워가 많이 좋아졌으니까 어느 나라와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당장 올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을 비롯해서 각종 국제 대회에서 꼭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쉽지는 않겠지만 나중에 이탈이아 같은 선진 해외 리그에도 진출해 보고 싶고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국제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국내에서도 인기가 시들해진 한국 여자 배구. 이제 화려한 중흥의 날갯짓을 준비하는 중심에는 `당돌한 새내기` 김연경이 우뚝 버티고 서 있다.

"이상형은 조인성…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한 시간 반 동안 통화하기도 해요."

선머슴 같은 외모에 경기장에서는 남자 선수 못지않은 파워를 과시하는 김연경이지만 코트 밖에서는 어쩔 수 없는 `18세 소녀`였다. 친구들과 만나면 수다 떨기에 바쁘고 깔끔하게 생긴 남자 연예인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 졸업생과 다를 것이 없었다.

"프로에 들어온 뒤 외모에 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로숀도 좋은 것을 바르려고 하고, 용돈의 대부분을 옷과 화장품을 사거나 머리 염색하는 데 쓰죠. 아기자기한 캐릭터 인형이나 액세사리를 모으는 것도 취미예요." 프로 입단 뒤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없지만 비시즌이 되면 친구들과 실컷 수다도 떨고 여행도 가고 싶다고 한다.

남자 친구와 결혼 이야기를 꺼내자 수줍은 미소부터 짓는다. "학창 시절 운동을 하느라 남자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어요. 이상형은 탤런트 조인성이에요. 키도 크고(186cm)김연경보다는 2cm 작다), 잘생기고, 몸매 좋고, 옷 잘 입고 …. 꼭 한 번 만나고 싶은데 기회가 없을까요?"

그러나 결혼에 대해서는 "아직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한다. "우선 운동에만 전념해야죠. 선수 생활을 마치고 여자답게 꾸밀 여유가 생겼을 때 연애를 하고 싶어요." 여자배구의 최고 스타로 맹활약한 뒤 아름다운 여성으로 돌아와 멋진 남성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김연경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배구 전문가들 평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역대 최고의 선수"

"10년, 아니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한국 배구의 희망을 보는 것 같다."

김연경을 바라보는 배구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왕년의 스타와 현장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김연경을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김연경이 신장.유연성.순발력.수비 능력에 활달한 성격까지 갖춰 한국 여자 배구 사상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김철용 흥국생명 감독=통상 키가 큰 선수는 수비가 약하게 마련인데 김연경은 신장과 수비력을 겸비해 공수 양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기량을 지녔다. 앞으로 체력을 좀더 키우고 관리를 잘 한다면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다. 그동안 최고 공격수로 꼽혔던 조혜정(53.164cm).장윤희(36.170cm)보다 키가 훨씬 크다는 점이 장점이다.

▲김형실 KT&G 감독(여자 국가대표 감독)=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 그랜드 챔피언스컵대회에서 일본 언론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김연경에게 명함을 건네준 에이전트도 10명이 넘는다. 우선 활달하고 긍정적이며 구김살 없는 성격이 장점이다. 또 키가 크면서도 유연성과 순발력이 좋아 공격뿐 아니라 수비.블로킹.토스.서브 리시브 등이 완벽하다. 파워만 보강하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역대 최고 공격수 계보를 이은 조혜정.박인실(54.170cm).지경희(39.177cm) 등은 체력과 파워가 좋았으나 김연경처럼 신장과 유연성을 겸비하지는 못했다.

▲김화복 대한배구협회 사무국장(전 여자국가대표)=대담하고 밝은 성격이 좋다. 공격의 폭이 단조롭지 않고 넓으며 두둑한 배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세기 면에서는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나(49.174cm)와 조혜정.박인실 선배 등에 비해 키가 월등히 크지만 세기와 파워 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어린 나이임을 감안하면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여자 배구의 희망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서전트 점프 70cm, 스카이 서브 78Km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김연경의 '괴력'에는 뛰어난 신체 조건도 한몫을 해내고 있다. 우선 키와 팔·다리 길이가 동료 여자 선수들보다 월등하게 좋고. 서전트 점프(제자리 뛰기)도 남자 배구의 최고 공격수 이경수(LIG·60㎝)보다 10㎝나 높을 정도로 탄력이 뛰어나다.

지난달 올스타전의 '스카이 서브 콘테스트'에서는 시속 78㎞의 강타로 임유진(도로공사·71㎞)을 누르고 1위에 오르는 파워를 과시했다(남자 기록은 2004년 이경수의 114㎞).

IQ와 시력도 나무랄 데 없이 좋아 운동 선수로서 최고의 자질을 갖추었다.

▲생년월일/출생=1988년 2월 26일/경기도 안산

▲가족=김동길(50) 이금옥 씨(46)의 3녀 중 막내

▲출신교=안산 서초등학교-안산 원곡중-수원 한일전산여고

▲체격=188㎝/68㎏

▲혈액형=AB형

▲취미=음악감상(록 음악)·수다떨기·잠자기

▲별명=연남이·연팔이(성격이 남자 같다는 이유로)·핑크 팬더(소속팀 이름이 핑크 스파이더스라서)

▲프로데뷔=2005년 12월 흥국생명(전체 1순위 지명)

▲연봉=5000만 원

▲대표 경력=2004년 제12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2005년 제9회 세계유스선수권대회(이상 청소년 대표)·2005년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대회(성인 대표)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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