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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역전'과 '기적'으로 일궈낸 亞 챔스리그 우승

입력 2006.11.09. 04:12 수정 2006.11.0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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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북 현대의 '아시아 정복사(史)'는 '역전'과 '기적'이라는 두 코드로 대변된다.

사실 올해 초 전북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행보는 불안했다.

전북은 에이스급 없이 신예들과 준척급만 영입하는 등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어 전문가들로부터 평가절하됐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J리그 우승팀 감바 오사카(일본)와 C리그 우승팀 다롄 스더(중국) 등, 동북아 강호들과 한 조에 속해 8강 진출이 불투명했다.

특히 토마코 모노폴리(태국)와 아레마 마랑(인도네시아) 두 팀이 출전을 포기해 J2리그 도쿄 베르디와 홈 & 어웨이, 2경기만 갖는 '형제가(家)' 울산과는 대조적이었다. 모두 전북을 가리켜 불운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전북은 감바 오사카와의 홈경기 1차전서 '역전의 왕자' 초본을 작성했다.

옛 동료 마그노 알베스에게 일격을 허용하면서 1-2로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교체 투입된 김형범이 후반 26분과 40분 잇따라 기적같은 연속골을 뽑아 승부를 뒤짚었다. AFC는 이 경기에 대해 "슈퍼 서브 김형범이 전북을 승리로 이끌었다(Superb-sub Kim drives Motors to victory)"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다롄과의 원정 2차전서 전반 41분 주지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잠시 주춤했던 전북은 '최약체' 다낭 시티(베트남)를 3-0으로 제압한데다 감바가 다롄에 3-0으로 대승, 8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모기업 회장인 현대·기아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된 것. 분위기가 여의치 않자 전북은 한때 AFC 챔피언스리그 포기 를 고려해야 될 상황까지 치달았다.

진통 끝에 결국 '없는 살림'을 쪼개 선수단을 대폭 축소하기로 한 것. 다낭과의 원정 4차전에서는 주전과 교체 멤버 등 소수 정예만이 참가했다.

자연스레 경기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버티기는 한계가 따랐다. 다낭전서 1골차로 신승한 전북은 감바와의 원정 5차전서도 후반 들어 홈팀의 파상공세에 크게 흔들린 가운데 간신히 1-1로 비겼다

다롄과의 홈 최종전이 남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했다. 8강행은 힘겨워 보였다.

예상(?)대로 전북은 후반 13분 주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경험이 부족한 전북의 전력상 8강 진출이 물 건너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전북을 버리지 않았다. 김형범의 골로 후반 22분 균형을 맞춘데 이어 공격수로 긴급 변신한 왕정현이 경기 종료 9분을 남기고 극적인 역전골을 뽑았고 김형범이 7분후 8강행을 확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힘겹게 8강에 오른 전북을 맞은 팀은 상하이 선화(중국).

빗속에서 치른 원정 1차전은 전북에게 최악의 시련을 안겨줬다. 전반 32분 가오린에게 어이없게 결승골을 내준데다 공격의 핵심 선수인 김형범과 보띠가 주심의 불공평한 판정으로 퇴장당해 패배의 아픔이 더욱 컸다.

전북은 2차전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한 염기훈이 돌아왔지만 후유증으로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전반 34분 가오린에게 또 다시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끌려 갔다.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려 '3골'이 필요했다. 무딘 창으로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전북은 포기할 줄 몰랐고, 실낱같이 찾아온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전반 37분 상대 수비수 리웨이펑이 퇴장당했고 전북은 제칼로의 믿지 못할 'A+'급 대활약으로 순식간에 2-1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 염기훈과 정종관이 잇따라 헤딩 슈팅으로 점수차를 벌이며 '기적의 4강 진출'을 이뤘다.

울산과의 4강 혈전은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명승부였다.

울산은 A3 챔피언스컵 우승을 시발점으로 최성국-이천수-레안드롱의 삼각편대가 살아났지만 불굴의 투지로 뭉친 전북이 넘지 못할 산은 아니었다.

전북은 홈 1차전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친 가운데 후반 36분 최성국에게 역전 결승골을 허용, 2-3으로 패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불패 신화가 깨졌다. 하지만 이는 '감동의 드라마'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작은 과정에 불과했다.

전북은 3주후 가진 리턴 매치에서 전반 9분 맏형 최진철의 선제 헤딩골을 신호탄으로 정종관과 임유환이 잇따라 3골을 몰아쳤다. 순식간에 승운이 전북 쪽으로 기울어졌다. 울산은 이천수가 곧바로 추격골을 넣었지만 11분후 이광현이 승리에 쐐기를 박는 네번째 골을 터뜨렸다.

아시아 정상 등극 도전을 앞두고 전북은 중대 결정은 내린다. K리그를 포기하고 AFC 챔피언스리그에 전념하겠다는 것. 열흘 전부터 주전급 선수들을 대부분 쉬게 한 최강희 감독의 계산은 적중했다.

알 카라마(시리아)를 홈으로 불러들여 치른 결승 1차전서 전북은 후반 15분 이후 체력적 우위를 선점해 상대를 몰아붙였고 염기훈과 보띠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겼다. 2골차 승리는 사실상 우승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최대 고비였던 결승 2차전에서도 1, 2진을 따로 나눠 중동 원정을 철저하게 대비했다. 본 경기서도 전북은 후반 들어 연속 2실점하며 불안했지만 종료 4분을 남기고 제칼로가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골득실차에 3-2로 앞서 기적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의 드라마와 영화가 따로 없는 '최고의 반전'이었다.

이상철 기자 rok195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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