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인터뷰]무지개는 다시 뜬다, '레인보우 토스' 김성제

Fomos 2008. 8.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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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스=심현 기자]게임 시작한지 3주 밖에 안된 신인이라는 마음가짐

지금으로부터 9개월여 전인 2007년 11월 15일, '레인보우 토스' 김성제(SK텔레콤)가 숙소 무단 외출로 팀에서 귀가 조치 당했다는 기사가 떴다. 내용인 즉 슨 팀이 프로리그 경기에서 패한 날 무단으로 숙소를 빠져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외국 가수의 내한공연을 관람한 것.이에 따라 SK텔레콤 코칭스태프는 김성제를 귀가 조치하고 집에서 연습할 것을 지시했고, 이후 김성제는 SK텔레콤 온라인 연습생 신분으로 집에서 생활하며 방송경기에서는 전혀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그런 그가 용산 e스포츠 보조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크루트 스타리그 2008 예선전과 15차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출전을 위해 올라온 것이다. 경기장 입장이 불가능해 경기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김성제는 스타리그 예선전에서 결승까지 진출했고, 아쉽게 1:2로 패하며 탈락했지만 그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아직 자신이 프로게이머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렸다.양대리그 예선전이 모두 끝난 2일 주말, 예선전을 모두 마치고 귀가를 준비하는 김성제를 강남으로 불러냈다. 양대리그 예선에서 모두 탈락한 상황이었고 비가 간간히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김성제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숙소를 떠나면서 너무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어요. 그래서인지 우울증도 있었고, 수면 무호흡증으로 잠도 못 잘 지경이었어요.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더욱 힘들었고 외로웠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동안 너무 바쁘게 생활했으니 잠시 쉬자고 마음먹었고, 고독함에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혼자서 외로움을 즐긴다는 기분으로 살았어요"지난 일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듯 김성제의 표정이 밝아서 그 동안의 힘든 과정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었다. 김성제는 숙소를 떠난 이후 게임을 한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임은 물론 리그에 관련된 소식을 접하게 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고."8개월 동안 게임을 전혀 하지 않다가 예선전 일정이 확정되고 3주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막상 게임을 시작하려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피지투어에 들어갔는데 10번하면 모두 지는 거예요. 그래서 방송 경기와 VOD를 집중적으로 보고 선수들의 최근 경향을 파악하면서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어요"8개월 만에 다시 시작한 게임이라 그런지 그만큼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모든 게임단이 팀원들끼리 게임하고 경기를 준비하기 때문에 더욱 연습 상대를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공군 성학승이 준프로 선수들이 많이 찾는 배틀넷 채널을 알려줬고, 예선전 경기 날이 거의 임박해서야 조금씩 승리가 쌓이기 시작했다며 조금 더 일찍 준비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아쉬워했다. 예선전 이야기와 근황을 듣고 나니 김성제가 지금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날의 이야기가 궁금했다."비욘세는 제가 평소에도 굉장히 좋아하는 가수에요. 연습하다 쉬는 시간이면 공연 영상도 자주 봤었고, 제가 비욘세를 좋아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마침 한국에서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반가웠고 KTF와 경기가 있기 전에 서형석 코치(당시 SK텔레콤 코치)님께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죠"당시 팀이 연패로 인해 분위기가 좋지 않긴 했지만 김성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공연을 꼭 보고 싶었고, 그 외에 다른 내용이라도 특별한 제재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고 한다."경기전이라 확답을 하진 않으셨고 '경기에 이기면 가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날 우리 팀이 경기에서 졌어요. 그래도 보고 싶었던 공연이라 갖다 오고 싶다고 말을 했고 '감독님과 상의해서 알려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공연 시간은 다가오는데 답을 안 해주셔서 일단 공연장으로 출발했죠"김성제는 이후 공연 관람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지만 이미 공연장에 도착한 이후였고, 당시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은 분명하고 향후 취해진 귀가 조치에 대해서도 수긍하며 불만이 없었다고 인정했다."생각보다 일이 커진 건 그 다음이었어요. 평소 같으면 기사화되면서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비슷한 일이 한번도 없었던 것도 아니고 예전 같으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임에도 내가 마치 본보기가 돼서 과한 조치를 받은 것 같아서 서운했어요"공교롭게도 같은 날 팀 동료 전상욱이 부친상을 당했고, 그 기사로 인해 김성제는 팀이 패하고 팀 동료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도 자신이 좋아하는 공연을 보러 간 생각 없는 프로게이머로 낙인 찍히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전)상욱이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전혀 몰랐어요. 공연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서야 소식을 들었고 곧바로 병원으로 찾아갔죠. 상욱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침착한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고, 밤새 병원에 함께 있다가 다음날 짐을 싸서 광주로 내려갔어요"당시 김성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매체와 팬들은 정확한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치 마녀 사냥하듯이 자신을 몰아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단다. 이후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굉장히 두려웠고 다시 돌아올 용기도,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극단적으로 다른 일을 알아볼까도 생각했었다고 한다."지금은 경질됐지만 예전 코칭스태프와 문제가 많았던 것 같아요. 팀이 4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 바로 다음 시즌에 성적이 좋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 앉았죠. 거기에 (임)요환이 형이 군대에 가면서 팀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어요"김성제가 전하는 SK텔레콤의 분위기와 임요환의 공백은 생각 이상이었다. "팀 분위기는 물론이고 감독님과 코치님의 경우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한가지 예를 들면 원래 프로리그 출전은 팀 내 자체 평가전 성적을 위주로 편성하기로 했고 그 원칙은 절대 변함이 없을 거라고 했었는데, 제가 평가전 1위를 했는데도 이전 경기에서 팀이 졌기 때문에 원칙을 바꾸겠다고 해서 출전을 못하는 일도 있었죠"이후 팀은 개인리그 출전 선수 위주로 엔트리를 구성하는가 하면 프로리그 출전을 위한 기준이 갑작스레 계속해서 바뀌면서 2006 시즌 팀 내 기여도 1위를 차지하는 등 프로리그에 올인하고 있었던 김성제의 출전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에 김성제는 코칭스태프에 갑작스런 방침 변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항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밉보이게 된 계기가 됐을 거라는 것이다."팀은 사실상 그냥 방치되어 있던 상황이었죠. 저 같은 경우는 연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켜보지 않았고, 특정 선수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저와 마찬가지였어요. 아무도 외부에 말을 하지 못했지만 감독님은 숙소에서 거의 볼 수가 없었고, 코치님은 소파에 누워서 자는 일이 태반이었으니까요"그렇다면 코칭스태프 경질 이후 숙소 복귀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김성제는 자신의 숙소 복귀를 건의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자신으로 인해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론 인터뷰는 물론 어떠한 방송 출연도 불가능했다."이번 예선전 현장에서 공군 입대를 위해서라도 숙소에 복귀해서 입대 준비를 하면 어떻겠나는 말을 들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환영이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숙소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공군 e스포츠병 모집에 꼭 선발되고 싶어요"자신이 가진 기회를 박탈당하고, 정신과 육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극단적으로 포기할 것까지 생각했던 게임을 공군에 가면서까지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김성제는 명예 회복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고 말했다."게임에 대한 열정은 항상 컸어요. 예전에 (최)연성이가 '불태우겠다'며 인터뷰를 하고 게임을 하던 시점에 저도 연성이와 함께 불태웠었어요. 일부러 계약기간도 회사에서 제시한 기간보다 짧게 제의하면서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준비했었죠. 이후에 숙소에서 쫓겨나면서 그냥 포기해버릴까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미련이 남은 상황에서 방법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해법으로 선택한 것이 공군행. 김성제는 자신이 공군에 입대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 동안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선수로서 활동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일부에서는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도피처로 공군을 지원한다고 말하시던데 저는 다른 생각이 있을 수가 없어요. 사람들에게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다른 게임단으로 이적한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마저도 힘든 상황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공군 입대라고 생각했어요. 공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그를 바탕으로 실추된 명예도 회복하고 이미지를 쇄신한 후에 당당하게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싶어요"이쯤 되면 SK텔레콤에 대한 소속감도 많이 줄어들고, 팀원들과의 사이도 멀어졌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제는 예전부터 함께 지내던 팀원들과는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고, 이후에 들어온 후배들 역시 올라올 때마다 잘 챙겨주고 따르고 있다고 했다."팀에서 고참급 프로게이머로서 소속감이나 자부심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저에 대한 관심도가 적은 것 같고, 저 역시 팀이 이번 시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지도 늦게 알았어요. 사실 회사와 제가 사이가 나쁘다기 보다 예전 코칭스태프와의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코칭스태프도 변경됐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죠"김성제는 현재 SK텔레콤을 이끌고 있는 박용운 감독대행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한다. 김성제가 아마추어 시절일 때 배틀넷에서 친하게 지내던 형이었고, 나중에 박용운 감독대행이 POS의 코치로 부임했을 때 굉장히 놀랐다고. 김성제에게 박 감독대행은 전략도 꼼꼼하게 잘 짜고 팀 운영 능력도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하며, 요즘은 숙소 생활을 못해 자주 보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잘 챙겨준다고 한다."만약 공군 e스포츠병 모집에 떨어진다면 프로리그에 출전하지 못하니까 개인리그 예선전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에요. 자신도 있지만 이번 예선전을 치르면서 제 자신의 가능성을 봤어요. 집에서 혼자 힘들게 연습한다고 해도 내가 열심히 준비한다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프로게임단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숙소에서 합숙하며 경기를 준비하는데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선수가 이겨낼 재간이 있을까? 김성제는 "분명히 불리하겠지만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간단한 말을 답변으로 제시했다."시간이 부족하면 잠도 줄이고, 쓸데없는 게임은 버리면서 내가 부족한 것은 노력으로 만회하면서 준비하면 돼요. 극단적인 경우로 설사 팀에서 쫓겨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커리지매치를 통과해서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따고 드래프트를 거쳐서 복귀할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어조로 자신감을 나타내는 김성제의 눈빛이 예전과는 분명히 달라 보였다. 철 없던 시절 그저 게임이 좋아서 활동하던 시절이 아니라 7년 프로게이머 경력에 사회 생활로 인한 경험과 아픈 기억과 상처를 극복하면서 생긴 듯한 힘이 묻어났다. 그럼 김성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당연히 부활할 자신 있어요. 그 동안 8개월을 쉬고 3주 동안 게임을 했는데도 예선 결승전까지는 올라갔어요. 집에서 혼자 준비한다고 해도 다음 시즌 개인리그 예선전은 무조건 통과할 자신이 있습니다. 예전의 김성제는 모두 버렸어요. 저는 이제 새롭게 다시 게임을 시작했고, 게임 시작한지 3주 밖에 안된 신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어요"현재 성적이 좋은 팀이나 선수들의 경우 연습 체계나 시스템, 환경이 좋아서 성적이 좋은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 김성제의 생각이다.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게임을 하느냐,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금 김성제는 돈이나 게임 환경에 대한 욕심보다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자신이 가진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게임을 다시 하고 싶다고 한다."제 경험으로는 프로게이머에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저도 어렸을 때는 선배 프로게이머들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되나'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요환이 형을 보세요. 현재 상황에서는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든다고 해도 신체적인 면에서는 어린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아요. 오히려 미래를 생각하고 주변의 다른 요소들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 많아져서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요즘 잘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 전략이나 운영을 보고 느끼는 것도 많고 '나도 어서 준비해서 그 선수들을 넘어서야지' 이런 생각뿐이에요"분명 예전의 김성제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성제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이나 프로게이머로 다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던 이유로 임요환을 꼽았다. "요환이 형은 정말 고마운 존재에요. 저 뿐 아니라 모든 프로게이머 후배들에게 목표를 제시해주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팀에서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어요"이 때문인지 김성제는 임요환이 은퇴한 시점보다 조금이라도 더 활동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임요환이 30대 프로게이머로 활동한다는 분명히 지킬 것이라고 믿고 있었고, 임요환보다 하루라도 더 많은 나이까지 활동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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