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기원 분쟁 속사정 알아보니..

2009. 5. 2. 15: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국기원 개혁'에 일부 인사들 반발"이사장으로 모시자" vs "정치인 말고 태권도인으로" 대립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 차기 원장을 둘러싼 엄운규(80) 원장과 이승완(69) 이사의 갈등이 정부와 대한태권도협회의 대리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부터 "전과자들이 국기원을 이끌도록 방치할 수 없다"며 국기원 개혁을 주장했다. '용팔이 사건'으로 알려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87년)을 주도한 이승완 이사를 겨냥했다. 이에 이승완 이사는 "국기원장은 태권도인이 맡아야 한다"던 태도를 바꿔 "대한태권도협회 홍준표 회장을 국기원 이사장으로 모시자"고 했다. 이승완 이사는 지난해 협회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홍 회장을 도왔기에 태권도계에는 "국기원 싸움이 정부와 한나라당 싸움으로 커졌다"는 말이 나돈다.

▲"국기원장이 되고 싶다"

이승완 이사는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지도관 총관장이다. 태권도 총본산인 중앙도장(국기원) 관장이 되고픈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호국청년연합회 총재였던 '과거'가 걸림돌이다.

이승완 이사는 2007년부터 엄운규 원장과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임윤택 서울태권도협회장과 힘을 합쳤다. 서울협회는 국기원 부지 사용을 놓고 국기원에 알력을 빚어왔다. 엄 원장은 서울협회 관계자들이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 이 통과된 지난해 6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울협회 관계자들은 김운용 전 원장을 이사장으로, 이승완 이사를 원장으로 내세우자고 주장했다. 태권도협회 홍준표 회장의 위세를 등에 업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태권도계에서 가장 존경을 받아야 할 국기원이 범법자의 소굴이 돼서야 되겠냐"며 국기원 개혁을 강조했다.

▲법정 법인 전환이 관건

국기원은 '태권도 진흥법'에 따라 법정 법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공무원 임용법에 따라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에게 국기원 주요 보직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폭력 전과가 있는 이승완 이사 등은 당황한 나머지 법정 법인 전환을 반대했다. 정해진 임기를 보장해달라는 이야기다.

이런 과정에서 국기원 임직원은 올해 1월19일 엄운규 원장 복귀를 촉구하는 < 국기원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 > 을 열었다. 서울협회 관계자들이 난입한 기자회견장은 욕설이 난무한 난장판이 됐다. 이승완 이사는 3월12일 자신을 추종하는 이사를 모아 이사회를 열어 < 업무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 를 만들었다.

이승완 이사는 "법정 법인 전환보다 국기원 정상화가 우선이다. 이른 시일 내에 국기원장과 이사장을 뽑고 나서 정관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기원 사무국 관계자는 "추진위 구성과 이승완 위원장 선임은 통과됐지만 권한에 대한 가결 선언이 없었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한나라당 갈등?

문체부 신재민 차관은 "추진위에 동의한 국기원 이사 가운데 9명이 폭력, 비리, 공금 횡령 등을 저지른 전과자다"면서 "그런 분들이 중심이 돼서 어떻게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기원 개혁'을 강조하자 이달 들어 국기원 이사 19명 가운데 13명이 사퇴했다. 이사회가 정족수를 채울 수 없어 이사회를 통해 국기원장이 되겠다는 이승완 이사의 뜻이 무산된 셈이다.

홍준표 태권도협회장은 7일 전주에서 "내가 국기원에 가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홍 회장 측근은 "국기원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종주국 위상이 실추되는 걸 안타까워 하신다"고 설명했다. 태권도계에서는 "깡패를 잡던 '모래시계' 검사가 정치폭력배의 힘으로 태권도협회를 장악한 데 이어 국기원까지 넘본다"는 비난과 "국기원이 스스로 개혁할 힘이 없으니 정치인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적인 자랑거리 태권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리전이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승완 이사 측은 "홍준표 회장을 통해 국기원을 정상화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존경받는 태권도인을 중심으로 국기원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기원(國技院)이란?

1972년 설립… 승단심사·지도자교육 맡아

국기원은 국기 태권도 총본관으로 1972년 11월30일 설립됐다. 세계태권도본부로 불리는 국기원은 전 세계 태권도인의 승단 심사와 지도자 교육을 맡는다. 태권도 기술과 정신을 발전시키고 태권도 교본을 만드는 일도 국기원의 중요한 업무. 해외 태권도인은 국기원을 태권도 성지(聖地)로 손꼽는다.

국기원장은 세계 태권도인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제1대 김운용 원장은 2004년 3월2일까지 무려 30년간 국기원 수장으로 일했다. 현 엄운규 원장은 2004년 3월 2일부터 국기원을 대표하고 있다. 국기원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연봉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태권도계 최고 어른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태풩돛括繭窄?누구나 탐내는 자리다.

이상준기자 jun@ 회춘하신 이사님~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