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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과 아버지, 그리고 야구

입력 2010. 04. 01. 07:29 수정 2010. 04. 0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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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강필주 기자]31일 잠실구장. 오전부터 흩뿌린 비 때문에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 경기가 취소됐다.

이에 박종훈(51) LG 감독은 감독실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담소를 나눴다. 잠시 후 박 감독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 아버지. 오늘 경기 취소됐어요".

박 감독의 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박 감독은 한참 통화 후 끊었고 이야기 화제는 자연스럽게 박 감독의 아버지로 옮겨졌다.

"나보다 더 걱정하신다. 편하게 보시라고 말씀드렸다"는 박 감독은 "아버지께서 올해 82세다. 평소 '노인 문제 때문에 더 살면 안된다'고 하시던 분이 내가 감독이 되고 나서는 '아들이 야구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한 5년은 더 살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항상 당신보다는 나를 더 챙기는 분이지만 이제는 나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도 있는 것 같다"고 잠시 미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사관 출신이었던 박 감독의 아버지는 여전히 박 감독에게 어려운 존재다. 이제는 많이 인정을 받고 아들을 먼저 챙기는 자상함이 더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어릴 적 아버지 때 죽고 못살던 야구와도 떨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군생활 때문에 박 감독은 전국 여러 곳을 다녔다. 태어난 곳은 제주도지만 학창시절은 강원도 홍천에서 보냈다. 거기서 (석화)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처음 접했다. 들어 본 적 없는 야구라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재미에 빠져들고 말았다.

엄한 아버지 때문에 야구를 한다고 밝히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잠자리에 들면 홀로 밖으로 나가 방망이를 돌렸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만큼 야구가 좋았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알게 되면서 잠시 야구를 접어야 했다. 당시 아버지는 박 감독에게 '야구가 비전이 없다'고 공부를 권유했고 박 감독도 이를 따랐다.

하지만 박 감독은 중학교 때 다시 야구를 접했다. "당시 감독님께서 '스윙이 이쁘고 좋은데 발이 너무 느리니 야구를 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 때 나는 전교에서도 가장 느린 편이었다"고 밝힌 박 감독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어떻게 해야 발이 빨라지는가'를 물었고 '내리막길을 달려보라'는 대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 때부터 박 감독은 6개월 동안 변함없이 새벽에 일어나 내리막을 달렸다. 그 결과 팀내 4번째로 빠른 선수로 거듭났다. 이런 모습에 박 감독의 아버지가 탄복했다. 글러브를 직접 사온 것이었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다.

박 감독은 "경기가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어머니와 함께 운동장에 와서 경기를 보고 가신다. 도봉동에 사시는 데 인천까지 오셔서 경기를 보고 지하철 시간에 맞춰 가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 자신이 야구선수 아들을 두고 있어 더 부모님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 SK 외야수 박윤(22)이 아들이다.

특히 박 감독은 '한국시리즈 7차전. 동점인 2사 만루에서 박윤이 타석에 들어서면 어쩌겠느냐'는 익살맞은 질문을 받자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작년 두산 2군 감독으로 있을 때 상무 소속이던 아들과 대결해봤는데 참 기분이 묘하더라"고 전제하면서 "윤이에게 '내가 잘돼야 니가 잘된다. 우리가 이기고 봐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 윤이는 "아빠팀이 이기고 나도 잘하면 되는거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나나 윤이나 부자(父子)라는 생각은 잊지 않겠느냐"고 당연한 승부욕을 비치기도 했다.

이런 박 감독의 가족과 야구에 대한 사랑이 LG 구단을 통해 잘 투영돼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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