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1 인터뷰] 배영수, "1회 WBC 때 이치로 일부러 맞혔다"

2010. 4. 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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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프로야구의 반가운 뉴스중 하나는 삼성 배영수의 건강한 컴백이다. 지난 2년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했던 배영수는 올시즌엔 2승2패, 방어율 2.48로 확연히 달라졌다. 삼성 선발투수중 방어율이 가장 좋다. 지난해 성적은 1승12패였다. '10대1 인터뷰'가 드디어 배영수를 만났다. 지난 25일 대구구장의 선수 휴게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영수가 말문이 막힐 때마다 곁에 있던 다른 선수들이 짓궂게 참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는 진행됐다. 옆에 있던 삼성 모 선수는 "왜 10대1 내 차례는 안 오는교?"라며 배영수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2006년 3월 5일 … WBC `그때 그 사건'구대성 선배와`공모' 작정하고 이치로 맞혔다

"일부러? 공이 빠진거냐?"(KIA 유동훈의 질문에)

◇삼성 배영수가 10대1 인터뷰를 통해 동료들의 질문에 재치있게 답하며 기념사인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구=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

 -선배님은 대구 출신이신데요. 대구 가면 야식이 마땅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SK 김광현)

 ▶막창 어때? 형한테 연락하면 언제든 막창 사줄게. 하긴 나도 원정 가면 야식 먹는 게 치킨밖에 없었어. (이)승엽이형이 삼성 있을 때에는 선배들 심부름으로 하루에 15마리도 왔다갔다 사온 적이 있어. 승엽이형은 통닭을 아주 죽여. 두 마리를 혼자 다 먹었다구.

 -배영수가 보는 롯데는 어떤 팀인가. 솔직히 얘기해 달라. 단점 있으면 고치게.(롯데 홍성흔)

 ▶장점도 많고 단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팀이 한번 뭉치면 연승 분위기를 타고, 또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분위기를 많이 타는 게 강점이자 단점 아닐까요.

 -강속구 투수였다가 제구력 위주 피칭을 하게 되면 마음이 어떤가. 또 올해말 FA가 되는데 외국 진출도 생각해봤나.(삼성 정현욱)

 ▶예전 속구를 던질 때는 캐처 마스크를 보고 뿌리면 파울이 많이 나서 볼카운트를 잡았습니다. 요즘은 정확한 코스를 보고 던지려 노력합니다. 외국 진출은, 지금은 저한테 내년이 중요한 게 아니고 당장이 급합니다.

 -한화전에 유독 강한데, 한화를 만나면 경기전에 취하는 의식 같은 거 있는지요.(한화 김태완)

 ▶징크스는 없고 이범호 김태균이 있을 때부터 한화전에서 잘 풀리는 게 있었어. 그나저나 작년에 태완이한테 홈런을 맞았는데, 올해는 연구를 많이 했으니 너한테는 홈런 죽어도 안 맞을란다.

 -1회 WBC때 이치로를 맞힌 사건으로 유명했다. 일부러 그랬냐, 공이 빠진거냐,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나.(KIA 유동훈)

 ▶(단호히) 일부러 그런 것 맞습니다. 실은 그때 덕아웃에서 구대성 선배님이 '이치로한테 한번 줘라. (봉)중근이가 때리면 별로 안 아프니까 (공 빠른) 영수 니가 넣어라'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배님 (승부도 박빙인데) 맞히면 어찌합니까'라고 하니까 구대성 선배님이 '뒷처리는 내가 한다'고 답하시더라구요. 제가 이치로 맞히고 내려오니까 그 다음에 구대성 선배님이 등판해서 다 틀어막으면서 싹 정리를 하셨습니다. 그거 보고 전 정말 존경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배님의 배짱은 대한민국 최고!

 -펠릭스 호세한테 경기 중 폭행을 당했을 때(2001년 9월18일 롯데전) 왜 피하지 않고 맞고 있었나.(삼성 강명구)

 ▶(근처 선수들 모두 웃음) 그때 김재걸 선배님이 호세 뒤에서 목까지 잡고 매달렸는데 호세가 휙 뿌리치더라구요. 김한수 선배님도 3루에서 달려와서 손으로 막으려 했는데, 호세가 달려드니까 김 선배님도 어쩌지 못하시더라구요.(웃음) 저도 피하려 했는데 안 됐어요. 제대로 맞았으면 턱(배영수는 '죽통'이라 표현)이 완전히 날아갔을텐데, 다행히 왼쪽 뺨을 스쳤습니다. 아무 생각 안 들었습니다. 다시 공을 들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화가 나고 창피하기도 해서 저도 공 집어던지려고 했는데 참았습니다. (곁에 있던 강명구가 또다른 사건을 증언. 이승엽이 LG 서승화와 빈볼시비로 싸울 때 배영수와 당시 삼성 소속이었던 강영식이 가장 먼저 달려나가 말렸다고 한다. 강명구는 "그때 영수가 점프까지 했다"고 언급한 뒤 "나랑 조동찬은 등록이 안된 상태여서 그라운드로 못 나갔다. 덕분에 나중에 둘이서 욕 엄청 먹었다"고 회상)

 -호세 사건이 기억난다. 당시 호세가 1루에 왔는데 굉장히 기분나쁜 표정이었다. 그런데 영수가 다음타자인 훌리안 얀에게도 위협구를 던져 몸에 맞혔다. 당시 빈볼 던질 상황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1루주자가 마운드로 달려들었겠나. 왜 두 타자 연속 몸에 맞혔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진짜 컨트롤이 안됐기 때문인가.(두산 한영준 2군 수비코치ㆍ2001년 경기 당시 롯데의 1루 코치였다)

 ▶얀에게 던진 건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졌습니다. 호세에겐 그 전부터 몸쪽을 많이 던졌습니다. 벤치에서 사인도 많이 났구요. 한번은 부산에서 호세한테 몸쪽을 던진다는 게 몸 뒤로 빠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번 마산경기때 호세가 저한테 달려들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호세한테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롯데팬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여자친구 있냐. 서울에 너를 좋아하는 여성팬들이 많다. 맞선 주선하고 싶다. 어떤 스타일 여성이 좋은가.(두산 임재철)

 ▶여자친구 있구요, 올겨울에 결혼할 계획입니다. 4년 만나다가 2년반을 헤어져 있었고 작년에 힘들때 다시 만나서 저에게 굉장한 용기를 줬습니다.

 -우리가 입단동기지만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 내가 2007년 1월 LA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았는데 3일후 너도 똑같은 수술을 받으러 왔더구나. 나는 아직도 스피드 욕심이 있는데, 너는 어떠냐.(SK 엄정욱)

 ▶정욱이도 고생 많이 했을거야. 그 고생 누구보다 내가 안다. 지금 씩씩하게 던지는 걸 보니 멋있다. 내가 지금 스피드를 급하게 올리려 하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어. 그래서 나름대로 단계를 밟고 있는거야.

 -2004년 한국시리즈 때 최고였다. 기억나는 경기와 잊고 싶은 경기를 하나씩 말해본다면.(히어로즈 송지만)

 ▶역시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의 10이닝 비공식 노히트노런이 기억납니다. 잊고 싶은 경기는, 직전에 못 던진 경기입니다. 지난번 SK전(4월18일 5이닝 4자책점)에선 제구력 위주로 던지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외모 수준을 다른 선수와 비교한다면.(히어로즈 강귀태)

 ▶푸하하, 제가 귀태형보단 훨씬 낫죠. 누구지, LG (박)명환이형 보단 낫고, (곁에 있던 장원삼이 웃자) 원삼이한테는 조금 안 됩니다. 원삼이가 삼성에서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원삼이가 매력 있죠. 입만 닫고 있으면.(장원삼이 창피하다면서 '비주얼' 얘기를 절대 기사화하면 안 된다고 '난동'을 피웠지만, 배영수는 꼭 반영해달라고 부탁했다)

 -야구 선수가 웬 피부가 그리 좋은가.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방법이 있는가.(LG 이진영)

 ▶저 피부 안 좋은데. 그보다는 제가 진영이형한테 궁금한 게 있어요. 제 모자 사이즈는 보통 크기인 57호인데 형은 얼마입니까. 형 머리 크기 갖고 놀리는 선수들이 많은데 꼭 알려주세요. 진영이형은 야구판에서 가장 성격 좋은 형이죠. 야구계에서 '말빨'도 가장 셀 겁니다. 결혼해서 조금 자제하시는 것도 같고.(장원삼이 곁에 있다가 "진영이형, 결혼하고 타율 내려가던데"라며 농담을 했다)

 -요즘 포수가 직구 사인을 낼 때 솔직히 어떤 마음인가.(LG 김태군)

 ▶부끄러움 느끼는 자체가 내가 죽는거다.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올해는 당당하게 던지고 있다.

 -마음 급하다고 서두르지 말고 여유있게 해라.(김상현은 이 말을 배영수에게 꼭 전해달라고 진지하게 당부함) 공백기에 TV로 경기 보며 어떤 생각이 들던가.(KIA 김상현ㆍ한살 많은 입단 동기)

 ▶(장원삼이 '솔직히 말하이소, 꾸미지 말고'라고 재촉하자) 짜증이 많이 났죠. 매일 경기 결과도 확인하게 되고. 어떨 땐 던지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150㎞ 투수가 130㎞대 투수가 됐다. 절망스러울 때 내 경우엔 산이 계기가 됐다. 영수가 올해 얼굴 표정이 밝아진 건 어떤 계기가 있었나.(KIA 최희섭ㆍ롯데 강영식)

 ▶신문에서 희섭이형이 산 탄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저도 해봤죠. 효과가 있었어요. 또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하면서 다른 종목 선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레슬링 선수들이 훈련하는 거 보면서, 야구는 워밍업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 있을 때 배드민턴 이용대 선수와도 친해졌습니다.

  <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

 제1회 WBC '입치로'와 '배열사'의 사건

 배영수의 '이치로 응징' 사건은 2006년 제1회 WBC에서 큰 화제였다. 2006년 3월5일 일본 도쿄돔. 한국대표팀은 일본과 아시아라운드 최종일 경기를 치렀다.

 이미 양국 모두 본선 자격을 얻은 후였지만 한-일전이라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한국은 김선우를 선발로 냈지만 초반에 2실점하며 끌려갔다. 이어 봉중근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배영수가 세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한국이 5회초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격한 상태. 6회에 등판한 배영수는 7회 첫타자 이치로를 상대하면서 엉덩이를 맞힌 뒤 강판했다. ⅔이닝 무실점.

 무사 1루에서 등판한 구대성은 일본 니시오카의 희생번트 시도를 좌절시키며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후 두 타자를 포수 파울플라이와 1루 땅볼로 잡으며 이치로를 1루에 묶어둔 채 이닝을 끝내버렸다. 구대성은 당시 2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으니 배영수의 표현대로 '싹 정리한' 셈이다.

 그후 경기는 8회에 이승엽의 우월 역전 2점홈런이 나오면서 한국의 3대2 승리로 끝났다. 4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나온 이진영의 '혼을 담은 다이빙캐치' 등 명장면이 많았다.

 대회에 앞서 이치로는 "(상대팀들이) 일본을 30년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한국 선수들을 자극했다.

 당시 한국 네티즌들은 이치로가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 '입치료'란 별명을 붙여줬고, 엉덩이를 맞힌 배영수에겐 '배열사'란 칭호가 주어졌다. 2009년 2회 WBC 일본전서 호투해 '봉열사'로 뜬 봉중근에 앞선 '원조 열사'였던 셈이다.

  <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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