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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 류중일 감독의 세가지 얼굴

김남형 입력 2011.06.17. 10:26 수정 2011.06.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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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에 류중일 감독 만큼 많이 웃는 사령탑도 없다. 류 감독은 솔직한 감정표현이 얼굴에 드러나는 감독이다. 스포츠조선 DB

공식적으론 초보운전, 실제로는 12년차 베스트 드라이버의 테크닉이다.

초보 사령탑인 삼성 류중일 감독이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경우엔 천상 초보의 모습. 때론 냉철한 베테랑의 단호함이 느껴진다. 삼성은 LG와의 주중 3연전을 쓸어담으며 6연승을 달리고 있다. 단독 1위 SK와의 거리를 0.5게임차로 좁혔다. 요즘의 삼성은 창과 방패를 갖추고 말에도 올라탄 것처럼 느껴진다.

▶유쾌한 초보

류중일 감독은 아직까지 표정 관리가 잘 안된다. 16일 LG전에선 6회에 김상수의 역전 2타점 적시타가 나왔다. 그 순간 류 감독은 기쁜 나머지 왼팔을 들어 검지로 김상수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일종의 '감독 세리머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날 7회에도 김상수가 또다시 6-4 리드를 잡는 2타점 좌월 3루타를 기록했다. 류 감독은 김상수의 타구를 바라보다가 좌익수 키를 넘기는 걸 확인하는 순간, "워우~" 하는 듯한 입모양을 보인 뒤 곧바로 박수를 쳤다. 솔직한 기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개막 첫날부터 채태인의 극적인 만루홈런이 나오자 류 감독은 '양용은 세리머니'를 했다. 그때 류 감독은 "여기저기서 감독이 그게 뭐냐고 전화가 왔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후에도 '양용은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모든 감독이 엄숙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야구팬들도 류 감독의 솔직한 표정 변화를 즐기는 것 같다.

과단성 있는 결정을 해야할 때는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류 감독은 최근 라이언 가코의 2군행 과정에서 결단력을 보여줬다. 스포츠조선 DB

▶단칼 류중일 선생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할 때는 가차 없다.

삼성은 일주일 전까지 외국인타자 라이언 가코 문제로 골치가 아팠다. 2군으로 보내려 하면 어쩌다 한방씩 쳐주는 득점타로 인해 망설여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가코는 13일 2군으로 내려갔다.

류 감독은 지난 12일 목동 넥센전에서 가코를 과감하게 교체해버렸다. 1-3으로 뒤진 5회 2사 1,3루 찬스였다. 가코 타석이 돌아왔다. 앞선 두 타석에선 모두 삼진이었다.

상식적으론 용병인 가코에게 맡기는 게 수순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류 감독은 곧바로 대타 이영욱을 냈다. 오른손투수에 맞서기 위한 왼손 대타 기용이었지만, 경기 중반에 용병을 빼는 건 분명 보기 드문 사례다.

삼성은 그날 5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영욱은 대타 타석에선 삼진에 그쳤지만, 9회 역전 상황에선 중요한 진루타를 쳤다.

가코를 뺀 이유가 중요하다. 대다수 삼성 관계자들은 "가코가 그 장면에서 적시타를 치면, 그게 더 곤란하기 때문에 아예 빼버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류중일 감독은 목동 원정을 시작할 때 이미 가코의 2군행을 마음속으로 결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정 마지막 날에 가코가 중요한 안타를 치면, 그 직후에 2군으로 내려보내는 게 정서상으로 쉽지 않게 된다.

결국 류 감독은 '가코가 적시타를 칠까봐, 치기 전에' 교체한 것이다. 일면 냉정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가코를 둘러싼 스트레스가 팀에 더 큰 영향을 주기 전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앞으로 류 감독은 "나는 믿었었어, 가코 믿었었어"라고 말할 것이다. 58게임 220타석이다. 류 감독은 가코에게 충분한 기회를 줬다.

심판들은 류중일 감독에게서 초보 사령탑의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포츠조선 DB

▶경험에서 나오는 차분함

KBO 소속 심판위원 몇명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류중일 감독은 도저히 초보 감독 같지 않다."

현장에서 일하는 야구인들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감독의 성향을 캐치한다. 그런 정보가 현실적이다. 심판들은 "류중일 감독은 경기 막판에 희한한 플레이가 나와서 팀이 역전당해도 침착해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수 교체때 감독 본인이 나와서 교체 사실을 통보하곤 한다. 물론 속으론 화가 나겠지만 그로 인해 행동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기가 쉽지가 않다"고 말한다.

투수교체와 관련해서도 류 감독은 은근히 타이밍을 잘 잡고 있다. 류 감독은 "전임 선동열 감독님이 하시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투수교체가 역시 가장 어렵다"고 말하지만, 실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은퇴후 곧바로 삼성에서 코치로만 11년의 세월을 보냈다. 차곡차곡 쌓인 경험이 지금의 류 감독에겐 지침서가 되고 있는 것도 같다. 감독은 결국 성적으로 말한다. 아직 시즌은 반도 안 지났으니 섣불리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도, 류 감독은 꽤 괜찮은 지도자로 연착륙하고 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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