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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으로 풀어본 박현준 미소의 의미

이종길 입력 2012. 03. 09. 07:30 수정 2012. 03. 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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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2월 29일 오후 3시 20분 인천국제공항. 일본 전지훈련지에서 돌아온 박현준은 의외로 밝았다. 쏟아지는 경기조작 질문 세례에 그는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저는 하지 않았고, (검찰 조사에서) 잘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박현준은 LG 구단 관계자와 함께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당시 얼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입국 게이트로 향하기 전까지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박현준은 이내 검정 양복 차림으로 50여 명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몇몇 야구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모델 같은 워킹'이라고 했다. 내딛는 발걸음은 그만큼 당당해 보였다. 게이트를 통과하고 2초 동안의 얼굴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마중을 나온 LG 구단 관계자를 발견한 뒤에야 표정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즉석에서 짧게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현준은 시종일관 웃었다. 하지만 시선은 카메라와 기자들을 애써 피했다. 구단 관계자를 몇 차례 바라볼 뿐 계속 다른 곳만 쳐다봤다. 구단 관계자가 취재진에 인터뷰 사절을 부탁하자 박현준은 그제야 취재진을 바라보고 짧게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얼굴은 공항을 빠져나간 이후다. 몇몇 기자들은 박현준이 준비된 차에 오르기 전까지 뒤를 쫓으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 박현준은 한 차례도 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그저 구단 관계자의 손에 이끌려 발 빠르게 이동했다. 고개는 계속 약간 수그리고 있었다.

당시 부인은 3일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2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에 소환돼 받은 8시간여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부터 줄곧 결백 주장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게 된 셈. 거듭된 부인으로 그의 말을 끝까지 믿으려 했던 야구팬들은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됐다. 가장 문제로 불거진 건 공항에서의 웃음. 야구 관련 게시판에는 현재까지도 '어떻게 저런 연기를', '뻔뻔함을 넘어섰다', '최고의 강심장' 등의 비난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박현준은 왜 소환을 앞둔 상황에서 미소를 지은 걸까. 스스로 입을 열지 않는 이상 머릿속은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국내 심리학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박현준의 웃음에 대해 그들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공항에서의 웃음은 뻔뻔함과 거리가 멀다. 기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상황에서 적잖게 어색함을 느껴 미소를 보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그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아마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을 것이다. 검은 돈을 받았을 때 역시 그러했을 테고. 경기조작을 학교 시험에서 학생들이 저지르는 커닝 수준으로 여겼을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비슷한 일을 흔하게 보거나 겪었을 수도 있다. 당시 얼굴만 놓고 보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곤욕스러운 상황을 웃음으로 빠져나오려고 한다. 박현준의 미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반적인 반응에 가깝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누구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이 현실화되기 않을 때 이를 미화하려는 심리가 있다. 거짓말은 그 과정에서 나오는 산물 가운데 하나다. 반복된 거짓말은 자신도 모르게 사실처럼 뿌리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발언에는 늘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하면 이는 더욱 쉽게 드러난다. 자신도 모르게 허술한 모습을 노출하는 것이다. 미소는 이를 방어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다. 뭔가를 감추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로 자주 사용된다. 거짓말을 하고도 격하게 화를 내는 등의 태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박현준이 어떤 생각으로 공항에서 미소를 지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진 않아 보인다. 경기조작을 '이미 다른 많은 선수들이 해왔는데 별일이야 있겠어'라는 식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조은경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입국게이트에서 막 나온 모습을 보면 입술을 안으로 말아 넣어 다물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얼굴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정반대로 바뀐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전에도 대중 앞에 서봤던 사람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 뒤 얼굴에선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혀를 내밀거나 보조개가 들어간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입을 굳게 다물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고 있는 것이다. 따가운 질문을 받았는지 당황한 표정의 사진도 몇 장이 보인다. 이후 표정은 계속 굳어있다. 즐거운 감정이 아니다. 애써 이미지를 관리하려고 한다. 전체적으로 얼굴에선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래서 경기조작에도 가담했을 것이다. 들통이 날 줄 몰랐다는 인상이 무척 짙다.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경기조작을 회유한 쪽에서 괜찮을 것이라고 거듭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야구는 프로축구와 달리 안전하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운동을 하면서 비슷한 일을 여러 차례 목격하거나 경험했을 수도 있다. 공항에서의 표정은 향후 벌어질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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