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문제는 박지성이 아니라 맨유 스쿼드다

홍재민 2012. 5. 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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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맨체스터의 주인은 하늘색 팀 시티였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물론, 이기고 싶은 마음까지 앞섰으니 당연한 승리였다. 중립 팬 입장에서는 마지막 2주일까지 박진감을 맛볼 수 있어 다행이다. 붉은 팀 유나이티드만 빼고는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안전한 경기 계획을 짰다. 파워나 컨디션보다는 경험을 앞세웠다. 불혹을 바라보는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가, 6주 넘게 쉰 박지성을 베스트XI에 뽑았다. 지지만 않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다. 전반전 실점 이후 맨유는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골을 뽑아야 할 후반전 맨유는 제대로 된 슈팅을 한 차례도 보여주지 못했다. 5분이나 주어진 추가시간의 자비도 소용없었다.

맨유가 패하자 영국 현지 언론에선 비난이 일었다. 처음부터 이길 생각이 없었다는 이유였다. 사실 퍼거슨 감독의 선발 선택은 경기 전부터 논란거리였다. 경기 직전 TV 리포터는 선발진의 목적을 물었다. 퍼거슨 감독은 "충분히 공격적이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경기 시작 전부터 "우리 공격할 마음 없소"라고 말할 장수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특히 이 경기는 자존심이 걸린 더비 매치였다. '못 먹어도 고' 식의 판단조차 팬들의 수긍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승부였다. 만약 퍼거슨 감독이 이 경기에서 웨인 루니와 대니 웰벡을 최전방 투톱으로 기용한 4-4-2 전술로 나왔어도 맨유 팬들은 아마도 환호했을 것이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냉철했다. 퍼거슨 감독은 주어진 현실 하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퍼거슨 감독은 최근 몇 시즌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절감했다. 이제 더 이상 자기 팀이 상대를 압도하던 호시절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바르셀로나와 두 번 맞붙었던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지난 가을 능욕 당했던 맨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홈경기가 단적인 예다. 프리미어리그의 판세는 2003년 첼시로 한 번, 2008년 맨시티로 두 번 크게 바꿨다. 이른바 권력 지형이 변화한 것이다. 지금은 가장 비싼, 즉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맨유가 아닌 첼시가, 그리고 맨시티가 데려간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맨시티를 선택하는 이유가 단지 맨체스터 중앙역에서 경기장이 더 가깝기 때문이 아니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맨유조차 몸 사릴 때는 확실히 사려야 한다. 앞서 든 예처럼 퍼거슨 감독은 이제 자존심을 앞세운 맞불작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안다. 맨유가 결승전에서 그런 망신을 당하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너무 강했다. 맨시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더 이상 시끄럽기만 한 이웃이 아니다. 맨시티도 강하다. 베스트XI의 면면에서 맨시티는 이미 맨유를 추월했다. 지금까지 경험이 문제였는데, 시즌 막판 맨유를 기어이 따라잡는 모습은 맨시티가 이제 요령까지 터득했다는 증거다. 맨유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영국 언론의 비난은 로맨틱한 맨유 사모곡에 불과하다. 객관적 전력상 맨유는 맞대결에서 더 이상 맨시티를 압도하지 못한다. 그게 현실이다. 퍼거슨 감독이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긱스와 스콜스와 박지성이 선발로 기용되었다.

맨체스터 더비만 갖고 박지성을 필요 이상으로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의 경기력은 불만스러웠다. 실전 감각도 무뎌 보였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근거 없는 혹평까지 있었을 정도다. 박지성을 애써 보호하고자 함이 아니다. 단지 박지성 탓에 맨유가 패했다곤 생각하지 않을 따름이다. 패인은 박지성보다 더 큰 곳에 있었다. 박지성의 부진이 아니라 맨유의 스쿼드 수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퍼거슨 감독은 이 경기를 스스로 "사상 최고의 더비"라고 정의했다. 그런 경기에서 수비적인 박지성을, 마흔 살 가까운 두 명의 미드필더를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 칼럼에서의 가정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보자. 세 선수가 맨시티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까? 만약 이 물음에 "그렇다"를 선택하는 독자께선 맨유의 '진정한' 팬이다.

그렇다고 맨유가 "이제 망했다"고 단언할 순 없다. 확률로만 따지면 아직도 맨유가 종이 한 장 차이로 앞서있다고 봐야 한다. 맨시티는 뉴캐슬 원정이라는 까다로운 일전을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 뉴캐슬의 홈경기장에서 승점 3점을 따낸 팀은 첼시와 웨스트 브로미치뿐이다. 게다가 뉴캐슬은 지금 UEFA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도전하고 있다. 동기부여가 충만하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고 해서 맨시티가 절대로 승리를 장담할 만한 경기가 아니다. 시즌 최종전 상대인 퀸즈파크레인저스도 부담스럽다. 리그 잔류 사투를 벌이는 팀은 언제나 까다롭다. 2006/2007시즌 웨스트햄은 올드 트라포드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에서 카를로스 테베스의 결승골로 맨유를 꺾었다. 맨유도 마찬가지겠지만 맨시티는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패배 가능성은 적을지 몰라도 축구에서 무승부는 매우 잦고 자연스러운 결과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지는 바람에 많이 창피하긴 하지만, 맨유가 우승을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만약 준우승에 그친다고 해도 맨유에 대한 평가가 깎여선 안 된다. 앞서 말했지만, 맨유의 현 스쿼드로 지금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첼시와 리버풀을 보라. 그 멤버로 지금 저 아래에 있다. 같은 맥락으로 아스널도 칭찬받아야 한다. 초점을 우승 여부에 맞추면 아스널을 '실패'로 규정해야겠지만, 투자 대비 성능 차원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쿼드의 약세를 맨유는 명문 특유의 튼튼한 뼈대와 퍼거슨 감독이란 명장으로 만회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화려함은 퇴색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우승을 다투고 있다. 기술적 측면을 정량화될 수 없는 부분으로 만회하는 팀이 있다면 당연히 존경 받아야 한다.

맨시티가 이대로 내달려 우승한다면 많은 사람들, 특히 맨유 팬들은 "돈으로 성공을 샀다"며 평가절하에 소매를 걷어 붙일 것이다. 맞다. 맨시티는 돈으로 성공을 산 팀이다. 그런데 프로스포츠리그에서는 자금력이 대단히 중요한 실력 중 하나다. 자금력에 의한 클럽의 성공을 부정하는 것은 곧 프로스포츠리그의 기본 원칙을 인정하기 싫다는 뜻이다. 물론 스포츠에서만큼은 그런 속세적 경쟁법칙이 통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순수성을 부정하진 않는다. 가끔은 소림축구의 승리에 박수치는 관객이 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선 맨시티의 승리가 더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결과다.

글=홍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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