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손 브루나이 총감독, "아세안을 넘어 아시아로 가고 싶다"

남세현 2012. 12. 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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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보르네오 섬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나라 브루나이. 우리에겐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척박한 축구 환경을 딛고 브루나이 축구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의 권오손 브루나이 총감독이다. 축구 수준, 인프라, 시스템 등 어느 하나 우수한 것 없는 어려운 조건이지만"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을 넘어 아시아로 가고 싶다"라고 당차게 말하는 그를 만났다.

서울시청을 거쳐 럭키금성(현 FC 서울)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해 울산 현대에서 활약한 그는 국가대표까지 선발됐던 유명 선수였다. 은퇴 이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재직하며 지도자로서 노하우를 쌓았고, 그것이 브루나이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원래 최영준 제주 코치가 브루나이 청소년대표팀을 맡고 있었는데 2004년에 한국으로 돌아오며 나에게 브루나이행을 권유했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브루나이 정부와 교섭해 굉장히 좋은 대우와 예우를 받으며 브루나이로 나가게 됐다."

당시 그는 처음부터 대표팀 감독을 제의받았다. 하지만 거절했다. 지도자 경력이 없기 때문에 시작부터 큰 임무를 맡는 것보다는 청소년대표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그게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청소년 대표팀을 오래 지도하면서 선수들을 가르치다 보니 A대표팀 멤버가 내가 가르쳤던 선수들이다. 나도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고, 선수들도 나를 아주 잘 이해한다"

사실 브루나이의 축구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브루나이에 프로 축구단은 딱 하나(DPMM FC·브루나이 왕세자 소유)다. 나머지는 모두 직장인 팀 형태의 아마추어다. 그러나 브루나이에서는 그 팀들도 클럽으로 인정받는다."그들은 축구를 즐기고 사랑한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라는 점과 여러 가지 국가 분위기로 스포츠보다 종교에 중심이 있고, 직장이 우선이다.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본업이 따로 있으며, 축구는 차선이다. 훈련 장소도 없고 훈련 시간도 선수들이 일을 하느라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영국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된 나라라서 영국 축구를 아주 많이 봐 축구 보는 눈이 높다. 브루나이는 정부가 축구협회 위에 있어 모든 결정을 내리는데 원 터치, 투 터치로 플레이하는 팀을 요구한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의 성과를 냈다. 2012년 3월 열린 아세안 대회(21세 이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브루나이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맨 처음 브루나이에 가 보니 선수들이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들 경기를 하면 진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바꾸기 위해 이기는 방법을 가르쳤다. 참가하는 대회에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니까 브루나이 정부에서 차츰 성적을 요구하더라. 말은 안 하는데 은근히 압박을 줬다. 아세안 대회 준비하면서 국왕이 선수들의 소속 직장에 공문을 보내 합숙 훈련이 가능하도록 해 줬다."

그는 올해 7월 9일 브루나이 대표팀 총감독으로 임명됐다. 총감독은 한국에는 없는 개념이다. 이름만으로는 모든 팀을 관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총감독이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 소속 항시 대기 감독'이라 보는 것이 적당하다. 지난 10월 총감독 임명 이후 처음으로 A대표팀을 이끌고 미얀마에서 열린 스즈키컵 예선에 참가했는데, 2승 2패로 아쉽게 예선 탈락했다."일단 A대표부터 청소년대표까지 모든 대표팀을 지휘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에서 판단해서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하면 내가 팀을 지휘하고, 아니면 다른 코치를 선정해서 출전한다. 각급 대표팀 감독은 상시직이 아니다. 더불어 다른 코치가 감독으로 선임되면 총감독인 나도 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만큼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 더불어 나는 프로나 대표팀만 지도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만든 축구 관련 프로그램이 있으면 내가 민간에 파견나가 이를 진행하며 지도자들 교육도 한다."

현재 한국에서 P라이센스(아시아축구연맹 최고 등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연수를 받고 있는 그는 브루나이로 건너간 지 어느덧 8년이 됐다. 오랜 시간을 브루나이에 머물며 브루나이 축구 발전에 힘쓴 만큼 애정도 크다. 그의 목표는 또 한 번의 우승과 브루나이 최초 해외 진출 선수 만들기, 그리고 아시아 진출이다."언제까지 머물게 될지는 모르지만 브루나이 축구 발전을 위해서 몸담는 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 23세 이하 대회가 내년에 있는데 거기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재능이 특출한 선수가 한 명 있는데, 그 선수를 해외로 내보내고 싶다. 내 일은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브루나이 선수들에게 길을 열어 주고 싶다. 꿈을 이루는 것을 보고 싶다.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아세안을 넘어 아시아로 가고 싶다."

글·사진=남세현 기자(namsh8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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