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느림보가 도루? 아마도 사인 못 외웠을걸

입력 2013.02.27. 03:15 수정 2014.02.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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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쥐나는 프로야구 암호전쟁

[동아일보]

머리 쥐나는 프로야구 암호전쟁

스프링캠프는 한 시즌 동안 사용할 사인을 이용해 손발을 맞춰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각 팀 작전코치들은 사인이 몸에 익도록 남몰래 거울을 보며 연습도 한다. 암호처럼, 때로 수화처럼 보이는 야구 사인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 공격, 2개만 진짜 나머지는 가짜

공격 때 쓰는 사인에는 보통 가짜 사인들 중간에 키(key) 사인과 작전 사인이 섞여 있다. 키 사인은 바로 다음에 작전 사인이 나온다는 걸 알리는 신호다.

예를 들어 키 사인이 가슴 두드리기인 팀에서는 오른쪽 귀를 만지는 건 치고 달리기, 코를 쓰다듬는 건 희생번트 사인인 식이다. 이 팀의 작전코치가 ①코를 쓰다듬고 ②왼쪽 팔꿈치를 만진 다음 ③왼쪽 가슴을 두드린(키 사인) 뒤 ④오른쪽 귀를 만지고(진짜 사인) 나서 ⑤두 주먹을 위아래로 부딪치는 것으로 사인을 끝냈다면 작전은 치고 달리기다. 처음에 코를 만진 것은 속임수다.

속임수가 섞여 있더라도 똑같은 패턴을 고집하면 사인을 간파당하기 쉽다. 이 때문에 각 팀은 타자마다 키 사인을 서로 다르게 정해 상대에게 혼란을 준다. 또 '취소 사인'을 정해 상대를 골탕 먹이기도 한다. 두 주먹을 부딪치는 게 취소 사인인 팀의 작전코치가 많은 사인을 낸 뒤 두 주먹을 부딪쳤다면 아무 작전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일부러 작전이 나온 것처럼 상대를 속이려는 속임수였던 것이다.

사인 동작이 너무 적으면 상대에게 노출되고, 너무 많으면 같은 팀 선수들이 헷갈린다. 코치들은 보통 한번 사인을 낼 때 10개 안팎의 동작을 섞는다.

○ 투·포수, 손가락도 찰떡궁합

배터리(투수와 포수를 함께 일컫는 말) 사인도 보통 스프링캠프 때 결정한다. 포수 사인은 2루 주자를 제외하면 거의 노출될 일이 없기 때문에 속이기 위한 포장이 덜하다. 단 2루에 상대 주자가 있을 때는 주자가 보지 못하게 투수가 사인 순서를 정한다. 투수가 어깨에 대고 손가락 하나를 펴면 첫 번째 사인이 진짜라는 식이다.

사인을 낼 때 보통 속구(직구) 사인은 코스까지 함께 낸다. 변화구는 제구가 까다로운 데다 몸 쪽으로 변화구를 던지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구종만 전달한다. 투수와 포수가 의견이 다를 때는 포수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기본이다.

○ 얼마나 헷갈릴까?

사인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많다. 모 구단 관계자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느림보) 선수들이 단독 도루를 했을 때는 사인을 잘못 해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팀당 2, 3명씩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날의 사인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선수들만 헷갈리는 게 아니다. 감독이 낸 번트 사인을 강공 지시로 잘못 전달했는데 타자가 안타를 때려 머쓱해진 코치나, 감독이 단순히 머리가 가려워 긁었는데 이를 사인으로 알고 작전을 전달한 코치도 있다.

철통 보안을 위해 각 팀은 경기 중 5회가 끝나면 사인을 바꾼다. 시즌 중에도 전반기와 후반기, 포스트 시즌 때의 사인이 다 다르다. 선수 트레이드가 벌어졌을 때도 새로운 사인을 만든다. 그 대신 1, 2군 간에는 사인이 같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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