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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축구版]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외국인 K리거 4색 반응

입력 2013. 04. 10. 18:17 수정 2013. 04. 1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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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미사일 공포 대응법

[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북한의 위협에 따른 한반도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르면 10일 중 북한이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과 스커드-노동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공조체제를 탄탄히 하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놓고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경색된 남북 관계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은 팽배하지만 이에 비해 도발상황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국민들은 평온을 유지하고 일상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나라 밖에서 한반도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불안하다. 각종 외신은 1면에 북한 소식을 전하며 마치 한반도에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처럼 바라보고 있다.

때 아닌 '북풍'은 K리그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선수들은 일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각자의 성장 환경이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이 9일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담화를 통해 외국 기업들과 관광객들, 외국인들에게 신변안전을 위해 떠날 것을 알린다고 하자 일부 선수들이 동요했고 각 구단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K리그를 누비는 외국인 선수들의 반응과 구단의 대처를 모아봤다.

'인구 13%가 실향민' 대전 시티즌 - "정말 전쟁이 나면 어쩌나요?"

대전은 브라질 출신의 루시오, 주앙파울로, 일본 출신의 바바 유타, 벨기에 출신의 카렐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 중이다. 바바 유타와 루시오는 북한의 도발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앙파울로와 카렐은 통역을 통해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문의했다. 특히 유럽 출신의 카렐은 CNN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외신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통역을 포함한 홍보팀 직원들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대전의 인구 중 13%가 실향민이다. 그만큼 전쟁의 아픔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다. 시민들 모두가 아무런 동요 없이 잘 생활하고 있다"며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K리그 경기가 펼쳐질 수 없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도 멀쩡하게 한국에서 잘 개최되고 있다"고 선수들을 안심시켰다. 구단은 혹시 모를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외국인 선수와 최대한 많이 대화하고 있다.

내전을 겪은 경남FC의 '세르비아 삼총사', "축구가 남북 평화에 역할을 해야"

경남에는 세르비아 출신의 삼총사 보산치치, 부발로, 스레텐이 전력의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실제 전쟁을 경험한 세대다. 1990년대 발칸반도는 구 유고연방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내전에 휩싸였다.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 인접 민족은 물론 미국, NATO(북대서양 방위조약기구) 등과도 전쟁을 치러야 했다. 미국이 세르비아를 폭격하던 1999년, 보산치치는 11살이었다. 그는 " 폭격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허겁지겁 가족들의 손을 잡고 지하 대피소로 뛰어가야 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당시 9살이었던 부발로는 "길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던 중 머리 위 미사일이 날아디니고, 폭격기에서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이미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기에 북한의 위협 자체 만으로 큰 동요는 하지 않았지만 이구동성으로 '평화'를 외쳤다. 16살에 내전을 겪은 스레텐은 "우리는 전쟁의 끔찍함을 너무 잘 안다. 세상이 그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고, 보산치치는 "남북관계가 호전되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축구가 남북 평화에 한 역할을 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전선과 가까운 강원FC - '멘붕'에 빠진 외국인 선수와 프런트의 '힐링'

강원 소속 외국인 선수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지쿠는 경남의 세르비아 출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유년기에 내전을 겪었다. 지쿠는 전쟁은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며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지쿠는 "눈 앞에 포탄이 떨어지는 것이 전쟁이다"며 13일 개최될 제주와의 원정 경기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패트릭과 웨슬리의 경우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마찬가지로 동요하지 않았다. 웨슬리의 경우 온 가족이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고, 패트릭은 곧 가족들이 입국하지만 걱정이 없다. 오히려 자신들의 득점포가 터지지 않는 것이 더 걱정이다. 구단 직원은 "언제나 즐거운 브라질 선수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호주 출신의 하밀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남북의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았는데, 철 없는 호주의 친구들이 "걱정이 되면 북한의 프로팀으로 이적을 하라"고 장난스러운 반응만 했다. 걱정만 커졌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구단 직원이 나서서 "북이 노리는 것이 바로 공포이며, 당신과 같은 훌륭한 외국인 인재가 한국을 떠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수 시간 동안 남북의 대치 상황과 역사적 배경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 겨우 '힐링'을 했다.

'100% 국내파' 포항 스틸러스 - "해병대 정신으로 돌격 앞으로! 숙소에 군복있다"

포항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100% 국내 선수로만 시즌을 치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팀들처럼 '힐링'이 필요한 선수가 없어 구단 프런트의 걱정이 없다. 오히려 포항 선수들은 '돌격 앞으로' 분위기다. 해병대 출신의 김원일은 아예 군복을 선수단 숙소에 걸어두고 생활한다. 북한의 도발 때문이 아니다. 항상 자신이 해병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매 경기 포항의 홈 경기장을 찾는 해병대 관중들에게 찾아가 인사하고 있다. 김원일은 "조국이 없으면 축구도 없다. 언제나 해병대 정신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마음을 다졌다. 최근에는 팀 동료 배슬기와 함께 예비군 훈련에 다녀왔다. 심신이 피로할 법 했지만 이들은 "예비군 훈련도 훈련, 팀 훈련"이라며 즐겁게 훈련을 소화했다. 강화도에서 유년기를 보낸 황교충은 지리적 특성상 강한 안보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는 "어린 시절 일명 '삐라(대남홍보전단)'가 정말 많이 날아왔다. 경찰서에 가져가 공책으로 자주 바꿨다"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평화를 기원했다. 아직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신진호는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북한 관련 주제가 나오자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당연히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전의(?)를 불태웠다.

※ 김동환기자는 박지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근무한 한국인이다. < 김동환의 축구版 > 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위트있는 시각으로 축구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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