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뭉치는 보스턴.. 레드삭스, 홈서 테러 희생자 추모행사

2013. 4. 2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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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오티스 "용기 잃지 말자" 호소

[동아일보]

"젠장, 보스턴은 우리 것입니다. 이분들이 계시는 한 그 누구도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함부로 침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의 강타자 '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분들'은 보스턴 경찰들. 보스턴은 20일(현지 시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15일) 이후 처음으로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경기를 치렀다. 선수단은 경기 전 희생자를 추모하고,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한 MIU(Men In Uniform·경찰 등 제복을 입은 공직자)를 치하하는 기념식을 열었다.

오티스는 선수단 대표로 나서 "오늘 우리는 유니폼에 (팀 애칭) 레드삭스가 아니라 (도시 이름) 보스턴을 달고 뛴다. 보스턴 사람들이여, 용기를 잃지 말자"고 말해 3만5000여 관중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보스턴에서는 야구 인기가 줄어들 조짐을 보이던 상황이었다. 테러 5일 전인 10일 경기에서는 11시즌 820경기 동안 이어져 오던 연속 매진 기록도 깨졌다. 그러나 불행 속에서도 야구는 다시 사람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보스턴 시민들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다. 바로 야구"라고 보도했다. 야구는 그만큼 사회의 구심점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부상으로 경기에 빠졌던 오티스는 이날 8개월 만에 가장 극적인 모습으로 팀에 복귀했다.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86년 만에 팀에 우승을 안긴 오티스가 아닌 다른 선수가 연설을 맡았다면 보스턴 시민들이 받은 감흥은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오티스를 독보적 스타로 만든 원동력은 단연 '홈런'. 그러나 이는 삼진을 두려워했다면 있을 수 없던 일이다. 오티스는 16년 동안 홈런 401개를 기록하면서 삼진 1386개를 당했다. 1시즌 평균 타석(478타석)을 감안하면 3년 내내 삼진만 당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홈런 340개를 친 장종훈 한화 코치도 현역 생활 19년 중 3년은 삼진으로 날렸다고 할 만큼 많은 삼진(1354개)을 당했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이들을 삼진왕이 아니라 홈런왕으로 기억한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삼진을 '죄악'처럼 취급한다. 그 결과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는 삼진 비율(삼진÷타석)이 16.5%에서 19.8%로 늘었지만, 프로야구는 16.6%에서 16.5%로 제자리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어떻게든 홈런을 때리려 삼진을 감수하는 동안 프로야구 타자들은 '삼진만 안 당하면 된다'는 자세로 타석에 들어서는 셈이다. 그 결과 프로야구는 '닥터K' 투수들도 잃었다. 류현진마저 태평양을 건너면서 프로야구에는 '대표 상품'이 사라졌다.

상상하기 싫은 일이지만 '구도(球都)' 부산에 이렇게 끔찍하고 슬픈 일이 생긴다면 이대호를 일본에서 불러 오티스처럼 연설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프로야구에서 홈런 225개를 치는 동안 삼진 627개를 당한 그 이대호 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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