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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Mr. 전설] 장명부, 그가 남긴 강렬한 추억

입력 2013. 08. 12. 06:03 수정 2013. 08.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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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부(작고)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기간은 딱 4년. 1983년부터 1986년까지다. 하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진하다. 시즌 30승의 대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한 차원 다른 마운드 운용 솜씨, 볼 하나하나에 숨어 있는 '혼', 여기에 막장 같은 사생활과 이에 오버 랩 되는 인간 드라마. 1983년 재일동포 1호 수입 선수 장명부에게 야구팬들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 들어갔다.

1983년 1월, 장명부는 삼미 슈퍼스타즈와 계약금 1500만 엔, 연봉 2500만 엔 등 총액 4000만 엔에 입단 계약했다. 당시 한화로 1억4500만 원이었다. 1982년 최고 대우를 받았던 박철순(OB 베어스)이 계약금(2000만 원), 연봉(2400만 원) 합쳐 4400만 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거금이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34평형이 2500만 원 하던 시절이었다.

'너구리', '골통', '괴짜'…. 장명부를 향하는 시선은 부정적이었고, 비호감이었다. 그럴수록 그의 실력은 도드라졌다.

1983년 그의 성적을 보자. 페넌트레이스 100경기 중 60경기에 등판해 30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다. 더욱 놀랄 일은 투구 이닝. 무려 427⅓이닝을 던졌다. 이중 완투가 36번이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시즌 전 허형 삼미 슈퍼스타즈 사장이 술자리에서 장명부에게 "30승을 거두면 보너스 1억 원과 연봉 100% 인상을 보장하겠다"고 허언을 한 것이다. 장명부가 "참말이냐"고 확인하자 허형 사장은 다시 한 번 확답을 하기에 이르렀다. '설마 30승을 하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다.

장명부는 어깨가 빠지도록 던져 기어코 30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허형 사장은 말을 바꿨다. 보너스 1억 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고, 연봉 100% 인상은 규정을 내걸어 25%만 올리면서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쳤다.

장명부는 한국야구, 아니 태어나 처음 찾은 고국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때부터 장명부는 다른 사람이 됐다. 술은 원래 좋아하지 않았지만 담배와 도박 그리고 여자에 탐닉했다.

1984년 13승 20패를 기록한 장명부는 1985년 11승 25패를 거둔 뒤 청보 핀토스(1985년 삼미 인수)에서 쫓겨났다. 그는 1986년 신생팀 빙그레 이글스에서 1승 18패의 참담한 성적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장명부가 고국에서 남긴 통산 성적은 55승 79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55다.

도박과 여자에 가산을 탕진한 장명부는 은퇴 1년 만인 1987년 종합소득세를 체납해 출국정지를 당한데다 취업비자 만료 기간이 지나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되고 만다.

그렇게 장명부란 이름이 조금씩 잊혀 져 가던 1991년 5월, 그가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됐다는 기사가 지면을 장식했다. 1991년 12월, 장명부는 일본으로 영구추방됐다.

장명부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한 말이다. "나는 고국에서 내 인생의 꽃을 피우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실패했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다. 2005년 4월 13일. 일본발 짤막한 외신이 전파를 탔다. "전 프로야구 선수 후쿠시 히로아키(한국명 장명부)가 자신이 운영하던 와카야마현 미나베초의 마작 하우스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나이 54세였다.

장명부는 일본으로 건너간 뒤 청각장애인야구팀의 코치를 맡아 무료봉사를 하는 한편 세계장애인야구연맹 부회장으로 그늘 진 곳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오사카에서 택시 운전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왜 오사카를 떠나 와카야마현에서 '마작 하우스'를 운영했는지 놀랄 일이었다.

장명부, 그의 말처럼 그의 인생은 실패한 것일까.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대호 기자 dhkim@maekyung.com] 사진제공=장원우 전 주간야구 사진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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