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안양 멍들게 하는 슈퍼 갑(甲), 안양 서포터스의 횡포

김태석 2013. 10. 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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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김태석의 축구 한 잔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안양

지난 6일 안양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3 27라운드 FC 안양과 충주 험멜의 맞대결(1-1무)이 끝난 후 경기장 밖은 난리가 났다. 안양 서포터스 A.S.U RED가 경기 후 3시간이 넘도록 충주 선수단 버스를 막아선 것이다. 이유는 충주의 골을 성공시킨 정성민의 세리머니가 도발적이었다는 이유였다.

화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현장을 취재한 동료 기자의 말에 의하면 어떠한 도발적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프로연맹 상벌위원회는 안양 서포터스가 당시 문제의 발단이 됐다고 주장하는 정성민의 골 세리머니를 분석한 끝에 혐의 없다고 결론지었다. 서포터스석을 등진 상태에서 정성민이 평소 골을 넣으면 하는 세리머니였기 때문에 팬들을 자극할 만한 의도가 없다고 봤다. 또한 프로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안양 구단 관계자들도 이 점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연하다. K리그 클래식 구단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후 안양 프런트로 재직 중인 그들이 보기에도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연맹 상벌위원회는 이번 서포터스 사건에 대해 안양에 홈 경기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홈 2경기 홈팀 서포터스석 폐쇄와 제재금 500만 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또한 향후에 유사 사태 발생시 보다 강력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진제로 따지면 공식적으로 투 스트라이크다. 그리고 징계에 회부되지 않은 소요 사태까지 합하면 올 시즌에만 네 번째다.

그러자 안양 서포터스는 10일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성명서(http://anyangred.com/asured_notice/193043)를 내놓았다. 사고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는 뜻을 전하며 시작하는 이 성명서의 속을 살피면 정말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신들의 요구 사항만 가득하다. 한마디로 차를 막은 건 잘못했어도 원인 제공은 상대방이 했다는 주장인데, 원인 제공을 했으니 행패를 부려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손 치더라도 서포터스가 나설 일이 아니다.

구단 직원들만 불쌍하다

이쯤되면 불쌍해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안양 구단 직원들이다. 이들은 K리그 클래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이 덜한 K리그 챌린지 무대에 자리한 안양이 어떻게든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경기가 없는 날에는 끊임없이 지역 사회 공헌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이를 가지고 보도 자료를 남발하지도 않는다. 적극적으로 연고지 팬들과 스킨십하는 걸 굳이 생색낼 필요가 없다는 주의다. 비록 아직은 도드라진 성과가 나타나진 않아도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언젠가는 안양 종합운동장이 많은 관중으로 들어찰 것이라고 믿고 일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가장 절망감을 느낄 때가 바로 이런 경우다. 상벌위원회에 불려 가는 건 기본이고, 일부 직원들은 사건을 해명하기 위해 경찰서까지 출입했을 정도다. 벌금도 벌써 1,000만 원이나 냈다. 서포터스는 제 주머니에서 돈이 안 나가서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 구단 재정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더군다나 일부 구단 스폰서는 이런 불상사가 왜 자꾸 일어나느냐고 구단을 압박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포터스는 명백하게 잘못을 범한 이 사안에 대해서도 구단이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구단 프런트 처지에서는 참으로 갑갑한 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양 프런트들은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이들은 이런 일련의 서포터스 사고 때문에 일반 안양 시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구단 재정의 중요한 축인 스폰서들도 화나기 시작했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지역 밀착 사업을 공들여 펼치고 있는데 잊을 만하면 이런 소식이 터지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 아닐까?

안양 서포터스, 지지자 맞나?

안양 서포터스는 자신들을 뜨거운 피를 지닌 지지자이자 정당한 소비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하는 행동은 그렇지 않다.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면 우발적 사고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에만 네 번째다. 그리고 그때마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사과하는 척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자신들의 행동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 보인다.

실제로 그들은 어떻게 비쳐질까? 시나브로 블랙 컨슈머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안양 구단이 영업 방해로 고소해도 무방할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양 프런트들은 속으로만 삼킨다. 그래도 고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최근 사회에서 문제시됐던 '갑(甲)의 횡포'가 아닐까? 그것도 여러 사람이 몰려다니며 사고를 치니 슈퍼 갑(甲)이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존중해야 될 첫 번째는 팬이다.프로연맹은 팬들을 존중해야 한다. 아울러 지지자 단체들이 오랜 시간 헌신하며 만들어 온 축구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K리그 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연맹 홈페이지에는 소통 창구가 전혀 없는 걸로 보아 눈과 귀를 닫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 구단의 서포터가 아닌 K리그의 팬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파악하여 더 발전된 K리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팬을 가장 먼저 존중하길 요구한다. 팬은 다스리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양 서포터스가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분이다. 자신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며 팬들은 다스리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 글자 그 자체는 맞는 얘기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아전인수이자 적반하장이다. 미안하지만 이런 식의 행동을 하는 이들이라면 다스리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가 맞다. 안양 구단과 프로연맹은 좀 더 강경하게 맞서야 하고, 필요하다면 해외 경우처럼 공권력도 뒤따라야 한다.

그들은 K리그의 팬들을 운운했다. 타 팀 서포터스는 단지 서포터스이기 때문에 자신들과 도매금으로 묶는 이들 때문에 괜히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프로연맹은 안양 구단에 내리는 징계안에 경기 전 경찰 병력의 추가 증원까지 명문화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많은 수의 경찰들이 안양 종합운동장 내에 배치된다. 경찰 병력 배치는 지금껏 구단의 자율에 맡겼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축구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 팬들은 그 살벌한 분위기의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를 바라봐야 한다. 스스로 팬이자 지지자들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만든 상황이다. 이래도 블랙 컨슈머이자 갑의 횡포가 아닌가?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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