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프로축구 30년] 독일 용병 샤흐트, "한국은 지옥이었다"

김덕기 입력 2013. 11. 3. 04:18 수정 2013. 11. 3.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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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국은 지옥이었다."

한국에 프로축구가 도입된 지 3년째이던 1985년 서독의 권위 있는 일간지 '빌트 자이퉁'은 10월5일자 체육면에 느닷없이 디트마르 샤흐트의 한국에 대한 악의적인 인터뷰 기사를 실어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샤흐트는 포철 소속으로 잠시 국내리그에서 뛰었던 서독 선수로 그는 빌트 자이퉁과의 귀국 인터뷰에서 "체중이 4Kg이나 줄었다. 온몸은 모기에 물린 자국투성이다. 섭씨 30도가 넘는 여름밤 더위를 식히려면 땀으로 젖은 몸을 매트리스 위에서 이리저리 굴려야만 했다. 한국은 지옥이었다."고 폭로했다.

포철 소속으로 있을 때 찍은 3장의 사진을 곁들인 이 인터뷰 기사는 사종 샤흐트의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포철은 1부 리그 팀이었지만 좋을 게 없었다. 월봉 9,000마르크(약 230만원)로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영어도 통하지 않아 아무 말도 자유로이 할 수 없었다.

샤흐트 불평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음식과 포철팀 훈련 방식까지 헐뜯었다.

"한국 음식은 정말로 먹을 수 없었다. 일주일 내내 화장실에 있는 것 겉은 불쾌감이 계속됐다.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은 하루의 시작이다. 새벽6시부터 컨디션 조절 훈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아침 식사 후엔 모두 잠을 잔다. 미칠 것만 같았다. 고향이 그리웠다. 호텔에 있는 동안 생각나는 것은 약혼자 로시와 딸 나타샤, 그리고 애견 오리츠였다."

빌투 자이퉁 기사는 이밖에도 포철이 샤흐트에게 갑자기 돈을 주지 않았으며 프로리그가 무산돼 서둘러 서독으로 돌아왔다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실었다.

샤흐트가 한국에 온 것은 1985년 8월초, 그전까지는 한 때 박상인이 몸담았던 서독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뒤스부르크 팀 수비수였다

포철은 그 해 슈퍼리그 1,2차 리그에서 수비가 약해 성적이 부진하자 9월 3차 리그를 앞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급히 스카우트 한 인물이 샤흐트였다. 계약금 1만 달러, 월봉 2,500달러에 성적이 좋아질 경우 계약기간을 연장한다는 조건이었다.

3차 리그에서 보여준 샤흐트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7게임에서 모두 주전으로 기용됐고 유럽 선수 특유의 힘찬 움직임을 과시하며 수비수이면서도 2골이나 잡아 포철에서는 그가 계속 팀에 남아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샤흐트는 "지옥과 같은 한국에서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3차 리그만을 끝으로 서독으로 돌아갔고 문제의 인터뷰 기사는 귀국 이틀 만에 터졌다.

샤흐트의 악의적인 기사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무렵 바이에르 레버쿠젠에서 확약 중이던 차범근을 칭찬하는 기사 바로 밑에 실려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같은 지면 상단에는 '레버쿠젠에의 열전 차붐에게 환호를" 이라는 제목과 함께 차범근이 카이저스라우테른과 경기에서 경기 종료 3분전 헤딩결승골을 터뜨려 팀을 3-2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는 기사를 크게 싣고 있었다.

샤흐트가 한국에 오기 한해 전 현대는 가나의 알하산을 스카우트했으나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곧 줄행랑을 쳤다.

샤흐트이 불만은 이방인으로서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서독만큼 좋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덕기(스포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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