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앉아 쏴' 조인성의 칠봉이는?

2013. 12. 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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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대학생 투수 조인성이 등장한다. 국내 대학야구의 '에이스' 칠봉이의 친구다. 따뜻한 인성을 가진 포수 조인성은 칠봉이를 질투하는 선수들과의 가교역할을 하고 궂은일도 처리해 이미지가 좋다.

실존 인물 조인성(33 SK 와이번스)은 "나도 당연히 챙겨본다. 드라마 덕분에 나를 좋게 생각하는 팬들이 늘어 기분이 좋다. 플래카드로 '앉아 쏴, 조인성'이란 문구를 볼 때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라며 웃었다.

'앉아 쏴' '44번'은 조인성(38 SK 와이번스)의 트레이드 마크다.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른 야구를 추구했던 조인성은 중학생 때부터 '앉아 쏴'라는 무기를 장착시켰다. 등번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부정적 의미가 있다는 숫자 '4'를 두 개나 쓴 것.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인성은 '44번'을 붙였다. 이유는 단 하나. 후배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겨 포수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현재 LG 트윈스 포수 윤요섭이 조인성의 '44번'을 이어 받았다.

나만의 '칠봉이'는 임선동&문동환

실제 연세대를 졸업한 조인성의 칠봉이는 누구일까. 조인성은 "칠봉이는 설정된 가상인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인성만의 칠봉이는 존재했다.

조인성은 "임선동 선배와 문동환 코치(두산 베어스)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선배들의 공을 받아왔다. 당시 대표팀에 선출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함께 태극기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뛸 때부터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반면 가장 어려웠던 선배는 누구였을까. 조인성은 주저 없이 박재홍 해설위원(MBC 스포츠플러스)의 이름을 외쳤다.

"지금이야 허물없이 지내지만 그땐 후배들이 선배를 어려워했던 시절이었다. (박)재홍이형이 후배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많이 치기도 했고 서울 출신인 나와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온 재홍이형은 언어의 차이도 있었다. 무엇보다 재홍이형이 야구를 잘 했기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선배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았다. 조인성은 "어느 위치에 있던 모든 집단에는 위계질서가 있다. 누구나 그 과정을 밟아야 하며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금의 자리까지 오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된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 조인성은 "일찍 유니폼을 벗고 다른 길로 간 친구들 중 지금의 나를 보며 '그때 이겨낼걸'이라며 후회하는 이도 있다. 고참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여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었기에 우리는 선배들을 따라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라며 뿌듯해했다.

프로 16년 차의 도전

조인성은 1998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14년 간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자유계약선수(FA)로 SK로 이적해 LG를 떠났지만 조인성의 가슴에는 여전히 줄무늬가 그어져있다.

LG를 떠나오면서 많은 걸 내려놓아야 했다. 조인성은 "팀을 옮기더라도 예전의 응원곡을 그대로 사용하는 선수들도 있다. 나도 내년 시즌부터 당장 쓰고 싶지만 이전 구단에서 이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때문에 가장 흡사한 곡을 찾았고 가수 홍경민이 직접 불러 나에게 새로운 응원가를 선물로 받았다"라고 전했다.

가슴의 줄무늬가 스크래치로 남았다. 조인성은 "나는 항상 LG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네가 가면 어딜 가겠느냐' '어떤 구단이 너를 원하겠느냐'란 인상을 받았다. 이 부분이 나를 자극시켜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라며 한 숨을 쉬었다.

결국 LG를 떠나 SK에 새 둥지를 텄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프로데뷔 16년 차인 조인성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주전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내려졌다. "SK란 팀에는 박경완 감독(SK 2군)과 정상호라는 국내에서 내놓으라 하는 포수가 있었기에 걱정됐다. 하지만 아직 내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도전하고 싶었다"라고 자신했다.

SK로 옮겨온 조인성은 주전포수이기 보다 특정 투수의 전담포수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조인성은 "내가 실력이 안 된다면 당연히 뒤로 물러나야 하겠지만 나이를 떠나 아직 체력과 순발력 등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앞으로 이재원과도 경쟁해야 한다. 나이를 탓하지 않도록 내 자신을 더 단단하게 다질 것이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 11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에도 참가했던 조인성은 기초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했다. 조인성은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판단하는 건 시야가 좁은 것이다. 이 조차 나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이고 상대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실력으로 맞서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라며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 우승반지를 되찾겠다"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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