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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뇌출혈 선수의 머리 때린 코치..한국 루지 '그늘'

권종오 기자 입력 2014. 04. 11. 14:27 수정 2014. 04. 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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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단면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습니다. 2~3년전엔 승부 조작, 승부 도박 사건으로 스포 몸살을 앓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성추행, 폭언, 폭행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10일밤 법제상벌위원회를 열어 전 루지 국가대표인 권주혁 선수에게 내려진 자격정지 2개월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발생한 폭행 사건의 자세한 내용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권주혁 선수의 아버지가 전한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권 선수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강원도 평창에서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9월11일 새벽 권 선수는 동료들과 PC방에 다녀오다 대표팀 코치인 이모씨와 마주쳤습니다. 이모 코치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합니다. 체중이 90kg이나 되는 이 코치는 대표 선수들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A선수는 고막이 찢어졌고 B선수는 눈두덩이에 피멍이 생겼고 C선수는 안면부 타박상을 당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권주혁 선수였습니다. 권 선수는 2013년 2월 미국 월드컵에서 썰매 전복 사고로 3개월동안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담당 의사는 "머리에 충격을 받으면 다시 뇌출혈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모 코치로부터 맞던 때에도 뇌출혈 후유증이 완쾌되지 않아 약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이모 코치는 "너 머리 아프지. 맞고 병원에 가라"며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쥐고 오른쪽 주먹으로 머리만 때렸다고 합니다. 권 선수는 이후 메스꺼움과 어지럼을 느꼈고 결국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선수 폭행으로 징계 위기에 놓인 이모 코치는 "다시는 폭행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고 권선수는 이 말을 믿고 노르웨이·독일 전지 훈련에 합류했습니다. 그런데 노르웨이 현지에서 원래 2인승 선수인 권주혁에게 이 코치는 1인승을 연습하라고 주문했고, 팔 부상을 당했는데도 병원에 보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코치는 물론 동료 선수들과도 불편한 관계가 됐습니다. 권 선수는 결국 귀국을 결심했습니다.

권주혁 선수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모 코치는 대부분 부인해 왔습니다. 권주혁 선수가 여러번 무단 이탈하는 등 훈련 태도와 행실이 좋지 않아 지도자로서 몇 차례 뺨을 때린 것이 전부라는 입장입니다. 해외 전지훈련에서 부당하게 대우한 적도 없고 제기된 다른 사실도 모두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대한루지경기연맹은 해외 전지 훈련 도중에 무단이탈했다는 이유로 자격 정지 6개월을 내렸다가 권선수측이 "피해자가 왜 처벌받아야 하느냐?"며 이의신청을 하자 2개월로 징계 기간을 경감했습니다. 권선수는 이에 불복해 대한체육회에 다시 이의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징계 2개월이 확정됐습니다. 권선수측은 체육회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권주혁 선수의 아버지는 "각종 증거 서류와 전화 통화 내역, 관련 음성 녹취를 전부 제출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너무 억울하다. 연맹 고위 간부들과 협의하에 귀국했는데 무슨 무단이탈이냐?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권선수 아버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충격적인 것이 많습니다. 사건의 파장을 우려한 연맹측이 권선수 측에게 오히려 양해와 선처를 구하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연맹 측에서는 물론 관련 의혹을 거의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모 코치는 체벌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5년을 받았지만 국제루지연맹 기술위원 자격으로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습니다. 폭행 사건에 휘말린 권주혁 선수는 결국 최고의 꿈인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대한체육회를 관리 감독하는 문화체육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이 된 최근에야 대한루지경기연맹에 대해 특별 감사에 나섰습니다. 뒤늦게나마 폭행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시도입니다. 권선수측의 형사 고발에 따라 경찰도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머지 않아 진상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권 선수측이 사실을 과장하거나 거짓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모 코치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사실을 은폐 축소하고 있는지 결론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앞으로 조사 결과에 상관 없이 이미 확정된 진실은 이것입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루지 국가대표팀 코치가 뇌출혈로 고생하고 있던 자신의 제자이자 선수의 머리를 때린 것입니다. 어떤 이유를 대든 납득하기 어려운 폭행입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국에서 도저히 발생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각종 폭행과 성추행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한체육회는 부랴부랴 대책에 나섰습니다. 11일 국가대표 지도자를 대상으로 태릉선수촌에서 스포츠 인권교육을 실시했고 15일에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지 않도록 뼈저린 반성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인권 사각지대인 한국 스포츠, 다른 나라에 혹시 알려질까 두려울 따름입니다.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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