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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의 제소포기.. '김연아 이후'는 어쩔건가

입력 2014. 06. 28. 14:31 수정 2014. 06. 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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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영진 기자]

김연아의 소치스캔들이 터진지 4개월이 흘렀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궁속이다. 사진은 지난 5월 아이스쇼에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연기한 모습

ⓒ 박영진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일어났던 '소치 스캔들'. '피겨여왕' 김연아(24)에게 내려졌던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판정이 일어난 지 벌써 4개월이 흘렀다. 최근 빙상연맹이 올림픽 판정에 대한 제소를 포기했다는 발표를 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ISU 총회와 석연찮은 자동출전권 부활

지난 10일 아일랜드에선 국제빙상연맹(ISU) 총회가 열렸다. 이 총회에서는 지난 3월말 친콴타 회장이 발표했던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여러 안건들을 놓고 결정했다.

그 중 피겨스케이팅 가운데 이번 올림픽에서 논란이 됐던 '심판 익명제 폐지' 안건이 있었다. 그런데 회의 결과 한국 측이 이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내놓아 논란이 일었다.

한국의 대표 피겨스타인 김연아가 그동안 수많은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편파판정에 시달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심판 익명제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매 경기마다 알 수 없는 심판진이 김연아에게 납득하기 힘든 판정을 내렸고, 심판의 익명성이 보장된 탓에 이런 일이 반복된 것이다. 심지어 클린을 한 대회에서 조차 1~2명의 심판은 예술점수에서 김연아에게 타 심판보다 유독 낮은 점수를 매기는 경우도 적잖았다.

이와 함께 이날 국제빙상연맹은 지난 2012년 총회에서 폐지시켰던 올림픽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이번 총회에서 조건부로 부활시켰다. 기술 점수에서 최소 점수를 통과하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현재 한국 피겨는 김연아의 영향 덕에 여자싱글은 많은 성장을 보였지만 나머지 종목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남자싱글의 김진서(갑천고)가 200점을 돌파하며 16위에 오른 것, 그리고 아이스댄스에서 김레베카-키릴 미놉프가 주니어 세계선수권 6위를 기록하며 시니어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정도다. 페어 종목은 심지어 선수도 코치도 국내에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은, 자동출전권이 애초에 매 올림픽마다 주어진 것이었고 당연한 권리를 찾아온 것임에도 심판 익명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던진 빙상연맹의 태도다. 즉 빙상연맹이 자동출전권을 다시 얻어오는 대신에, 익명제 폐지 반대표를 낸 것이 아니냐는 것.

피겨 이외에도 국제빙상연맹 친콴타 회장은 변수가 많은 스피드스케이팅 최단거리 500m를 종전 1,2차 레이스를 하던 것에서 단번의 승부로 대체하고, 현재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닌 매스 스타트 종목을 올림픽에 도입하기로 했다. 쇼트트랙에서는 한 레이스에서 두 번째로 부정 출발한 선수부터 실격 처리를 시키기로 하는 등 난해한 규정들을 통과시켜 비난을 받고 있다.

김연아 개인의 명예를 넘어

김연아의 소치스캔들과 관련해 필자는 지난 16일 팟캐스트 방송인 스포츠 포장마차에 출연했다. 사진은 지난 5월 아이스쇼에서 모습

ⓒ 박영진

필자는 지난 15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스포츠 포장마차'에 '소치 스캔들'을 주제로한 방송에 참여했다. 내가 참여했던 1부 방송은 '소치에서 일어났던 일'이란 주제로 당시의 판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주제였다. ( 방송 듣기)

처음 이 방송의 관계자들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을 당시에 나는 굉장히 난감했다. 여지껏 방송에 출연해본 적도 없고, 말주변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글이 아닌 말로 이 문제를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관계자들의 간곡한(?) 요청과 김연아 선수의 팬들의 제소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을 보고 나서였다. 2월 21일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팬들의 노력, 그리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되찾기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한 스포츠 포장마차 관계자들의 생각이 나를 움직였다.

그들은 나와 같은 20대 대학생 청년이었다. 한참 취업과 스펙으로 곯머리를 앓는 시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작은 움직임으로 언젠가는 스포츠계에 큰 변혁이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생각에 결국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

방송 녹음을 1시간 20분 가량하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나름 쌓아왔던 피겨의 지식들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 방송을 통해 이번 사태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방송 녹음이 끝난 뒤 19, 20일 양일간 팬들의 집회는 다시 이어졌다. 방송 녹음이 있기 하루 전인 15일 서울역에서 집회가 열린 지 4일 만에 다시 송파구 대한체육회 앞에서 다시 한번 집회가 이뤄진 것이다. 김연아 선수에게 내려진 판정을 둘러싼 팬들의 싸움은 올림픽이 끝난 지 4개월이 흐른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빙상연맹의 제소 포기... '김연아 이후'를 생각하라

박소연이 차기시즌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미국과 러시아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사진은 아이스쇼에서 모습

ⓒ 박영진

빙상연맹은 최근 결국 스포츠중재위원회(CAS)에 김연아 판정 관련 제소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앞서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김동성 실격사건,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기계체조 양태영 선수의 판정논란 등이 모두 CAS에서 거부됐는데, 김연아의 경우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이보다 더욱 많아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김연아 이후 피겨 유망주들은 더 이상 피겨여왕이 있는 국가가 아닌, 피겨 약소국의 선수로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28일 국제빙상연맹(ISU)가 발표한 차기 2014-2015 시즌 피겨 그랑프리 출전 일정을 살펴보면,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서 9위에 올랐던 박소연(신목고)이 1차 대회인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4차 대회인 러시아 로스텔레콤 컵에 출전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또한 피겨 최고점 순위에서 31위를 기록한 김해진(과천고)인 2차 대회인 스케이트 캐나다에 출전한다.

앞으로 이어질 시즌에서 더 이상 김연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평창까지의 험난한 길을 스스로 이겨내야만 한다. 김연아 판정에 대한 문제제기는 단순히 김연아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김연아 덕분에 일어난 한국 피겨의 명예를 되찾고, 그동안 올림픽 때마다 되풀이 되어온 논란들에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이다. 빙상연맹의 제소 중도 포기는 그래서 더욱 아쉽다.

아직까지도 피겨 전용훈련장 하나 없이 열악한 저변환경에서 훈련해 가는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번 제소 포기는 결코 지나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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