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금 자축연 메뉴는 김치찌개뿐이었죠"

입력 2014. 10. 23. 06:42 수정 2014. 10. 2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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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배구대표팀. 스포츠동아DB

여자배구대표팀 씁쓸했던 기억옹색한 배구협회 뒷얘기만 무성

김치찌개와 삼겹살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배구 대표선수들에게는 아픈 기억을 주는 메뉴다. 이번 대표팀은 불운했다. 선수들을 관리하고 지원해야 할 대한배구협회가 돈이 많지 않고 의지마저 없다보니 대표팀에 걸 맞는 대접과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선수들끼리 스스로 알아서 생활하는 일이 계속됐다. 이를 놓고 이러저런 말이 들린다.

가장 상징적인 일은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딴 뒤 일어났다. 2일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중국을 3-0으로 누르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딴 뒤였다. 다음날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여자선수들에게는 그날 밤이 대표팀 소집 이후 3개월간 버텨왔던 힘든 훈련의 기억을 되새기며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였다. 김연경을 비롯해 선수들은 금메달을 내보이며 "오늘 밤은 마음껏 달리고 싶다"고 했다. 오랜 긴장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만끽하고픈 눈치였다.

그러나 시상식을 마치고 선수들이 간 회식장소는 김치찌개집이었다. 선수들은 그곳에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선수촌으로 돌아갔다. 아쉬운 선수들끼리 결국 따로 다시 선수촌에서 나와 회포를 푼 뒤에야 대표팀은 해산했다. 경기장(인천 송림체육관) 주변에 근사한 음식점이 없었고 아시안게임 특수 때문에 좋은 장소를 예약하지 못해서 벌어진 해프닝이겠지만 금메달을 따느라 전력을 다한 선수들을 위한 장소치고는 옹색했다.

남자대표선수들은 더했다. 중국을 누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3일 협회는 선수들을 제외한 채 스태프만 데리고 삼겹살집에 갔다.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남자선수들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5개월간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폴란드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 박기원 감독은 그동안 수고했던 선수들에게 자유시간을 줬지만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을 생각하며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숙소로 일찍 돌아왔다. 마지막 남은 목표를 위해 모든 선수들이 맥주 한 잔의 유혹도 스스로 참아냈다.

그러나 이런 대표팀을 위한 마지막 만찬이 김치찌개와 삼겹살이었다. 이번 시즌 V리그가 끝나면 2016년 리우올림픽을 위한 예선이 벌어진다. 또 대표팀이 소집되지만 선수들에게 이런 대접을 해놓고 또 나라의 부름이니까 무조건 와서 하라고 말할 명분이 있을까. 대표팀은 나라를 위한 봉사지만 그에 맞는 예우와 존경이 필요하다. 임태희 대한배구협회장이 사퇴를 선언한 뒤라 협회는 능력 있는 새로운 회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협회의 존재이유이자 얼굴인 대표팀과 선수들의 지원을 어떻게 하고 운영할지 그 청사진부터 먼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김종건 전문기자 marco62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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