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K] 수원 부활 이유 │ ① 2014년, 초반 실점이 사라졌다

풋볼리스트 입력 2014. 10. 29. 09:01 수정 2014. 10. 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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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화성] 수원삼성이 달라졌다. 스타의식에 젖어 이름값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며 무관 암흑기를 보내던 수원은 서정원 감독 부임 2년 차에 '승리 DNA'를 회복했다. 서정원 감독의 '스마일 리더십'과 '믿음의 축구'는 '수원병'을 퇴치했다며 찬사를 받고 있다. 수원이 부활은 진짜 비결은 무엇일까? 그 동안 수원의 부활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추상적이었다. '풋볼리스트'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삼성의 클럽하우스를 찾아 부활의 '디테일'을 확인했다. <편집자주>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부임 첫 해인 2013시즌에 모든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서정원 감독이 2014시즌에 '리빌딩'의 결실을 맺고 있다. 정규리그 33차전을 모두 마치고, 스플릿 라운드를 앞둔 현재 수원삼성의 순위는 2위다. 선두 전북현대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0-1로 패하며 우승의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클럽 운영 예산이 대폭 삭감된 어려운 상황 속에 거둔 성적이다.달라진 수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많은 보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수원병 탈출'이다. 스타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이 도전자의 자세로, 하나의 팀으로 뭉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하나로 뭉친 수원의 축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3시즌 | 승률 39.4%, 패율 39.4% | 경기당 득점 1.31골, 경기당 실점 1.13골2014시즌 | 승률 48.4%, 패율 30.3% | 경기당 득점 1.36골, 경기당 실점 1골

2013시즌과 2014시즌 수원의 경기 기록을 살펴보면 승리가 늘고 패배가 줄었다. 득점이 늘고, 실점은 줄었다. 득실점의 경우에는 사실 눈에 띄는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간대별 득실점이다. 전반전 실점이 2013시즌 경기당 0.42골에서 0.24골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경기 시작 후 15분 간 실점이 현저히 줄었다. 수원이 경기 초반 15분 동안 실점한 것은 32라운드 성남전이 유일하다. ※ 2013시즌 실점 시간대 - 2014시즌 실점 시간대전반 0~15분 | 8골 - 1골전반 16~30분 | 6골 - 4골전반 31분~45분 | 11골 - 3골전반 추가시간 | 1골 - 0골후반 0~15분 | 1골 - 6골후반 16~30분 | 7골 - 9골후반 31~45분 | 5골 - 7골후반 추가시간 | 4골 - 3골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서정원 감독은 초반 실점이 줄어든 것은 계획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골을 먹고 시작하면 힘든 경기를 하게 된다. 코칭 스태프도 선수들도 그 부분에서 노력을 했다. 경기 비디오를 분석하면서 초반에 우리가 실점한 상황에서 우리 축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봤다. 골을 먹게 되면 경기가 엉망이 된다. 냉정을 찾지 못한다. 골을 먹게 되면 선수는 쫓기게 되고, 성급한 플레이가 나오고, 실수가 나오고, 그게 문제가 되어서 패배로 연결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걸 줄이자고 했다. 골을 허용하지 않아야 우리 경기, 우리 생각대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지난 시즌까지 11년 동안 수원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한 곽희주가 떠나면서 우려가 컸지만, 새로 영입된, 상대적으로 무명인 수비수 조성진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이 시즌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조성진은 "가능하면 초반, 전반전에는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 수비진, (정)성룡이 형과 얘기를 많이 한다. 전반전에는 수비라인부터 뭔가를 만들기 보다, 심플하게 걷어내기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현역시절 수비수로 활약했던 최성용 코치는 보다 구체적인 비결을 공개했다."경기 초반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 졌다. 현역 생활 마지막에 일본에 다시 갔을 때 뛰었던 팀이 썩 강한 팀이 아니었다. 초반 실점이 많은 팀이었는데, 당시 팀을 이끈 다카기 감독이 내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90분을 지키겠다거나 상대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길다. 누군가 리더가 되어서 15분씩 끊어서 체크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15분이 지날 때 마다 이제 30분이 남았다. 15분 더 지나면, 이제 15분이 남았다고 얘기해주면 좀 더 집중력이 생긴다. 그렇게 전반전을 마치면 45분 남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이 얘기를 해줬다. 15분 단위로 경기를 치르면 경기 운영 능력이나 집중력이 배가된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순간 스피드수원의 수비가 강해진 것이 단순히 두 선수의 가세로만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서정원 감독이 바꾸어 놓았다는 수원 선수들의 자세는, 경기 중 선수들의 스프린트 속도, 순간 속력이 달라진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 감독은 초반 실점이 줄어든 부분보다 선수들의 경기 템포가 빨라진 것을 더 강조했다.서 감독은 지난 2013시즌을 돌아보며 각종 통계기록을 체크해 2014시즌 동계 훈련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지난 해 수원에게 부족했던 것은 순간 스피드였다. 수원은 스프린트 속도에서 12위에 그쳤다. 최하위권이다. 서 감독은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며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기 중 가속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경기를 하다 보면 폭발적으로 달려다 상대 공격을 저지하고, 또 공격으로 나갈 때도 빠르게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데 수비 상황에 대충 내려오고, 올라갈 때도 한번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걸 고쳤다. 시즌 시작 후 7~8경기를 끝내고 다시 기록을 봤더니 순간 스피드가 꼴찌에서 3위까지 올라왔다. 순간 스피드는 곧 경기 템포가 빨라졌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패스 숫자도 전보다 많이 늘었다. 경기가 컴팩트 해지고, 주도하는 경기가 되면서 성적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달라진 것은 상대가 내려서서 수비를 해도 흔들고 벗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초반 실점이 사라진 것과 맞물려 우리 생각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게 됐다."실제로 수원의 훈련을 지켜보면 선수들의 원터치-논스톱 패스 훈련에 쓰는 시간이 많다. 세 개의 조로 나뉘어 패스와 압박을 번갈아 하며, 두 개 조가 동기에 그라운드에 서서 바통터치를 하듯 정신 없이 공을 주고 받다가 반대쪽으로 넘어 다시 진행해 압박하는 선수들도, 패스하는 선수들도 최고 속도로 넓은 범위에서 패스와 압박을 시도하게 된다. 생각의 속도가 더 빨라야 하고, 움직임도 더 많아야 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 만으로 패싱력과 체력을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 코칭 스태프가 강하게 기합을 넣으며 독려하고, 선수들은 즐기며 공을 차면서 굵은 땀을 흘린다.

파울이 늘어날수록 승률도 늘어난다?

빨라진 순간 스피드로 인해 늘어난 기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파울 숫자다. 지난 2013시즌 스플릿 라운드에서 수원은 3승 3무 6패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당시 수원의 평균 파울 숫자는 14개에 불과했다. 2014시즌 초반에 평균 파울 숫자는 15개로 올라왔고, 가장 성적이 좋은 2014시즌 정규 3라운드 11경기에서 16.7개까지 치솟았다. 파울이 늘어날수록 수원의 승률이 높아졌다.서 감독은 "적극성이 강해진 결과다.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뛰면서 파울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터프한 경기 운영을 추구하는 것은 최근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 선수들이 너무 얌전하게 경기를 한다"고 지적한 것과 상통한다. 유럽에서 현역 선수 생활을 보낸 경험이 있는 서 감독도 이 점을 강조했다."한국 선수들은 더 강하게 다부지게 붙어야 한다. 이 정도 강도로는 유럽의 높은 수준과 비교해서경쟁력이 없다. 몸싸움을 더해야 한다. 왜 유럽 애들이 연습할 때도 불티게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것이 정당한 것이다. 우리 선수들도 훈련 때부터 강하게 해야 한다. 다치지 않기 위해 훈련에 몸을 사리면 경기장에서도 약해진다. 수비는 바짝 다가서서 상대를 돌지 못하게 해야 하고, 공격도 이런 수비를 상대하며 훈련해야 한다. 수비도 공격도 모두 그래야 강해진다. 더 버겁게, 더 빠르게 해야 한다. 그래서 훈련 때도 전원이 최대 속도를 내도록 한다."수원삼성의 수비라인 조련을 전담하는 최성용 코치는 파울을 하는 위치도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세트피스 수비 상황의 위험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축구는 골 넣기 게임이다. PTA(Prime Target Area) 지역을 벗어나서 해야 한다.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중앙에서 파울을 해야 한다. 사이드는 위험하다. 중앙에서 중앙으로 가는 볼은 수비가 더 유리한 상황이다. 결국 미드필더의 파울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것이다.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싸워줘야 한다.사이드에서는 러닝 디펜스로 볼이 한번에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파울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잘 선택해야 한다. 판단을 잘해야 한다. "

조성진-김은선 효과의 진실, 역습 사전 차단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과 수비수 조성진의 활약은 이 같은 수원의 전술적 계획에 맞춰 이루어 졌다. 서 감독은 고교 졸업 후 일본 프로 무대로 건너가 하부리그에서 생활해온 무명 수비수 조성진을 전격 선발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작년에 센터백과 그 앞의 수비가 힘들었다. 수비에 문제가 많았고, 그 부분 치유하려고 노력했다. 포백 앞에 은선이가 서면서 수비도 견고해지고, 조성진과 두 선수를 축으로 수비가 안정이 됐다. 조성진은 빠르거나 저돌적이고 강한 것 보다 위치선정이 좋고 맥을 짚을 수 있는 선수다.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처음에는 솔직히 1-2년은 훈련해서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동계훈련부터 계속 시켜보니까 잘 하더라. 그래서 올 시즌에 믿고 맡겼는데 자기 몫을 꾸준히 해주고 있다."더불어 김은선에 대해서도 "오장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궂은 일을 파이팅있게 해주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측면을 빠르게 볼을 전개할 때 패스 연결도 잘해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리고 김은선이 수원 수비 라인에서 결정적인 이유를 밝혔다. 바로 공격 차단시 상대 역습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격을 할 때다. 공격이 끊겨서 다시 나올 때가 아주 중요하다. 세컨드 볼에 대해 두 번째, 세 번째 수비 블록이 어떻게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 경기가 달라진다. 앞에서 잘라줘야 체력 소비를 막을 수 있다. 우리 공격 하다 끊겼을 때,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서 내려오면 선수단 전체가 뒤로 내려와야 한다. 그러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데, 앞에서 준비하고 있다가 위치 선정과 블록 형성을 잘 해놓으면 바로 볼을 빼앗아 다시 공격에 나설 수 있다. 그때 상대를 공격을 눌러서 끊어내는 부분을 은선이가 잘한다."서 감독은 수원 수비가 강해진 비밀로 공격시와 수비시의 포메이션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으로 꼽았다. "지난 해 말 경기를 보기 위해 유럽에 다녀오면서 얻어온 힌트"라고 밝혔다. 공격 시에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서지만, 수비 시에는 김은선이 포백 앞에 서고, 산토스가 중원에서 한 자리 내려와 수비적으로 포진해 전방에 다이아몬드 블록을 만드는 것이다. 앞선에 짜 놓은 그물망 수비를 견고하게 다진 결과 전체적인 실점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최 코치 역시 사전 수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상대 공격수의 장점 막기 위해선 PTA 지역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에서 활약이 달라지는 점을 분석해보면 답이 나온다. 바르사에선 메시가 볼 갖는 지역이 PTA지역인데 아르헨티나에서는 빌드업이 좋지 않아서 항상 자신이 중앙선 근방에서 볼 갖는다. 그래서 메시를 괴롭힐 수 있다. 상대 공격수가 PTA 지역에서 받기 보다 뒤로 내려와서 받게 해야 한다. 그때 미드필더가 파울을 해도 불리한 상황 은 나오지 않는다." (2)편에 이어집니다.글=한준 기자사진=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현장르포K] 수원 부활 이유 │ ① 2014년, 초반 실점이 사라졌다[현장르포K] 수원이 부활한 이유 ② 직감 보다 과학을 믿는다[현장르포K] 수원이 부활한 이유 ③ 원맨 리더십 NO, 서정원의 남자들펠라이니, 미운 오리 새끼서 백조로'빅매치 출전' 루크 쇼, "처음 느껴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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