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구 세계랭킹 1위 최성원 "모든 사람이 스승이죠"

입력 2015. 2. 15. 08:31 수정 2015. 2. 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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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제패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제패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최성원(38·부산시체육회)은 현재 전 세계에서 당구를 가장 잘 치는 사나이다. 그의 세계 랭킹이 이를 증명한다.

최성원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체조관에서 막을 내린 당구 3쿠션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토브욘 블롬달(53·스웨덴)과 숨 막히는 접전 끝에 40-37의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한 데 힘입어 세계 랭킹 6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그는 한국 당구인 가운데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일궈냈고, 세계 랭킹 1위 역시 한국 당구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마스터스(2011년 프랑스), 월드컵(2012년 터키) 대회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하며 당구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이 역시 한국 당구 사상 최초다.

기적과 같은 역전 드라마를 자주 만들어냈다고 해서 별명도 '승부사'다. 지난 13일 '당구인의 밤' 행사 참석차 부산에서 상경한 그를 명동역 인근에서 만났다.

최성원에게 '승부사'와 같은 전형적인 별명 말고 진짜 별명을 물었다. 그는 한참을 망설였다.

"이걸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아마추어 시절 내기당구를 많이 쳤거든요. 그때 사람들 돈 따먹는다고, 그걸 비유해서 사람들 피 빨아먹는다고 '모기'로 불렸죠."(웃음)

최성원이 9살 때 아버지는 당구장을 차렸다. 집이 당구장에 딸려 있어서 집에 들어가려면 당구장을 통과해야 했다. 아버지는 2년 정도만 당구장을 운영했는데, 그때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던 것이 자양분이 됐던지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4구 기준으로 500을 쳤다.

재미삼아 쳤던 당구가 그의 평생 직업이 될지는 그때는 몰랐다. 최성원이 정식 선수가 된 것은 2002년 9월쯤이었다.

2년제 대학을 1년 정도 다니다가 그만둔 뒤 여러 가지 일을 해보던 때였다. 그때 아는 형을 따라 우연히 당구장에 갔던 최성원은 선수용 테이블에서 볼을 쳐봤다. 몇 번 치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당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가 있고 대회도 열린다는 것을 그는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의 나이 25살이었다. 그 후 그는 본격적인 당구 선수로 나섰지만 사실 막연한 꿈이었다.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없었고, 사실 가능하지도 않았다. 단지 당구가 좋아서 택한 길이었다.

당구는 독학으로 배웠다. "시합 나가면 선배들에게 어떤 선수가 잘 치는지 물어봐요. 대회에서 져도 그 선수가 치는 걸 꼭 보고 (부산으로) 내려왔죠. 저 사람이 저 공을 저렇게 치는구나 하고 배웠죠.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저에게는 스승입니다."

당시 그에게는 부산에 연습장이 있었다. 당구장 영업이 끝난 이후가 그의 연습 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밤에 홀로 불을 켜고 새벽까지 하루에 5~6시간 동안 연습에 매달렸다.

단순히 잘 치는 사람들을 따라한 것이 아니라 파고 들었다. 똑같은 공의 배치를 놓고 두께와 회전량을 달리 해가며 연구했다. '이 상황에서 이렇게 쳐야만 할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놓고 고민했고, 그렇게 연구하면서 부족한 면을 채워 나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독하게 실력을 쌓아올린 최성원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6강 다니엘 산체스, 8강 에디 먹스, 4강에서 같은 한국 선수인 서현민을 차례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당시 세계 랭킹 2위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당구 선수인 블롬달이었다.

3쿠션 선수인 아버지를 스승 삼아 당구를 배운 블롬달과 독학으로 당구를 배운 최성원은 출발점도 다르거니와 경력이나 명성에서 상대되지 않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3쿠션 국제대회 15차례 우승에 빛나는 블롬달도 최고 권위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앞에서는 흔들렸다. 블롬달은 37-35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최성원은 큐대를 집고 다시 일어섰다.

최성원에게 남은 점수는 5점. 평소라면 쉽게 득점할 수 있는 점수지만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와 우승에 대한 욕심, 미세한 실수라도 해선 안 된다는 중압감이 포개져 어떤 베테랑 선수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성원은 초연했다. 그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연속 5득점 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최성원은 태극기를 펼치고 뜨겁게 환호했다.

최성원은 "그때를 돌이켜보면 지금도 기분이 좋다"면서 "그토록 바라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할 수 있어서 앞으로는 대회에 마음 편하게 부담 없이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세계 랭킹 1위가 됐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세계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최성원은 한국 당구의 신기원을 열어젖혔지만, 아직 그에게 스폰서 제의를 한 곳은 없다. 당구가 건전하지 않은 스포츠라는 부정적인 인식 탓으로 보인다.

그는 "그래도 당구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면서 "당구 스폰서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누가 먼저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당구 채널도 늘어나는 등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어서 희망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에게 당구의 매력을 물었다. "당구는 인생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 안에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죠. 저는 큰 스코어로 이겼을 때보다 뒤지는 상황에서 역전해서 이겼을 때 큰 희열을 느낍니다. 마지막 순간에 덜덜 떨릴 때 그걸 이겨내고 승리했을 때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해도 당구가 늘지 않는다는 일반인들에게 조언도 부탁했다.

"사람들은 '당구가 왜 이렇게 안 늘까'라고 푸념하지만 잘 치려는 마음만 있지 기본기부터 닦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게임을 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혼자 당구장에 가서 연습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기본기가 되고, 자기의 틀이 있어야 합니다. 틀도 없는 상태에서 여러 가지를 배워봐야 소용이 없거든요."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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