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AIR] 매팅리 감독과 홍삼, 그리고 늦둥이

조회수 2015. 2. 25. 09: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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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프링캠프 출장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출장 초반에는 두산, 넥센, NC 등 국내 KBO리그 구단 위주로 취재했고, 지난주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을 출입하며 다양한 영상을 촬영하고, 또 선수와 감독을 인터뷰중이다.

애리조나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LA다저스 취재를 마치고 지금은 강정호가 속한 피츠버그 파이리츠 촬영을 위해 플로리다로 넘어왔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취재는 올해로 2년째다. 잠시 돌이켜보면 작년부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맷 캠프와 인터뷰를 빼놓을 수 없다. '치어리더 사건'으로 알려진 이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하게 오해를 풀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잠시 아껴두려 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맷 캠프는 당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인터뷰 후 다저스 취재기간 내내 제작진을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정확하게 말하면 제작진이 아니라 그냥 김선신 아나운서를 반갑게 맞아주었던 것 같다) 꼭 다시 만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라커룸에는 이제 그가 없다.

매팅리 감독과의 인터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당시 선수와 감독에게 선물하려고 홍삼을 잔뜩 준비해갔는데 특히 매팅리 감독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어떤 스태미나에 좋은 거냐고 물었다. 그리고 김선신 아나운서가 매우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2014 스프링캠프 당시 매팅리 감독과의 인터뷰. 소처럼 강해지겠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MBC스포츠플러스 '김선신의 스프링캠프 다이어리' 캡쳐화면>

잠시 스프링캠프의 기억을 잊고 한 시즌이 보낸 뒤 작년 11월 말에 매팅리 감독이 늦둥이를 얻었다는 소식을 문득 접했다. 부랴부랴 날짜를 헤아려봤다. 홍삼을 전해준 게 2월 중순이었으니, 우리가 매팅리 감독에게 선물한 홍삼이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어서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올해에도 또 준비했다. 다른 누구보다 매팅리 감독에게는 꼭 홍삼을 다시 건네며 작년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지난 주, 매일 아침 진행되는 기자들과의 간단한 미팅이 끝나고 잠시 시간을 내 단독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김선신 아나운서가 먼저 우리 제작진을 기억하냐고 물었다.놀랍게도 매팅리 감독은 매우 정확하게 1년 전을 기억하고 있었다. 클럽하우스에서 잠깐 인터뷰를 했는데, 끝나고 당신들이 나에게 홍삼을 주지 않았냐며..

조심스럽게 늦둥이에 홍삼이 도움이 되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짧고 명료하게 대답해줬다.

"It worked! (효과가 있었어요!)

<2015 스프링캠프 인터뷰. 매팅리 감독이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이 홍삼이다>

우리가 중계 화면으로 자주 접하는 매팅리 감독의 표정은 항상 굳어있다.

가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는 다저스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덕아웃에서는 거의 웃음기가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유쾌하고 인간적인 사람인 듯싶다. 그는 스프링 캠프를 방문한 팬들의 사인 공세에 아주 오랜 시간을 할애하며 일일이 사인을 다 해주고 라커룸으로 돌아온다. 아무래도 '현진'이라는 발음이 외국인에게 어렵다보니, 거의 모두가 류현진 선수를 '류'라고 부르는데 매팅리 감독은 아주 정확하게 '현진'이라는 발음을 구사하기도 한다.

심지어 매팅리 감독은 우리와의 인터뷰 직후 홍삼과 늦둥이의 상관관계를 옆에 있는 기자한테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아마 그가 다소 아쉬운 지난 시즌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다저스 수뇌부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이유 중에는 이런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이 상당한 플러스요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인터뷰를 방해하는 매팅리 감독. 제작진과 부쩍 친해진 느낌이다>

아무튼 우리는 매팅리 감독에게 또 다시 홍삼을 건넸다.5번째를 기대해도 좋겠냐는 말에본인은 이제는 너무 늙었다며, "No more" 라며 웃었지만, 올 연말에 유심히 미국에서의 소식을 체크해볼 예정이다.

참고로, 예전에 '스포츠투나잇'에서 밝힌대로,돈 매팅리 감독은 LG트윈스의 양상문 감독과 동갑이다.

* 매팅리 감독의 인터뷰 영상은 조만간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인터뷰 직후 현지 기자와 팬들은 김선신 아나운서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악수를 요청했고, 팬들은 사인을 요청했다.* 양상문 감독님 죄송합니다.

글 = 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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