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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후반 접전때 득점, 무사 1루〈 1사 2루

입력 2015. 04. 22. 03:06 수정 2015. 04. 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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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주자 1, 3루는 야구에서 가장 점수가 많이 나는 상황입니다."

18일 프로야구 문학 경기를 중계하던 A 해설위원은 6회말 SK가 5득점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사실이 아닙니다. 주자가 만루일 때 점수가 제일 많이 나고, 그 다음은 2, 3루 상황입니다. 1, 3루는 세 번째(표 참조)로 A 위원의 말은 틀린 셈입니다.

그렇다고 A 위원만 잘못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주자 만루보다 1, 3루가 득점하기 편하다. 만루 때는 모든 베이스에 포스 아웃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그럴듯한 이유까지 덧붙여 설명하는 해설위원이 한두 명이 아니었으니까요. 야구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실제 결과는 다릅니다.

○ "선두 타자를 잡아라"

야구 통계학자들은 '기대 득점표'라고 부르는 표가 있습니다. 아웃 카운트와 주자 상황에 따라 평균적으로 몇 점이 났는지를 알려주는 표입니다. 강우 콜드 게임이나 끝내기 안타 등으로 이닝이 '불완전하게' 끝났을 때는 해당 이닝을 통째로 지우고 계산합니다.

표는 이렇게 읽습니다. 2012∼2014년 프로야구에서는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평균 0.558점(총 3만310이닝에서 1만6922점)이 났습니다. 이 중 선두 타자가 단타나 볼넷 등으로 출루한 건 7921번. 이 7921이닝이 끝날 때까지 나온 점수를 모두 합치면 7533점으로 평균 0.951점이 됩니다. 선두 타자를 내보내면 실점이 최소 70.4% 늘어난 거죠. 선두 타자를 꼭 아웃시켜야 하는 이유가 드러납니다.

다른 계산도 가능합니다. 무사에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는 0.951점. 다음 타자가 병살타를 쳐 2아웃에 주자 없는 상황이 되면 0.163점으로 기대 득점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이때 병살타는 0.788점을 깎아 먹는 플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1사 만루에서 병살타가 나왔다면? 기대 득점이 1.803점이었는데 한 점도 얻지 못했으니 1.803점 전체를 날려 버린 플레이가 되고 맙니다.

○ 희생번트 '유용론'

예전에는 이 자료를 가지고 '무사 1루 희생번트 무용론'을 펼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무사 1루에서는 평균 0.951점이 나는데 1사 2루가 되면 0.904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었죠. 상대 팀보다 1점이라도 더 내면 이기는 야구에서 점수를 '더 적게' 올리는 선택을 한 감독을 칭찬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연구를 계속할수록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단 '필승조' 투수가 나오는 경기 '후반 박빙'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야구 통계학자들은 보통 7회 이후 3점 이내 승부일 때를 후반 박빙으로 규정합니다. 이 상황만 따로 기대득점표를 그려 보면 무사 1루(0.945점)보다 1사 2루(0.952점) 때 기대 득점이 높습니다. 한 점이라도 올릴 확률도 43.7%에서 50.5%로 올라갑니다. 적어도 최근 세 시즌 동안에는 경기 후반에 희생번트를 적절히 활용한 감독을 나무랄 수는 없던 겁니다. 또 한 가지. 후반 박빙에서는 무사 2, 3루(2.463점)가 되면 고의사구로 만루(2.091점)를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이 기대득점표라는 녀석이 쓸모가 많지요? 내일(23일)은 이 표를 가지고 도루를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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