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VIP해설위원의 감독 부임을 축하하며

입력 2015.05.20. 09:07 수정 2015.05.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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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이었으니 벌써 5년이 지났다.

마냥 현장 중계가 신기하고 재미있던 막내PD 시절, 그 날은 K리그 서울과 울산의 경기 중계를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해설을 맡은 이상윤 위원은 언제나 그랬지만 경기 전부터 매우 유쾌했다. 아마 그날은 유난히 더 유쾌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 다른 경쟁채널도 동시중계를 했는데, 경기 전 중계 휴게실에서 만난 경쟁 채널 스태프들이 조금 침울해 보였던 데 비해 이상윤 위원 덕에 우리 스태프들은 아주 화기애애했던 기억이다.

그러던 중 하프타임 때 일이 벌어졌다.

대개 PD들이 선정하는 중계 그림은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코멘트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야구 중계에서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투수 이야기를 하면 투수 위주의 그림이 표출되고, 타자 이야기를 하면 타자 위주의 그림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캐스터나 해설위원이 특정 선수에 대한 칭찬을 하면 그 선수 위주로 카메라 커트를 넘긴다.

이 날은 하프타임 때 이상윤 위원이 유독 경기장 내의 하프타임 행사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전광판을 통해 경품도 많이 주고 참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며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통에 카메라도 자연스럽게 전광판을 비췄다.

그리고 V로 시작하는 한 유명 외식업체의 문구가 뜨자, 이상윤 위원은 당당하게 말했다.

"네. 브이아이피 식사권"

신승대 캐스터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VIP 사건이다.

[VIP 사건을 회상해 제작했던 아시안컵 개막 티저 예고 영상]

이상윤 위원은 항상 즐겁다. 그 즐거움이 중계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러다보니 이상윤 위원이 중계하는 축구 경기는 재미가 없어도 마치 재미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자주 흥분을 하다 보니 목소리에 가끔 가래가 낀다고 해서 축구 선수 '가레스 베일'의 이름을 따 '가레스 상윤'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2011년 부산 아이파크 코치를 할 때는 K리그 공식 가이드북 별명에 당당하게 '가레스 상윤'이라고 직접 적기도 했다. 그만큼 소탈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사실 그는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이기도 하다. 1991년과 1993년에는 K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고, 93년에는 K리그 MVP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1998프랑스 월드컵 최총예선 2차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종료 직전 기가 막힌 결승골을 터뜨려 대한민국 대표팀의 본선진출에 크게 일조한 바 있다. 본인은 농담 삼아 "(이)청용이 보다는 내가 잘했다고 봐야지. 낄낄낄" 이러곤 하지만, 실제로 90년대의 이상윤은 정말이지 대단한 선수였다.

[uefa언스리그 중계시절. 합성은 아니다. 가끔은 이때가 퍽 그립다]

해설에 대한 욕심과 열정도 뛰어나다. 가벼워 보이는 말투와 웃음소리가 단점으로 지적받기도 하는데, 본인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고 항상 고민을 PD나 아나운서에게 토로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월드컵의 메인해설을 해보고 싶다며 매 경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스포츠 3사가 첨예한 시청률 경쟁을 펼쳤던 지난 1월의 아시안컵에서도 이상윤 위원의 활약은 대단했다. "위원님은 1.5배만 진지하게 해설하시면 무적입니다"라는 농 섞인 디렉션을 정확하게 이행해줬다. 타 채널에 비해 축구 콘텐츠가 턱 없이 부족했음에도 대회 중반까지 아시안컵 시청률 1위를 달렸으니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캡쳐화면이지만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다. "남바완이에요!"]

지난 주 좋은 소식이 있었다.

이상윤 위원이 건국대 감독으로 취임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사실 이렇게 해설위원들이 현업으로 돌아가실 때면 PD입장에서는 아쉬움 반, 기쁨 반이다.

역시 현장에 계실 때가 가장 빛나는 분들이니 응당 축하를 드려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이제 당분간 함께 해설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다행히 이상윤 위원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도 가끔 해설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현업에 복귀 하면서도 앞으로 그의 목소리는 계속 들을 수 있게 됐으니, 아쉬움 없이 오롯이 축하하는 마음이다. (물론 먼저, 축구 콘텐츠가 많이 확보되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유명 남성잡지와 인터뷰도 했다. 포즈는 언제나 '남바완'이다]

건국대 감독 부임 발표 직후 이상윤 위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위원님 축하드립니다!"

"이게 다 박 PD가 아시안컵 때 나를 엄청 띄워준 덕분이야!"

"아이고 별 말씀을..."

"건국대 축구부는 이천에 있으니까 놀러와. 쌀의 고장!!!! 이천으로!!!!!!! 남바완!!!"

아무쪼록 VIP 이상윤 위원, 아니 이상윤 감독의 건승을 빈다.

글= 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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