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해보면 어떻겠냐"..포수 출신 김재윤, 무실점 투수로
[동아일보] 7일 프로야구 대전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 해설자는 경기 후 kt 김재윤(25)을 인터뷰하면서 “데뷔 첫 승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기의 승리 투수는 kt의 조무근(23)이었다.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김재윤의 이날 투구는 해설자의 착각을 일으킬 만큼 뛰어났다.
이날 경기까지 11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하고 있는 김재윤은 이제 kt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불펜 요원이 됐다. 그러나 올 1월 이전까지만 해도 김재윤은 투수도 아니었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비유가 아니라 정말 포지션이 그랬다. 지난해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에서 kt가 특별 지명할 때까지만 해도 김재윤은 분명 포수였다.
포수로서도 그는 인정받는 유망주였다. 김재윤은 2008년 애리조나와 계약한 뒤 태평양을 건너며 메이저리거를 꿈꾸기도 했다. 문제는 방망이 솜씨였다. 김재윤은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도 OPS(출루율+장타력)가 0.308밖에 되지 않는 ‘물 방망이’였고 결국 2012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재윤은 군 복무를 하면서 ‘해외파 복귀 2년 유예 기간’을 보냈고 지난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한창 포수 훈련에 열심이던 지난해 조범현 kt 감독이 그를 불러 “투수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다. 김재윤은 포수 마스크를 벗고 투수 훈련을 시작했다. 포수 시절부터 어깨 하나는 알아주던 김재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스피드건에 시속 150㎞를 찍었다.
김재윤은 “포수를 할 때는 도루를 저지했을 때 정말 기뻤는데 지금은 삼진을 잡아낼 때 정말 큰 희열이 온다. 처음 투수 훈련을 시작했을 때는 어깨와 팔이 많이 아팠다. 또 투수들은 체력 훈련을 많이 해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힘으로 타자를 찍어 누르는 스타일에 가깝다. 긴 이닝보다 짧은 이닝을 던지는 게 나에게 더 맞는 것 같다. 오승환(34·한신) 선배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투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위기관리에 약한 게 사실. 변화구를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김재윤 스스로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아직 모든 것을 배우는 중이다. 포수였기 때문에 포수를 무조건 믿고 던지겠다”고 말했다.
망망대해 태평양을 왕복하면서도 김재윤이 쉽사리 찾지 못했던 그 희망이라는 녀석은 투수와 포수 사이 18.44m에 웅크리고 있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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