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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야구장 가는 길이 '지옥길'인 이유

김기중 입력 2015. 06. 13. 07:11 수정 2015. 06. 1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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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사상 최다 관객…야구장 가는 길은 '지옥길'

"야구하는 날은 이 지역이 생지옥이에요!" 야구장 인근 주민이 취재진을 보자 하소연을 한다. 야구장이 좁은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 불편하다는 얘기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천억 원을 들여 새로 지은 광주 새 야구장이다. 개장 첫 해인 지난해 관람객 66만3천 명이 다녀갔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33년 만에 가장 많은 관람객이다. 새 야구장 효과다. 최근 3년 동안 기아의 정규시즌 순위는 5위, 8위, 8위다. 성적이 좋아서 많이 온 건 아니다. 기아가 열 번 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2009년에도 관람객은 58만 명에 불과했다. 기아타이거즈는 새 야구장을 찾는 외지 관람객만 경기 때마다 약 천 명, 평균 10% 정도라고 본다. 야구장 주변은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몸살이다.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도로에 2중, 3중 주차를 하고 인근 도로는 꽉꽉 막힌다. 단속은 엄두도 못 낸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자기 집도 못 들어간다고 아우성이다. 인근 식당가도 야구 하는 날은 손님을 못 받는다고 한다. 새 야구장 가는 길이 '교통 지옥'인 이유를 취재했다.

■ 왜 도심 한복판에 야구장을?

새 야구장은 1965년 개장한 기존의 무등야구장 바로 옆에 지었다. 2만2천석 규모, 최대 2만 7천 명 수용 규모로 기존 야구장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반세기 역사의 낡은 야구장 대신 새 야구장을 지어달라는 건 광주시민들의 숙원이었다. 2009년 기아타이거즈가 우승하면서 시민들의 야구장 신축 민원은 빗발쳤다.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이 내놓은 안은 돔구장이었다. 2010년 3월 광주야구장 건립 시민추진위원회도 구성되면서 개방형 구장으로 바뀐다. 뒤이어 강운태 시장이 당선된다. 강 시장은 임기 안에 지으려고 했는지 야구장 부지와 건설 업체 선정, 예산 확보, 준공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부지 선정 때 제일 배점이 높은 평가 기준은 '사업추진의 용이성'과 '토지 소유 관계(시유지 여부)'였다. 시민들의 생각은 반대다. 대구 지역의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시민들은 야구장 입지를 정할 때 '교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광주시는 일단 지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야구장 건설추진위원장이었던 조용준 씨는 원도심 활성화와 기존 야구장 장소성 보존, 예산 확보 용이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애초 야구장 부지 후보였던 시 외곽의 광산구 연산동과 광산구 수완동 등 부지 두 곳은 부지 선정 최종 용역에서 제외됐다. 두 곳은 지하철 1호선 평동역 인근과 지하철 2호선 예정지 인근이었다. 결국 야구가 열릴 때마다 '교통 지옥' 민원이 제기됐던 무등야구장 옆에 다시 야구장이 들어서게 됐다. 그렇다면 원래 목적대로 원도심 활성화라도 됐을까? 야구장 주변 상인들은 야구하는 날 차만 막힐 뿐 도움이 되는 게 없다고 불만이다. 인근 주민들은 소음에 조명 피해까지 더해져 살기가 더 불편해졌다고 한다. 야구장만 달랑 들어섰을 뿐 광주광역시가 약속했던 야구장 주변 주차장 네 곳, 아웃렛, 수영장, 야구타운 등은 4년째 전혀 진척이 없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야구장 주변이 지역구인 광주 북구 소재섭 의원도 "도심 야구장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광주시가 시민들을 현혹한 것."이라고 말했다.

■ 교통영향평가는 어떻게 통과했을까?

지하철이 없는 광주 새 야구장, 이런 곳에 야구장을 건설한다는 데 어떻게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을까? 2012년 당시 서류를 살펴보니, "버스노선 증편과 사업지 외부에 주차장 추가 확보 적극 검토" 등의 단서를 달아 조건부 의결됐다. 광주광역시 건축위원회는 새 야구장 주차장은 천백대로는 부족하고 천8백대 정도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지하철도 없고 주차장이 부족해서 교통 정체가 예상되니 가급적 버스를 이용하고 주차장을 늘리라는 조건이다.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는 게 중소도시의 교통 문화인데, 지하철도 없이 버스노선만 늘리면 승용차를 차던 사람들이 버스를 탈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 또 입지 선정 용역 조사를 보면 아직 지하철 2호선도 없는데 지하철 3호선이 새 야구장을 지날 것이라며 대중교통 접근성 항목에서 만점을 줬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야구장 부지를 찍어두고 입지 선정 용역 조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가는 대목이다.

■ 배보다 배꼽! 주차장 지으려고 600억?

그렇다면 야구장 주변에 들어선다던 주차장이 4년 넘게 감감 무소식인 이유는 뭘까? 현재 지하에 612대, 기존 무등경기장 주차장까지 같이 쓰는 지상 주차장이 494대다. 이 주차장은 금방 찬다. 광주광역시는 새 야구장을 지으면서 주차장이 부족하니 야구장 주변에 노외주차장 네 곳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구도심의 주택을 사들여 1층에서 4층 규모로 주차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주택과 토지 보상비만 393억 원에 달한다. 2층으로 지으면 공사비 255억 원을 더해 648억 원이 든다. 규모를 키워 4층 높이로 지으면 공사비 568억 원을 더해 961억 원이 든다. 새 야구장을 따로 하나 지을만한 돈이다. 이런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음은 물론이다. 예산이 없어 짓지도 못할 주차장을 짓겠다고 약속한 이유는 뭘까? 행의정감시연대 이상석 사무처장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분석했다. 주차장을 일단 짓겠다고 해서 교통난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 선거를 앞두고 보상비 396억 원을 뿌린다는 주차장 개발 계획은 분명 호재라는 것이다. 윤장현 시장으로 다시 시장이 바뀐 광주광역시는 일단 150억 원대의 노외주차장 한 곳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광주 경실련 김기홍 사무처장은 "주차장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충분히 지었어야 한다. 추가로 설치할 경우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근시안적인 문제가 있다." 라고 지적했다. 지을 때 한꺼번에 짓지 않고 따로 지으면 보상해야 할 땅과 건물 값도 오르고 건축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는 얘기다.

■ 국내외 사례는?

광주 야구경기장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에 나온 국내외 사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LA다저스 구장은 5만 6천명 수용 규모에 주차장은 만8천대다. 일본은 사정이 좀 달랐다. 일본 히로시마현의 야구장은 3만3천명 규모에 주차장은 250대에 불과했다. 일본인들은 야구장에 갈 때 주로 지하철과 자전거, 오토바이를 이용한다고 일본 야구장 답사를 다녀온 광주광역시 체육진흥과 정대경 팀장이 설명했다. 대중교통이 중심인 일본과 자동차 이용이 많은 미국의 차이는 컸다. KBO의 야구연감을 보면 인천과 부산 구장은 주차장이 4천5백대와 2천6백대 규모로 비교적 넓고 지하철도 연결돼 있다. 대구와 대전 구장은 지은 지 50~60년 이상 됐지만 지하철은 연결돼 있고 주차장은 5백에서 8백대로 적었다. 광주야구장 건립 사전조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야구장 관람객의 55% 정도가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광주 구장의 평균 관람객은 만 명 정도다. 5천5백 명이 차를 타고 온다는 얘기다. 평균 3명씩 타고 오면 주차장 1,800면이 필요하다. 실제 광주광역시 북구청 교통지도과 임근열 계장도 야구할 때마다 천2백 대 정도가 주차장이 아닌 도로에 주차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주차장이 부족하니 경기 때마다 불편함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주말이면 만5천여 명이 찾아와 관람객이 50%나 급증하니 야구장 오가는 길은 더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 "야구 보는 재미도 줄었다"

야구장을 지을 때 기아타이거즈는 수많은 요구사항을 광주광역시에 보냈다. 이건 이렇게 지어달라, 설계를 변경해달라 요구했고 대부분 반영됐다. 그런데 정작 장소 선정에는 아무런 의견을 못 낸 것일까? 기아타이거즈 관계자들은 "구단 내부에서도 평동산단 쪽 시 외곽을 선호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 의견을 강하게 내기는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도심 한복판에 지어놓으니 기아타이거즈도 인근 주민들민원에 머리가 아프다. 야구장에서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아파트 거실에서는 야구장의 확성기와 응원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마치 야구장에 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한 밤에도 야구장 조명이 아이들 방을 환하게 밝혀 여름밤이 힘들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기쁨과 흥겨움의 시간이지만 같은 시각 이웃에겐 짜증과 불편함의 순간인 것이다. 취재진이 간 날은 광주 북구청에서 소음 측정을 나오고, 기아 관계자 여러 명도 소음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기아 측에서 확성기 소리를 대폭 줄여 소음은 63데시벨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갑자기 확성기 소음이 줄었다며 반겼다. 하지만 야구장에서는 "음악도 크게 틀고, 응원도 신나게 하면서 야구를 보고 싶다"며 야구팬들이 기아 측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 일단 짓고 보자 VS 지을 때 잘 지어야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 동안 광주 새 야구장에 관련된 광주광역시의 문서 270여 건을 청구해서 살펴봤다. 교통 정체가 뻔했지만 일단 짓고 보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승용차를 타고 온 관람객을 돌려보낼 수도 없고, 야구를 조용히 보라고 할 수도 없다. 이 불편함은 앞으로 얼마를 갈지 모르겠다. 전 광주 야구장 건립추진위원장 조용준 씨는 "앞으로 10~20년 뒤 인구가 감소하면 자동차 대신 시내버스를 많이 타게 될 것이라며 먼 미래를 보고 야구장을 지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불편함이 계속될지 아니면 버스를 타고 야구장에 가는 사람들이 늘어 주차장이 한산해질지 궁금하다. 앞으로 50년을 보고 새 야구장을 지어달라고 제안을 냈던 한 시민의 바람은 이뤄진 것일까?

KBS1TV 광주 <시사현장 맥> 야구장 가는 길이 '지옥길'인 이유 오는 16일 화요일 저녁 7시30분 방송

김기중기자 (good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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