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환 사태' KBO리그 부상자 명단 제도 도입 시급
프로야구 한화가 2014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2순위) 지명선수인 우완 투수 최영환(23)을 결국 놓쳤다. 롯데는 한화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최영환을 10일 영입했다고 밝혔다.
최영환은 2014시즌 기대를 모은 신인이었다. 다소 독특한 투구폼에서 150㎞에 가까운 공을 던졌다. 힘있는 공에다 배짱이 두둑했기 때문에 장차 팀의 마무리 투수감으로 성장이 기대됐다.
한화는 1년 전 상위 지명 선수를 보류선수 명단에 묶지 못했다. 육성선수 전환을 통해 보류권을 유지하려 했지만 최영환은 신분 전환 대신 롯데행을 택했다. 현재 KBO 규약상 문제는 없다. 롯데는 최영환이 수술 때문에 내년 시즌 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최영환 영입을 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른바 DL(disabled list)이라 불리는 부상자 명단 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영환은 입단 첫 해였던 2014년 50경기에 나와 1승2패, 1세이브, 2홀드, 방어율 7.10을 기록했고 올시즌 1경기에 등판해 1.1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퓨처스에서 26경기에 등판해 2승1패 6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 9월30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했다. 이틀 뒤인 10월 2일에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이 이어졌다. 적어도 내년 시즌 등판은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다른 구단들은 이런 경우 ‘임의 탈퇴’라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SK가 팔꿈치 수술을 한 유망주 투수 2명을 임의탈퇴 시킨 상황에서 마무리 캠프에 데려갔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서둘러 귀국시킨 바 있다.
KBO 구단의 선수 보유 한도는 65명이다. 나머지는 육성선수 형태로 보유하게 되는 데 이들의 신분은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1년 동안 뛰지 못하는 선수를 보류선수로 묶어두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오히려 장기 부상 선수에 대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육성선수 한 명이 등록선수로 전환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DL 제도는 25인 혹은 40인 로스터를 활용하기 위한 제도다. 뛸 수 없는 선수를 로스터에서 빼서 여유를 두게 하기 위한 장치다.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게 되면 우리의 65인 보유한도와 비슷한 40인 로스터에 빈 자리를 만들 수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피츠버그의 강정호 모두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부상자 명단 제도는 경기 중 부상에 따른 FA 등록일 수 손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제도에 따르면 부상을 당할 경우 1군에서 제외된 시간 만큼 FA 자격을 위한 등록일 숫자를 손해보게 된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날짜를 1군 등록 일수에 포함시킨다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KBO리그 특성상 FA 등록일 수 포함 여부를 구분하기 위해 1군 DL, 2군 DL을 구분하는 등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구단의 일방적인 DL 결정을 막기 위해 선수협회의 공증을 받게 하는 등의 절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화는 이번 보류선수 명단 결정에 있어서 부상 선수들을 상당 수 제외했다. 한화는 이들에 대해 육성선수 전환을 통해 연봉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규약대로라면 부상 선수들의 신분이 불안해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거꾸로 부상자 명단 제도는 오히려 경기나 훈련 중 다친 선수들의 신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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