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그랜드슬램 꿈 포기 못해요"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참 아쉽네요."
2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기아클래식 4라운드를 2오버파 74타로 마친 박세리(39·하나금융)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최종 합계 3오버파 291타로 하위권에 머문 박세리는 나흘 뒤 개막하는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출전이 무산됐다.
상금랭킹 80위 이내에 진입해야 ANA 인스퍼레이션 출전권을 받을 수 있지만 기아 클래식에서 충분한 상금을 따내지 못한 탓이다.
ANA 인스퍼레이션은 박세리에게 의미가 각별하다.
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모두 제패한 박세리는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컵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했다.
이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세리지만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한번 이상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미완의 꿈이다.
박세리는 내년에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지만 출전조차 못하게 되자 아쉬움은 더 컸다.
하지만 박세리는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은퇴는 하겠지만 다른 대회는 몰라도 ANA 인스퍼레이션만큼은 기회가 닿는대로 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LPGA투어가 에비앙 챔피언십을 새로 메이저대회에 편입해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을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지만 박세리는 "그래도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해야 진짜 그랜드슬램 아니냐"며 ANA 인스퍼레이션에 대한 집념을 드러냈다.
박세리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카리 웹(호주)과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박세리보다 3살 연상인 웹은 한때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와 함께 LPGA투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던 대스타.
박세리는 "동반 플레이를 해본 지 2년이 넘는 것 같다"면서 "경기 내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소렌스탐 언니 때문에 우리 둘은 참 여러번 우승 기회를 놓쳤다"면서 웃었다고 박세리는 소개했다.
박세리가 내년에 은퇴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웹은 박세리의 전성기 때 얘기를 주로 화제로 삼았다. 하지만 은퇴라는 말은 입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를 마치고 박세리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박세리는 "오래된 친구"라면서 "서로 마음이 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ANA 인스퍼레이션 기간에 박세리는 후배 선수들에게 '집밥'을 해먹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대회장 인근에 저택이 있는 박세리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으니 집으로 후배들을 초청해 맛있는 밥을 해먹이며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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