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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S] K리그 성명학 | ③ 이름을 바꾸니까 이적 제의가 왔다고?

김정용 입력 2016.04.02. 13:00 수정 2016.04.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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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하면 정말 효과가 있나요?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성과 이름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한 사람의 정체성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 집단을 구성하는 이들의 성과 이름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풋볼리스트`가 2016시즌 K리그에 등록한 선수들의 성과 이름을 둘러본 것도 같은 이유다. 그 안에는 은근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한국인의 이름은 오묘하다. 그들의 이름엔 최소 한 글자, 보통 세 글자의 한자가 포함돼 있다. 한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단어, 때론 하나의 문장, 심지어 하나의 이야기를 함축한다. 한 인간의 운명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부침도 사연도 많은 축구선수의 부모들은 자식이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지 않을 때 이름이든 뭐든 바꿔보고 싶기 마련이다.

성명학에선 한자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이미 유명해져 이름을 바꾸기 난감한 이동국의 경우 가운데 한자만 바꾸기도 했다. 물론 개명 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추락한 선수들도 있다. 여기엔 긍정적인 효과를 봤거나, 최소한 비상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선수들만 추려서 소개한다.

이동국(전 이동국)

이동국은 2007년 가운데 글자를 동녘 동(東)에서 같을 동(同)으로 바꿨다.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 진출해 고군분투하던 시기였다. 잉글랜드 진출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축구 인생을 2007년 앞뒤로 나눈다면 분명 뒤쪽에 대부분의 영광이 몰려 있다. 2007년 이전 K리그에서 탄 상은 신인상이 전부였지만 2009년 전북현대에 입단한 뒤 K리그 득점왕, 도움왕, MVP,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득점상등을 두루 수상했다. 심지어 KBS 연예대상 엔터테이너상까지!

이정협(전 이정기)

부산의 공격수 이정기는 아래 등장할 선배 수비수 이원영(전 이정호)이 이름을 바꾸는 걸 보고 개명 분위기에 동참했다. 2014년 2월 법적으로 개명을 마쳤고, 이즈음 입대해 3월 9일 상주상무 소속으로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득점했다. 겨우 한달여 만에 개명 효과를 본 셈이다. 그때부터 이정협의 축구 인생은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르게 달라졌다. 상주에서 4골을 넣고 2015년엔 국가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도약,올해 울산현대에 임대돼 뛰고 있다.

이원영(전 이정호)

이름이 이정호였던 2011년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제명됐다. 이듬해 무죄 판결을 받고 징계가 완화돼 2013년 현역으로 복귀했다. 작명가인 친구 아버지가 새 이름을 제안했고, 이원영은 상처가 있는 과거의 이름과 작별하고 새 이름을 받았다. 가족들도 각자 운수가 트이는 새 이름을 받았다. 이후 대단히 잘 풀린 건 아니었지만 2015년 태국 파타야유나이티드에서 성공적인 해외 생활을 한 뒤 이번 시즌 부산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원영은 개명 이후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전우영(전 전성찬)

2011년, 귀여운 눈매와 번뜩이는 공격 가담으로 기대를 모은 성남일화의 신인 전성찬이 있었다. 이듬해부터 부상에 시달렸고, 2013년 부산아이파크로 이적한 뒤에도 데뷔 당시의 경기력을 되찾진 못했다. 그러다 올해 이름을 바꿨는데 묘하게 바로 효과를 봤다. 개명 신청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전남드래곤즈가 영입 제안을 했다. 현재까지 2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새 이름으로 태어난지 몇 달 되지 않은 전우영의 축구 인생은 지금까지 흠잡을 데 없다.

황재훈(전 황병인)

경남FC 미드필더 황병인은 2013년 9월 황재훈으로 개명했다. 그때까지 상주상무 시절과 경남을 합쳐 K리그 6경기 출장이 전부인 선수였다. 반전은 충주험멜을 거쳐 수원FC로 이적한 2015년 시작됐다. 황재훈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독하게 훈련했고, 조덕제 감독이 이 모습을 다른 선수들의 귀감으로 제시하며 경기에 내보냈다. 이번 시즌 초반 두 경기에 모두 출장하며 어엿한 K리그 클래식 선수가 됐다. 이름 하나 바꿨다고 인생이 바뀌겠는가. 노력해야 인생이 바뀐다. 새 이름의 있을 재(在) 향기 훈(焄)은 사실 땀냄새가 난다는 뜻일지도.

황지웅(전 황명규)

2012년 대전시티즌에 신인으로 입단한 황명규는 1년 뒤 지웅이란 새 이름으로 나타났다. 그해 대전은 강등됐지만, 황지웅은 막판 3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가라앉는 팀의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이듬해부터 주전급으로 줄곧 활약하다 올해 안산무궁화로 입대했다.

정운(전 정부식)

크로아티아 귀화 권유를 받았다는 사연으로 화제를 모았고, 이번 시즌 제주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K리그로 돌아온 정운. 배우 예명 같은 멋진 이름의 소유자지만 원래 정부식이라는 뭔가 유학자같은 이름이었다. 정부식 시절에도 청소년대표팀에 뽑힌 적이 있지만 2009 U-20 월드컵 스쿼드엔 낙방했다. 2008년 드래프트에 급제해 울산현대에 입단했다. 크로아티아에서 3년을 보낸 뒤 이번 시즌 K리거로 돌아왔다.

김도엽(전 김인한)

한때 경남FC의 가장 중요한 공격수였으나 2013년 내내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은 김인한은 2014년 김도엽으로 개명했다. 이듬해 입대해 K리그 챌린지에서 18경기 6골로 부활 조짐을 보였고,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온 이번 시즌에도 계속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최용우(전 최수빈)

최근 내셔널리그에서 대표적으로 개명 효과를 본 선수다. 여성스런 이름 최수빈을 버리고 최용우로 개명한 2015년, 그는 목포시청을 플레이오프 4강에 올려놓았다. 주위에서 개명을 권한지는 오래 됐으나 독실한 기독교인이라 2년 동안 망설였다는데, 더 일찍 고쳤어야 할 뻔했다.

정설빈(전 정혜인)

16세에 여자대표팀에 데뷔한 스트라이커 정설빈은 2011년 부상 불운을 떨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이후 다치는 빈도가 줄어들고, 기량이 안정되고, 대표팀 입지가 넓어졌다.

곽선우(전 곽균열)

심지어 경영자 중에서도 개명 사례가 있다.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이사는 지난해 이름을 곽균열에서 선우로 바꿨다. `좋은 친구`라는 뜻에 의의를 뒀다. FC안양 창단에 참여했던 그는 최근 국민의당 안양 동안구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이우진(전 이강진), 김성주(전 김영근), 용재현(전 용현진)

개명 효과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우진은 이강진으로 불린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천재 수비수로 각광받았으나 지난 3년간 프로 무대에서 부침을 겪었고, 올해 제주유나이티드에서 재기를 노린다. 김성주는 J리그를 거쳐 지난해 서울이랜드FC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고, 개명 이후 올해부터 상주상무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7년차 풀백 용재현은 인천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지난해 이름을 바꿨고, 올해 부산아이파크로 이적해 도약을 꿈꾼다.

글=김정용 기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