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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디움 기행] ④ 성남, '한국형 시민구단' 모델 될 수 있을까?

류청 입력 2016. 04. 0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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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과 이재명 시장은 시민구단의 성공기를 쓸 수 있을까?


[풋볼리스트] 경기장은 그저 배경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자 역사다. `풋볼리스트`는 전세계 의미 있는 스타디움을 직접 답사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학부)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대학원) 학생과 연구원들의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화려한 역사를 써 내려갔던 성남일화가 대구FC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구단 역사를 2013년 11월 23일 마무리했다. 성남일화는 K리그에서 수 많은 우승기록을 써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색채와 팬들과의 소통 부재, 성적 최우선주의에 따른 마케팅 관심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관중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전통의 강호 성남일화의 마지막 홈경기였던 이 날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료로 진행되는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모인 2,165명에 불과한 팬들의 숫자는 어쩌면 성남일화가 걸어온 발자취를 대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성남일화의 박규남 사장은 "성남일화는 가지만 성남 시민축구단이 온다.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대한민국 정상의 팀이 되길 기원한다"며 쓸쓸히 퇴장했다.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화려한 역사를 뒤로하고 떠나는 성남일화에 대한 아쉬움과 새롭게 창단될 시민구단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많은 기대와 우려를 안고 우여곡절 끝에 창단된 성남FC는 시민구단으로써의 한계를 넘어 우수한 성적과 관중 동원을 기록하며 현재 K리그 시민구단의 선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아직 성공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프로축구에 냉담했던 연고지 성남에서 어떤 이유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일까?

① 성남시의 정책과 함께 전개되는 지역 밀착 마케팅

성남FC가 빠른 속도로 성남시의 팀으로 자리잡고 있는 한 요인은 성남만의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케팅 활동이다.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의 발전방안을 놓고 빠짐없이 나오는 얘기 중의 하나는 바로 지역 밀착 마케팅. 특히 일본, 미국 등의 스포츠 구단 운영 사례를 벤치마크 한 지역 밀착 마케팅을 통한 팬 베이스 확대는 구단 운영관계자가 모두 그 중요성을 인식했고 그에 발맞춰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봉사활동, 행사를 진행했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일쑤였다. 지역사회와 구단 양 측이 윈-윈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구단의 팬으로 시민들을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이 적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성남FC는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민구단이라는 이점을 활용하여 지자체 정책과 지원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남시를 연고로 한 기업, 병원, 상권, 시민 등과 융화되는 지역마케팅을 전개했다.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과 연계

지난 해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성남시와 성남상권활성화재단이 개최한 푸드락 콘서트에 이재명 시장과 함께 성남FC 선수단이 참가하여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힘을 보탰다. 이를 계기로 전통시장과 연계해 선수들의 네이밍을 활용한 `의조빠닭`, `두현두목 김밥` 등 먹거리 6종세트를 개발하여 홈 경기 개최 시 경기장 내에서 점포를 운영하여 판매하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다양한 먹거리 제공을 통해 경기장을 방문하는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전통시장과 상인들은 자신의 시장과 상점을 홍보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또한 경기장 주변에 있는 야탑 역 먹자골목의 상권을 활용한 축구거리 `까치독존`을 조성하여 경기장 티켓 또는 유니폼을 착용한 팬들에게 할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상권을 통한 마케팅과 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성남FC의 지역마케팅은 성남시에서 추진 중인 상권 활성화 계획에 따른 정책과 맞물려 비교적 자연스럽게 추진되고 있다. 물론 단순한 먹거리 개발이나 전통시장 홍보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구단의 장기적인 수익을 구축하기 위한 지역 스폰서 유치와 수익성이 높은 상품개발로 이어져야 한다. `까치독존`의 경우도 협약한 상권과의 홍보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팬들이 할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 부분은 개선되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시정(市政)과 축구단 마케팅의 상생

성남FC는 지역병원과의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현재 성남 지역 13곳의 병원과 메디컬 서포터즈 협약을 체결하여 홈 경기 시 현장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분당 베스트 병원의 후원으로 동계훈련 팬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였고 연세 김남수 안과와의 협약을 통해 시즌권 구매자들에게 무료안과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성남FC는 작년부터 분당 차병원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여 후원을 받고 유니폼과 경기장에 대한 광고 등의 스폰서십 권리를 제공함으로써 긴밀한 상생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왜 성남FC는 유독 지역 병원과의 유대 관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성남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의료관광 활성화 협의회를 발족하며 의료관광사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분주하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분당제생병원, 분당차병원, 보바스기념병원 등 21곳의 지역병원과 지역 내 호텔, 백화점뿐만 아니라 성남FC도 관광서비스 컨텐츠 분야로써 협의회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지난 해 광저우헝다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홈 경기에서 4,500여명의 중국인이 경기 관람을 위해 성남시를 찾으면서 축구팀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는데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성남FC는 성남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과 문화, 경제사업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업체, 기관 등과의 접점을 구축하여 이를 활용한 스폰서십 계약과 축구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성남시의 지원과 정책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의료 기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있는 지역 기업과의 협력 구축을 통한 마케팅, CSR 활동과 스폰서십을 확보함으로써 성남시의 재정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인 수익모델을 갖춘 진정한 시민구단으로써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② 구단주 이재명 시장

다수의 시민구단이 재정적 악화 및 그로 인한 선수단 규모 축소에 따른 성적 부진 à 관중 감소 à 재정 악화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더욱이 시민구단은 구단주가 지속적으로 바뀌는 구조 속에서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갖추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남FC 역시 성남시의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기업 구단과 달리 풍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해 안정적인 예산을 편성하여 선수단을 운영하고 나아가 축구센터를 건립하여 선수들의 클럽하우스와 숙소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런 성남FC 구단 운영의 중심에는 구단주 이재명 시장이 서 있다. 성남FC를 인수했던 초기에 구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FA컵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로 그의 축구단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져갔다. 축구단 운영은 자칫 세금낭비일 수 있다는 그의 인식이 이제는 투자와 장기적인 기반 구축을 통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컨텐츠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남FC가 지역과의 상생을 통한 마케팅도 이재명 시장 그리고 성남시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수원시의 염태영 시장과의 SNS 설전을 통한 시민구단 `깃발 더비`라는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내 흥행시키며 K리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축구에 정치가 개입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구단주인 지자체장이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구단을 운영할 경우 근시안적인 구단 운영과 무수히 많은 비리와 폐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성남FC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축구팬들도 이런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어 축구단이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시장은 투명함과 공정한 운영을 전제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구단 운영에 긍정적으로 행사할 경우, 오히려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지자체장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활용하여 적극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축구단을 지원하고, 시정의 방향과 비전 속에서 자연스럽게 축구단이 지역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면 그것이 한국형 시민구단으로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시민구단의 특성상 지자체장이 바뀌면 구단주와 구단 고위 인사들이 대거 바뀌고, 그에 따라 구단에 대한 투자, 운영 방향이 180도 바뀔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성남FC도 이런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정한 한국형 시민구단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 시의 정책과 연계한 구단 운영을 통한 지역밀착마케팅, 축구 외의 컨텐츠를 구축하고 지자체의 재정에 의존하지 않는 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지자체장이 바뀌더라도 일관된 구단 운영이 가능한 행정적 제도가 마련하여 한국의 축구시장에 맞는 시민구단 운영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성남FC 전 서포터즈 단장 김재범씨-좌, 웹툰 작가 샤다라빠 김근석씨-우 ③ 소통을 통한 팀 브랜딩 구축 & K리그에 던진 시사점

성남FC는 마케팅 뿐 아니라 유니폼과 구단 머천다이징에 있어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전부터 K리그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기억할 수 있는 `촌스러움이 가득한 노란색 유니폼`과 `맥콜` 마킹은 성남일화의 과거 상징 중 하나였다. 비록 서포터즈나 충성심 높은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유니폼을 구매했지만 지속적으로 구단에 유니폼 디자인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였다. 팬들은 매해 유니폼이 올해는 조금 개선되었나 기대감을 가졌지만 돌아온 건 언제나 `맥콜`이 박힌 촌스러운 노란색 유니폼이었다. 시민구단으로 재탄생하며 많은 팬들이 가장 먼저 구단에게 요청한 부분도 축구장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입고 다닐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유니폼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창단 첫 해 유니폼은 팬들의 그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망감을 줬지만 2015년부터 검은 색상을 활용한 올 블랙 유니폼을 선보이며 성남 팬은 물론 일반 축구팬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개막전 성남FC가 팬들에게 선보인 시즌회원을 위한 패키지 상품은 굉장히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었다. 심지어 패키지의 디자인 때문에 시즌회원권을 구입하고자 하는 팬들도 있었다.

유니폼과 머천다이징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구단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지만 팀 운영을 위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분야임은 분명하다. 성남FC의 브랜딩 구축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브랜딩 구축의 시발점이 되었던 유니폼 디자인은 팬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성남FC의 창단이 준비되기 전 구단 게시판에는 어느 팬이 새롭게 시작하는 구단의 유니폼, 엠블럼, 마스코트를 디자인을 제안한 글이 올라왔고, 이는 성남 팬들 뿐만 아니라 축구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을 얻게 되었다. 디자인을 제안한 사람은 성남일화 시절부터 오랜 팬이자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샤다라빠` 김근석 씨였다. 그는 "팬들은 지난 13년동안 세련된 컬러와 재질의 유니폼을 갈망했고 성남일화로 대변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팬들도 구단 게시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가 제안한 유니폼을 차용할 것을 제안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여 창단 1년 후 올 블랙 유니폼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제작과정을 설명했다.

김근석씨는 "구단에서 관중 증대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응원하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작점은 바로 디자인이라 생각된다"라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J리그나 유럽 축구클럽을 보더라도 세련되고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유니폼이 많이 있다. 그러나 K리그는 그렇지 않다. 디자인은 성남FC뿐만 아니라 K리그 구단들이 필수적으로 집중해야 되는 분야이다. 대다수 K리그 구단은 디자인이나 머천다이징의 중요성이나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성적지상주의를 벗어나 디자인을 기본으로 팀 브랜딩 형성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구단의 정체성 확립과 응원하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유니폼은 단순히 판매량 증가뿐만 아니라 성남FC의 상징과 정체성을 바꿔나가고 있었다. 유니폼뿐만 아니라 구단의 머천다이징 용품, 경기장 외관, 포스터 등에는 유니폼과 같은 색깔인 검은색과 흰색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구단의 브랜드에 통일성을 부여함으로써 `검은색=성남FC`라는 인식과 정체성을 팬들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또 주목해야 할 것은 구단이 팀의 정체성과 상징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지금의 로열 블랙(Royal Black)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성남FC의 전 서포터즈 단장인 김재범 씨는 "이전과 달리 지금은 구단의 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부분에 대해 팬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니폼뿐만 아니라 새롭게 선보인 먹거리상품, 가변석, 블랙 컨테이너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구단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구단 운영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기존과 다른 디자인, 머천다이징 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팀 브랜딩을 완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경기력까지 선보이며 시민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성남FC의 행보는 K리그의 시민구단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제 K리그 클래식에는 시민구단의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도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시민구단들이 성남FC의 행보를 보고 많을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이전까진 많은 팀들은 해외 리그처럼 될 수 없다고만 외치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방향을 향해 첫 걸음을 뗀 성남FC. 성남FC의 힘찬 변화의 발걸음이 다른 구단들을 위한 선구자의 발자국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박민(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대학원)

사진촬영 및 자료정리=한승신(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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