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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보듯 뻔했기에 보기 더 씁쓸했던 포항의 좌절

김태석 입력 2016. 04. 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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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보듯 뻔했기에 보기 더 씁쓸했던 포항의 좌절



(베스트 일레븐)

애당초 아시아 정상에 도전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탓에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일찌감치 정리하는 게 포항 스틸러스의 2016시즌 운영에 있어 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2015시즌 갖은 노력 끝에 얻어낸 아시아 무대 티켓을 이토록 낭비하듯 날려버리는 것은 대단히 씁쓸하다.

19일 저녁 7시 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7라운드에서 포항이 광저우에 0-2로 완패를 당했다. 포항은 전반 33분 히카르두 굴라트, 후반 1분 가오린에게 연거푸 실점하고 무너졌다.

포항은 어마어마한 몸집을 자랑하는 광저우를 상대로 놀라운 투지를 발휘하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던 2라운드에서 보인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다. 1승 1무 2패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3위로 내려앉은 포항은 2위 우라와 레즈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점을 얻어내야 하며, 만약 내일 시드니 FC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펼칠 우라와 레즈가 승리할 경우 광저우를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지난 맞대결보다 더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며 승리로 장식해야 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포항 선수들은 2라운드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 패기 넘치는 경기력을 통해 광저우를 상대했지만, 전반 33분 히카르두 굴라트에게 실점한 후 지난 맞대결에서 보였던 그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긴 했으나 실력적 면에서 열세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초조함과 조바심에 사로잡혀 정상적 경기를 펼칠 수 없었다.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 철저히 이 한판을 준비했을 최진철 포항 감독도 어떻게 대응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0-2 완패였다. 포항은 6라운드에서 예정된 우라와 원정서 승리하고 시드니가 광저우를 꺾어야 하는 걸 바라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막바지에 몰렸을 때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걸 바라는 것도 힘든데,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연출되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제 아시아 정상을 꿈꿨던 포항의 여정은 사실상 끝난 듯한 분위기다.

누구나 대회에서 탈락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결과 자체만으로는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반드시 짚어야 할 아쉬운 대목이 있다. 지난해 포항이 얼마나 치열한 가운데에서 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땄는지, 그리고 이 아시아 무대에 도전하는 준비가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황선홍 감독 체제의 포항은 2014시즌 K리그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놓친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다시 팀에 안기기 위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총력전을 펼쳤다. 전북 현대·수원 삼성·FC 서울을 상대로 숨가쁘게 치러진 경쟁에서 3위권 내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써 끝내 이를 이뤄냈다. 이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구단 최고의 중흥기라 할 수 있는 황선홍 감독 체제가 팀에 남긴 유산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포항은 아시아 무대에 도전하는 팀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겨울 이적 시장에서 너무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전력이 고스란이 최진철 감독 체제로 이어졌더라면 모를까 김승대·고무열 등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나가는 상황인데도 요지부동이었다. 즉시 전력감이라고는 양동현과 조수철이 전부였고, 그나마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는 양동현 하나 뿐이다.

이런 가운데 경험이 일천한 유소년 출신 선수들로만 아시아 무대와 K리그 클래식을 병행하려고 했다. 뛰어난 재목일지 모르나 당장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자원들을 바탕으로 시즌에 임했으니 좋은 결과를 장담키 어려웠다. 그 결과가 바로 K리그 클래식 10위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사실상 탈락이다. 최진철 감독의 지도력을 탓하기 여부를 떠나, 주어진 창칼이 워낙 좋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리그를 선도하는 명문 클럽임을 자처하던 포항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너무도 준비가 안이했고 불성실했다는 게 시즌 초반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 안타깝다. 물론 재정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이해해도 너무했다. 예상된 가시밭길이자 실패였다. 그래서 포항의 좌초는 너무도 씁쓸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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