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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세돌, 프로기사회 돌연 탈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입력 2016. 05. 19. 03:14 수정 2016. 05. 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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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친목 단체가 출전자격 등 규제.. 프로기사 생활은 그대로 수행" 兄 이상훈 9단과 탈퇴서 제출 한국기원 산하 프로기사회, 탈퇴 규정 없어 대응책 고심

인기 절정을 구가 중인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이 프로기사회를 탈퇴했다. 이 9단은 지난 17일 63스퀘어서 열린 한국바둑리그 개막식장에서 양건 프로기사회장을 만나 미리 준비해 온 탈퇴서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세돌의 친형이자 매니저 역할을 담당해온 이상훈(41) 9단도 동생과 함께 탈퇴서를 냈다.

이세돌 형제는 기사회를 탈퇴하더라도 기사 생활은 종전과 다름 없이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탈퇴 사유에 대해 "친목 단체에 불과한 프로기사회가 불합리한 조항들로 기사들을 구속하는 관행을 탈피하려는 것"이라며 "한국기원 구성원으로서 기사직까지 떠난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사회에 속하지 않고 한국기원 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기사는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구상은 한국기원과의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세돌 측이 기사회 규정 가운데서 꼽은 대표적인 독소 조항은 ▲기사회 탈퇴 시 한국기원 주최 기전에 일절 참가할 수 없다 ▲기사들의 수입에서 3~5%의 적립금을 일률적으로 공제한다는 것 2가지다. 적립금의 경우 퇴직 시 위로금 상한선이 4000만원에 묶여 있어 고소득 기사들에게 특히 불만 요인으로 잠복해 왔다. 이세돌 측은 이들 조항의 절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법적 판결에 의지할 뜻을 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세돌 형제는 표면적으론 "한국기원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외국 주최 대회 출전 수익 중 10%를 납부하는 기원 발전기금 등 기원의 다른 정책은 대부분 그대로 따를 작정"이라고도 했다.

이번 사태가 빚어진 근본 원인으론 기사회란 조직에 대한 법적 근거 또는 기능을 명문화해 놓지 않은 점이 꼽힌다. 한국기원 정관엔 프로기사회와 관련해 '소속 기사의 품위 향상과 기력 연마를 촉진하고 본원 운영에 참여케 하기 위해 기사회를 둔다'고 딱 한 줄 나올 뿐. 조직의 법적 위상이나 권리 및 의무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이세돌 측은 "탤런트협회, 가수협회처럼 기사회도 단순한 친목 단체이므로 가입이나 탈퇴는 자유"라고 말하고 있다. 기사회에 대한 인식이 180도 다른 것이다.

소속 기사 20~30명으로 운영되던 시절의 기사회 운영 시스템을 300명을 넘긴 지금까지 답습하고 있는 게 문제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이세돌 측의 문제 제기를 비판만 하기보다는 한국기원의 오래된 규정들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당혹스럽기로는 한국기원보다 기사회 측이 더 해 보인다. 이세돌의 탈퇴를 허용할 경우 그의 비중으로 보아 타격이 너무 큰 데다 일부 기사의 동조 탈퇴 현상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반대하자니 명분이나 배경이 녹록하지 않다. 양건 프로기사회장은 19일 오전 기사 대의원회를 소집, 대책을 논의할 계획인데 격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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