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의 깊은 맛"..세계 100대 골프장 로열 도녹을 가다

조희찬 2016. 7. 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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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도녹 골프장 3번홀(사진=조희찬 기자)
[인버네스(스코틀랜드)=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평양냉면 같았다.” 올해로 문을 연 지 400년째가 되는 스코틀랜드 로열 도녹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온 고덕호 SBS골프 해설위원의 소감이다. 골프장은 인공 첨가제 없이 골프의 가장 깊고 순수한 맛을 냈다.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서 북쪽으로 1시간 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로열 도녹 골프장은 골프다이제스트, 골프월드 등 유슈의 잡지들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골프장에 항상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첫 인상은 ‘세계 100대’라는 타이틀로 부풀어 올랐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스코틀랜드풍으로 지어진 2층 높이의 클럽하우스는 분위기는 있어 보였지만 화려하진 않았다.

나무로 된 클럽하우스 문을 열자 골프장 클럽의 회장을 지낸 인물들의 초상화가 보였다. 바닥은 카펫 재질의 매트가 깔려 있었다. 약 15평 남짓한 클럽하우스 로비는 골프장의 400년 역사를 느끼게 해줬지만 동시에 소박했다. 두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남자 라커룸이 보였다. 라커룸 내 사물함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샤워룸은 1인 1부스 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부스도 4개가 전부였다. 탕이나 사우나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라커룸 탐방을 끝내고 나오자 골프장 직원이 “모자 벗어주세요”라며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벽에 있는 안내문을 확인하라는듯 손짓을 했다. 안내문에는 ‘복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이용객은 클럽하우스 또는 골프 코스를 떠나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골프장 직원 로디 딩웰(74) 씨는 간소함이 로열 도녹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8년째 골프장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는 그는 “우리는 화려한 리조트나 시설이 없다. 다만 골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고 있다. 드레스코드 역시 골프장에 대한 최소한의 에티켓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소함만으로 세계 100대 골프장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라운드를 직접 도는 기회를 얻진 못했지만 골프장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짐 엘리엇(65) 씨를 따라 골프장을 견학할 기회를 얻었다.

‘FIRST’라는 이름을 가진 1번홀을 걸었다. 이름 그대로 첫 번째 홀이었을 뿐 뿐 특별함은 없었다. 직원이 가르킨 키 높이 포대 그린은 우리나라에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ORD’의 이름을 가진 2번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깊은 벙커 역시 우리나라에도 많다.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었더니 엘리엇 씨가 웃었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2번홀 그린 뒤로 갈대밭이 나왔고 그 사이를 걸어갔다. 약 10초 후 해안선을 따라 골프장이 펼쳐졌다. 숨이 턱 막혔다. 우측에 바다를 낀 코스 페어웨이 사이에는 연분홍빛의 갈대가 춤추고 있었다. 파도 소리는 경쾌했다. 바다 위로 보이는 구름 벽은 서 있는 이곳이 스코틀랜드임을 알려줬다.

클럽하우스에서 점점 멀어져갔다가 해안선을 따라 돌아왔다. 6722야드는 짧게만 느껴졌다. 엘리엇 씨는 “우리 골프장의 회원은 약 1650명인데 이 중 1100명이 미국인이다”라며 “지난주에 미국인들이 오갔는데 정신이 없었다. 매우 시끄러웠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엘리엇 씨는 골프장이 점차 외국 자본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염려되는 듯했다.

고덕호 위원은 이날 두 번째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로열 도녹에서 열리는 발렌타인 인터내셔널컵 한국팀의 골프 코치로서 라운드를 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는 “첫날 라운드에는 코스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왜 100대 골프장에 드는지 솔직히 의문이 들었다”며 “하지만 오늘 알겠다. 코스가 꼭 평양냉면 같다. 첫술에는 맛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먹으면 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골프의 맛을 내기 위해 최소한의 재료만 들어간다. 몇몇 홀에선 울컥하기까지 했다. 올드 코스의 위대함을 절실히 느끼고 간다”고 말했다.
로열 도녹 클럽하우스 입구(사진=조희찬 기자)
(사진=조희찬 기자)

조희찬 (etwood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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