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이야기]절대 긍정의 사나이, MVP의 '이안' 안준형

2016. 7. 2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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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고 근엄한 세계 최고의 무대 롤챔스 코리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MVP의 이야기다. 승강전에서 콩두 몬스터를 제물로 롤챔스에 입성한 MVP의 현재 성적은 6위. 신생팀이나 다를 바 없는 MVP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이는 그들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아닌 '긍정의 힘'에 있다. MVP가 추구하는 '긍정 롤'은 아군의 실수를 옹호하고, 좋은 방향으로 팀을 이끄는 게임 내의 멘탈 관리법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안' 안준형이 있다. 안준형은 별 볼일 없던 테스트 멤버였으나, 일관성 있는 긍정적 태도 덕에 MVP에 입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권재환 감독은 그를 두고 "팀 내에서 가장 4차원인 선수"라고 말했을 정도다.
 
안준형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야말로 나의 게임 스승이다"고 스스럼없이 표현한 안준형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각종 게임들을 섭렵했다. 보통의 어머니들이 게임을 공부의 방해 요소로 보거나 중독을 우려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긍정 사나이' 안준형이 실버 티어에서 단기간에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직접 그 과정을 들어 보기로 했다.
 

- 간단한 자기 소개부터 부탁 드릴게요.
▶ 안녕하세요. 이번 시즌 롤챔스에서 데뷔한 MVP의 미드 라이너 '이안' 안준형입니다.
 
- 어떻게 MVP에 입단하게 됐어요?
▶ 테스트를 볼 당시에 보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분위기 파악에 나서요. 사적인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있고, 저처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밝은 모습 덕에 테스트 때 잘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뽑힌 것 같아요.
 
- 처음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찬성하셨어요?
▶ 당연히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셨죠(웃음). 몇몇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고, 챌린저 티어를 찍었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허락해주시더라고요. 그 당시 '애드' 강건모와 한 팀이었어요. 함께 CJ 1차 테스트도 봤었는데, 아쉽게 탈락했네요.
 
- 챌린저 티어는 언제 달성하게 됐어요?
▶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롤을 했는데, 시즌2에 때 1490점으로 실버 티어였어요. 그리고 시즌3랑 시즌4에서 각각 골드와 플래티넘 티어를 찍었고, 시즌5에 들어서 마스터와 챌린저를 오갔죠.
 
- 재능파에 가깝네요?
▶ 저랑 같이 입단한 '비욘드' 김규석도 다이아 하위 티어에 있다가 프로게이머가 된 케이스거든요. 당연히 서로 노력을 많이 했지만, 저희 둘 다 재능파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 프로게이머를 하는데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어요.
▶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게임기를 사주셔서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어요. 본격적으로 PC게임을 즐기게 된 시기부터는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어머니도 워낙 게임을 좋아하셔서 RPG 게임 내에서 네임드였거든요. 옆에서 저는 '쩔'(온라인 게임에서 고렙이 저렙을 키워준다는 뜻)을 받고 그랬죠. 게임으로 따지면 저는 다이아 수저였어요(웃음).
 
- 그런데 왜 반대를 하셨던 거예요?
▶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중학교 3학년 때 갑자기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했으니 어떤 부모님께서 찬성을 하시겠어요. 놀라시면서 걱정도 많이 하시고, 자꾸 싸우다 보니 엄청 우셨어요. 나중에는 향후 진로에 대해 상담해 주셨고, 티어를 올림으로써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니까 허락해 주셨어요.
 
- 지금은 어머니가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 맞아요. 응원해주시려고 한 경기도 빠짐없이 다 찾아오셨어요. 심지어 챌린저스 코리아 때도 MVP 경기를 포함해 다른 팀 경기까지 다 보셨어요. 그 덕에 롤에 대해서 점차 알기 시작하면서 저희가 연패를 해도 어떻게 kt같은 강팀을 꺾냐며 먼저 위로를 해주시더라고요.
 
나중에는 점차 성적이 좋아지니까 즐겁게 관람하세요. 문제가 있다면 어머니가 자꾸 롤을 하려고 하세요. 채팅 때문에라도 절대 못하게 말리고 있는데, 과거에 제가 프로게이머를 한다고 했을 때 말리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 제 입장이 된 것 같아요.
 
- 어머니랑 취미생활을 공유해서 그런지 성격도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 어머니도 엄청 긍정적이에요. 제가 형편없는 성적표를 보여 드려도 역시 내 아들이라고 쓰다듬어주셨어요. 어차피 잘될 녀석이니까 성적에 연연하지 말라고 격려도 해주셨고요.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을 엄청 잘 잊어버리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본인 닮아서 그런 거니까 괜찮다고 위로해주세요.
 

- 롤챔스 내에서 가장 전투를 잘하는 팀을 꼽히고 있잖아요. 그 비결이 뭐예요?
▶ 우리가 정말 운영을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팀원들이랑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전투만큼은 꼭 잘하자라고 의견교환을 해요. 그리고 팀원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더라도 다들 믿고 따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에요?
▶ 1라운드에서 kt에게 3억제기를 밀고도 패한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그때 전용준 캐스터님이 주차장에서 정말 잘했으니 힘내라고 격려해주셔서 굉장히 좋았어요.
 
-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뭐였어요?

▶ 아무래도 SK텔레콤과의 경기였죠.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정말 잘해서 숨을 못 쉴 지경이었어요. 분명히 자신감도 있고, SK텔레콤과 연습 경기를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스타일을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저희가 SK텔레콤을 상대하는 법을 모르더라고요(웃음). 서로 모르면 반반이어야 하는데, 저희만 몰랐던 셈이죠. 경기 시작 10분만에 왜 SK텔레콤은 아무도 죽지 않냐면서 팀원들 모두 웃었어요.

- 평소 MVP의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 다들 멍청한 건지 착한 건지 모를 정도에요. 그 정도로 전부 밝아서 팀원들 모두 좋아요.
 
- 패하면 분위기가 안 좋지 않아요?
▶ 당연히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서로 실수한 부분을 가지고 장난 치면서 놀리다가 진지한 분위기로 피드백을 주고 받아요. 그런 해결과정을 통해 서로 강해진 것 같다면서 뿌듯해하면서 화목함이 유지 돼요. 만약 다툼이 길어지면 다른 팀원들이 그냥 둘이 사귀라고 분위기 전환을 해줘요.

- 롤챔스에 올라와서 가장 좋았던 점은 뭐예요?
▶ 무엇보다 팬이 생겼다는 게 가장 좋아요. 이렇게 큰 목소리로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 권재환 감독님의 말에 따르면 안준형이 가장 4차원이라고 하던데요.
▶ 저 말고도 팀원 모두 이상해요(웃음). 제가 최고라 그렇지 (강)건모는 19금 애드리브를 치고, (오)현식이 형은 질 때마다 군대 가야 한다고 한탄해요. 그리고 (김)규석이는 입으로는 팀원 탓 하면서 채팅으로는 "괜찮아요. 이길 수 있어요"라고 말해요.
 

- 챌린저스 코리아에서는 '대장'이었는데, 롤챔스 예상 순위는 10위였어요.
▶ 저는 개인적으로 강등권은 아니라 생각했어요. 잘만하면 6~7위까지는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 챌린저스 코리아와 롤챔스 무대를 비교해보면 어때요?
▶ 상위 리그인 롤챔스가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죠. 우선 경기석에서 차이가 커요. 저는 자리를 넓게 쓰는 편이라 평소에 의자를 뒤로 빼놓고 있는데, 감독님이 자꾸 뒤에 계셔서 끼였던 기억이 나요(웃음). 그리고 방음 헤드셋이 너무 조여서 많이 아팠어요.
 
-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 다들 경기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어요. 서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오더와 브리핑을 하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깔끔하게 인정하는 편이에요. 특히 현식이 형은 부진할 때마다 미안하다며, 울 것 같다고 사과해요(웃음). 종종 싸우다가도 이상한 분위기에서 서로 웃음보가 터지는 바람에 축제 분위기가 돼요.
  
- 마지막으로 목표와 함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롤챔스에서 소소한 목표가 있다면 솔로 킬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그리고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삼성의 '크라운' 이민호 선수인데, 꼭 이민호 선수처럼 좋은 평가 받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 감사 드리고,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사진=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정리=손창식 기자 safe@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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