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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의 우승에는 '왕도'가 없었다

입력 2016.09.12. 14:25 수정 2016.09.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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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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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일본 도쿄돔.

다나카 고스케의 송구가 아라이 다카히로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는 순간 히로시마의 모든 선수가 덕아웃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센트럴리그 맹주 요미우리의 홈구장 도쿄돔에서 1991년 이후 25년 만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도쿄돔의 한 쪽은 붉은 물결로 가득했고, 같은 시각 히로시마 시내는 함성으로 들끓었다. 센트럴리그 6개 구단중 가장 오랫동안 정규 리그 우승이 없었던 히로시마의 갈증은 이렇게 풀렸다.

우승 확정 순간 2위 요미우리와는 무려 15경기 차이가 났다. 요미우리의 승률은 0.520. 3위 요코하마부터는 모두 5할 승률 아래다. 히로시마가 6할3푼대 승률로 리그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8월 14일 이후 우승 확정 때까지는 무려 19승 3패를 기록했다. '리메이크 드라마'를 외치며 선두 탈환을 노렸던 요미우리는 11승 12패로 무너졌다. 종전 히로시마의 역대 시즌 최다승 기록(75승)은 9월 1일에 이미 낡은 숫자가 됐다. 이제 승리의 순간마다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히로시마는 약체 팀의 대명사였다. '18년 연속 B클래스(리그 순위 4위~6위)'는 NPB 역대 2위 기록이다. 개막전 시즌 예상에서도 언론과 전문가들은 히로시마를 4위 자리에 뒀다. 운이 좋으면 한신, 요코하마와 3위를 다투지 않을까 정도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압도적인 우승. 그래서 히로시마의 우승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히로시마의 우승은 '원칙'에 따른 결과다. 과거 여러 우승 팀들도 그랬다. 긴 안목으로 팀을 만들었고, 경험이 쌓인 2년차 감독의 지휘 아래 적재 적소에서 톱니바퀴처럼 팀이 맞물려 돌아갔다.

- 꾸준한 드래프트 전략과 망설임 없는 세대교체

히로시마 도요 카프는 시민 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히로시마의 대기업 마쓰다자동차가 구단 주식의 3분의 1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구단 자회사가 18.5%, 마쓰다자동차 창업주인 마쓰다 가문이 무려 43%의 주식을 소유한다. 실질적으로는 마쓰다 계열이 구단 주식의 95%를 소유하고 있다.

다만 마쓰다 경영진은 적자가 나더라도 구단 경영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지원 금액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히로시마는 '시민구단' 이미지가 강하다. 올해 히로시마의 등록 선수 연봉 총액은 18억9791만엔으로 추정된다. 일본프로야구(NPB) 12개 구단 중 9위다. 1위 소프트뱅크(41억7577만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신인 발굴과 육성이 구단 운영의 핵심이 된다. 소노다 도시히코 스카우트 총괄부장은 40년 스카우트 경력에, 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히로시마는 전통적으로 장래성이 뛰어난 고교 야수와 고시엔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투수 확보를 드래프트 우선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2년 연속 리그 5위에 그친 2010년 드래프트부터 방침이 달라졌다.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고교생이 아닌 와세다대 투수 후쿠이 유야를 지명한 것이다.

이때부터 히로시마의 드래프트는 '유망주'보다 '즉시전력감'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1년 드래프트에선 메이지대 에이스 노무라 유스케와 주쿄가쿠엔대의 '판타지스타'였던 기쿠치 료스케를 지명했다. 2012년엔 올해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투타 만능 고교생 스즈키 세이야를 지명해 올스타급 야수로 키워냈다. 그리고 2013년엔 대학 넘버원 투수인 오세라 다이치, 사회인야구 최고 유격수 다나카 고스케를 뽑았다. 이들은 올해 히로시마 우승의 든든한 축이 됐다.

우승 멤버 중 2010년 드래프트 이후 지명 선수가 무려 11명이다. 히로시마는 FA나 값비싼 외국인 선수를 고용하기 어려운 팀이다. 적극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하려 했다. 그렇다고 어린 유망주의 성장을 오랫동안 기다려줄 여유는 모자랐다.

히로시마의 세대 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포지션은 유격수와 중견수, 그리고 우익수다. 다나카 입단 전까지 히로시마의 주전 유격수는 야수진의 캡틴이자 팬들의 성원을 한 몸에 받았던 베테랑 소요기 에이신이었다. 히로시마는 소요기의 출장 시간을 줄이면서 다나카에게 성장 기회를 줬다. 2015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한 다나카는 올해 센트럴리그 최고의 리드 오프 히터로 거듭났다.

아카마츠 마사토와 아마야 소이치로가 경합하던 중견수 자리에는 2013년부터 마루 요시히토가 풀타임으로 자리잡았다. 마루는 지금 센트럴리그 대표 중견수 대열에 합류했다. 무주공산이던 우익수 자리에는 작년부터 가능성을 보여준 스즈키 세이야가 주전 자리를 꿰찼다. 스즈키는 올해 타율 3할에 30홈런·100타점을 바라보는 22세 대형 외야수로 떠올랐다.

외국인선수인 브레드 엘드레드와 헥터 루나가 주로 기용되는 좌익수와 3루수를 제외한 나머지 6개 포지션의 평균 연령은 28.17세로 젊다. 노장 1루수 아라이 다카히로(39)를 제외하면 26세다. 최근 히로시마와 비슷한 육성전략을 택한 요코하마의 주전 연령은 26.14세다. 하지만 공수 능력에서 모두 히로시마에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히로시마는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이뤄냈다.

긴 안목으로 인내심을 가지면서 선수를 지명한 스카우트진, 이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하면서 키워낸 코칭스태프의 합작품이었다. 아직도 히로시마의 2군에는 노마 다카요시, 야부타 가즈키, 오카다 아키타케, 요코야마 히로키등 주전급 또는 선발 투수급 유망주들이 대기 중이다. 이들은 프로 데뷔 2년도 지나지 않았다.

히로시마의 스카우트진은 소프트뱅크와 더불어 최근 5년간 가장 고교 유망주 선택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 발굴과 육성이 중요한 팀에서 유능한 이들이 책임을 맡았다.

- 뼈아픈 교훈에서 얻은 효율적인 외인 수급

올해와는 반대로 2015년 시즌 전엔 히로시마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2년 연속 A클래스에 진출했고, 에이스 마에다 겐타를 위시해 '13년 만의 승률 5할 달성 멤버'가 건재했다. 여기에 구로다 히로키와 아라이가 각각 메이저리그와 한신에서 돌아왔다.

2014년의 성공에 고무된 모기업 마쓰다는 외국인선수 전력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기존 브레드 엘드레드, 라이넬 로사리오, 듄트 히스에 크리스 존슨(8600만엔), 네이트 슈어홀츠(1억 3900만엔), 헤수스 구스만(1억 800만엔), 마이크 재거스키(4250만엔) 등을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들의 연봉 총액은 6억750만엔. 2015년은 21세기 들어 히로시마가 외국인선수에 가장 많은 지출을 기록한 해가 됐다.

야심찬 투자는 실패로 돌아갔다. 로사리오는 2014시즌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구스만(.230/.336/.420 3홈런 12타점)과 슈어홀츠(.250/.298/.435 10홈런 30타점)는 일본 야구 적응에 실패했다. 마운드에선 존슨이 14승 7패 평균자책점 1.85의 성적으로 센트럴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히스는 마무리 투수 정착에 실패했고, 재거스키는 1군 19경기 등판에 그쳤다. 외국인 타자 약세와 불펜 불안은 지난해 히로시마가 4위에 머무른 큰 이유였다. 결국 엘드레드와 존슨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시즌 종료 후 퇴단 절차를 밟았다. 원래 히로시마의 외국인 선수 수급 전략은 '적은 금액, 팀의 약점 보완, 적응 후 성장 가능성'이었다. '우승 적기'라는 판단 아래 기존 노선을 무시한 대가는 컸다.

그래서 히로시마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갔다. 샌디에이고 출신 강속구 투수 제이 잭슨(7200만엔)과 스윙맨이 가능한 마이너리그 투수 브레이딘 헤겐즈(5700만엔)를 영입했다. 탄탄한 외야진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기에 부상이 잦은 엘드레드의 보험용으로 제이슨 프라이디를 4650만엔이라는 헐값에 영입했다. KBO리그 구단이 외국인선수에 지불하는 액수보다 적다.
승부수는 따로 있었다. 리그 최악의 공격력을 보였던 3루수 자리를 메꾸기 위해 주니치에서 퇴단한 헥터 루나를 1억2천만엔에 영입한 것이다. 주니치에서 2억엔이 넘는 연봉을 받았던 루나는 부상과 부진으로 팀을 떠났다. 2015년 부상 이후 수비력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수비 불안을 감내하면서 공격력 보완을 위해 루나를 선택했다. 올해 외국인선수 총연봉은 5억 7450만엔. 지난해보다 1억3000만엔 정도가 줄어들었다. 지출 면에선 예전의 히로시마로 돌아갔다.

그 결과는? 모든 게 순리대로 풀렸다. 존슨은 14승 6패 평균자책점 2.22으로 리그 최고 왼손 위용을 뽐내고 있다. 셋업맨 잭슨은 40홀드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치오카 류지 이후 팀 최고 셋업맨이다. 헤겐즈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7승 4패 24홀드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6회와 8회를 확실하게 책임져주면서 2년차 마무리인 나카자키 쇼타는 33세이브에 1.34의 방어율로 센트럴리그 대표 마무리가 됐다.

야수 쪽에선 프라이디가 제 몫을 못하긴 했지만 브레드 엘드레드는 .293/.360/.534의 슬래시 라인에 19홈런 46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루나는 부상으로 57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건강할 때는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즌 초반 루나와 엘드레드가 중심 타선에 기용되며 스즈키는 성장할 시간을 벌었다.

KBO와 NPB에서 외국인선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다. 재정에 한계가 있는 히로시마는 적절한 가격에 팀의 약점을 메꿔줄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전략이 기본이다. 2015년 실패에서 원래의 전략으로 돌아갔고, 결과적으로 올해는 대성공이었다. 히로시마는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먼저 도미니카공화국에 야구아카데미를 만든 팀이다.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2년차 감독, 오가타 고이치의 변화

2014년 시즌 뒤 노무라 겐지로 감독이 사퇴했다. 16년 만에 2년 연속 A클래스를 이끌어낸 감독의 사퇴는 구단과 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의 후임은 노무라와 함께 1990년대 히로시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오가타 고이치 코치였다. 데뷔와 은퇴를 히로시마에서 한 프랜차이스 스타 출신. 코치로도 7시즌 뛰었다. 그런 만큼 기대와 부담은 컸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던 히로시마는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014년 A클래스 달성의 원동력이었던 불펜의 난조가 컸다. 선발 투수 출신 히스의 마무리 전환 실패는 시즌 내내 히로시마의 발목을 잡았다. 잇따른 보직 전환 실패와 초보 감독의 투수 교체 미스는 투수진 전체의 불안을 가져왔다. 지난해 히로시마는 구원진 승률 최하위, 1점차 패배 최다, 역전패 최다, 연장전 패배 최다라는 불펜 관련 불명예란 불명예는 다 뒤집어썼다. 팀 평균자책점 2.93이라는 '실력'이 운영 미스로 승리라는 '결과'로 반영되지 못했다.

타선도 확실한 톱 타자의 부재 속에 지나치게 자주 변경됐고, 외국인 타자의 부상과 부진이라는 악재도 만났다. 그 결과 팀 타율은 리그 평균(0.249)에도 미치지 못하는 0.246이었다.

비싼 수업료의 결과였을까. 올시즌 오가타 감독은 말 그대로 '뚝심의 야구'를 밀고 나갔다. 다나카, 기구치, 마루로 이어지는 1~3번 타순은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이들은 45홈런, 176타점, 60도루를 합작하며 NPB 최강 1~3번 라인으로 성장했다. 올시즌 팀 타율은 0.275로 껑충 뛰어올랐다.

불펜 운용도 달라졌다. 주전 마무리로 낙점한 나카자키 쇼타가 시즌 초반 연거푸 블론 세이브를 범하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마무리를 교체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나카자키는 이후 무적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셋업맨 보직을 보장받은 잭슨도 뒤지지 않는 활약을 했다. 특히 구원 투수가 연투하면 확실하게 휴식을 보장했다. 철저한 피로 관리는 시즌 후반부에 빛을 발했다. 작년과는 정반대로 히로시마의 올해 가장 많은 42회 역전승을 기록했다.

선발진에선 사와무라상 수상자 마에다가 미국으로 떠났지만 노무라 유스케가 신인왕 이후 최고의 활약으로 공백을 메웠다. 드래프트에서 뽑았던 1~3년차 투수들이 안정적인 임시 선발 역할을 했다. 마에다의 공백을 모두 메울 수는 없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2.96에서 3.40으로 올랐지만 타선 폭발은 투수진의 부담을 덜었다.

지난해 조급해 보였던 오가타 감독은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선수에게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다. 그 결과 히로시마 구단 사상 최강의 팀이 탄생했다.

모든 것은 장기적인 플랜하에 나온 결과다.

지난해의 예상 못한 실패, 올해의 예상 못한 우승. 그 차이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지난해 히로시마는 30년 만에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구단부터 감독까지 조급증에 사로잡혔다. 기존 팀 운영 방침을 무시했다.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과도한 지출을 했고, 오가타 감독은 매 경기를 일본시리즈처럼 운영했다.

2016 시즌의 히로시마는 달랐다. 특유의 외국인선수 정책으로 돌아갔고, 코칭스태프는 당장의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했다. 지난해 난조였던 불펜은 적절한 외국인 선수 보강과 보직 안정화로 되살아났다. 지난해 부진했던 상위 타선은 타순을 고정하면서 잠재력을 발휘했다. 2번 기쿠치의 희생번트가 지난해 49개에서 23개로 줄어든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번 타자의 출루율이 0.333에서 0.371로 크게 올랐지만 희생번트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런 변화는 1점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맡기는 공격적인 야구의 토대가 됐다.

히로시마는 지난해의 약점을 올해 강점으로 바꿨다. 우승은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다. 5년 여에 걸쳐 장기 플랜 아래 준비를 했고, 전력은 이미 지난해에 어느정도 완성돼 있었다. 하지만 조급증 때문에 결과를 내지 못했고, 올해는 원칙으로 되돌아갔다.

올해 히로시마에서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선수가 루나, 엘드레드, 오세라 다이치 정도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장기 페넌트레이스 운영에서 선수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한 선수도 있었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 우승은 몇몇 선수의 활약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세대 교체를 염두에 둔 구단의 장기적인 플랜과 스카우팅 전략, 과도한 지출을 배제하면서도 소금 같은 역할을 할수 있는 외인의 충원, 한 경기 한 경기 승패에 매달리지 않는 감독의 뚝심있는 시즌 운용과 선수들의 휴식 보장이 만든 결정체가 바로 올해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우승이다. 히로시마의 길은 만년 하위에서 탈출해 11년 만의 A클래스 진출을 노리는 요코하마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얼핏 히로시마의 우승은 2009년 KIA 타이거즈를 연상시킨다. 외인 투수의 활약이 뛰어났고(로페즈·구톰슨과 존슨·잭슨) 예상 이상의 활약을 한 선수(김상현과 아라이)가 있었고, 새로운 마무리(유동훈과 나카자키 쇼타)가 나왔다. 테이블 세터(이용규·김원섭과 다나카·기쿠치)가 좋았고, 투타에서 정신적 지주(이종범·이대진과 아라이·구로다)도 있었다. 그러나 히로시마의 우승은 장기 플랜의 결과로 볼 수 있는 반면, 2009년 KIA의 우승은 모든 좋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 결과에 가깝다. 내년 히로시마는 2010년의 KIA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25년 만의 우승. 거대한 투자도 없었고 슈퍼 스타의 활약도 없었다. 구단이 장기 비전을 뚝심있게 밀고 나갔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2015년과 2016년의 히로시마는 보여주고 있다. 지금 히로시마에는 예비 전력과 유망주가 풍부하다. 주전 평균 연령도 젊다. 오랫동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기틀을 갖췄다. 이 기틀은 매 경기 승부에 매달리는 근시안적인 운용을 배격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히로시마의 우승은 NPB 뿐 아니라 KBO리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명표(한국야구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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