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비키니]MVP급 김재환.. 그러나 표를 줄 수 없는 이유

2016. 9.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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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0.333, 36홈런 깜짝 활약 불구.. 5년전 '애너볼릭' 도핑 적발 전력4년 징계 끝났지만 약효 기간과 무관.. 피나는 노력조차 약물 덕분일 수도본즈도 도핑으로 명예전당 못들어가
[동아일보]
 저는 올해 그 어떤 투표 때도 김재환(28·두산·사진)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작정입니다.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나 골든글러브, 포스트시즌 단계별 MVP 투표 때 그렇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김재환은 타자에게 불리한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면서도 27일 현재 타율 0.333, 36홈런, 119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김재환을 ‘마음속 MVP’로 꼽았습니다. 원래 이런 선수라면 상을 많이 받도록 해주는 게 옳은 일입니다. 제가 표를 주지 않기로 마음먹은 건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전력 때문입니다. 김재환은 2011년 야구월드컵 때 애너볼릭 스테로이드가 나와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나 흘렀는데 약물 효과가 남았을까요?

 팬들 의견은 나뉜 상태입니다. 도핑 전력을 문제 삼는 팬들은 애너볼릭 스테로이드 복용을 중단해도 10년 이상 근육 증가 현상을 볼 수 있다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 이론을 근거로 삼습니다. 거꾸로 김재환을 옹호하는 팬들은 “머슬 메모리는 주류 이론이 아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정한 애너볼릭 스테로이드 최장 징계 기간이 4년이다. 이제 약물 효과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단 이 스테로이드 효과가 4년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WADA에서 징계 기간을 4년으로 삼은 건 아닙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징계 기간은 징역형처럼 처벌의 의미로 정하는 것이다. 더 조심해야 하는 약물일수록 징계 기간도 긴 것이지 약효 지속 기간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심해야 한다’는 건 뭘까요? WADA에서 단지 경기력을 향상시키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물질이라고 무조건 금지하는 게 아닙니다. 이 물질이 선수 건강에 실제적 또는 잠재적 위협이 된다는 증거가 있어야 금지목록 국제표준에 올라갑니다. 애너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 증강 효과만큼 선수 건강에도 위험이 큰 물질입니다. 그 영향이 얼마나 가는지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몸에 1년 동안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5년 동안 그러는지 아직 모르는 물질이 있다면 이 물질을 1년만 조심하고 말 게 아니라 5년 동안 조심하는 게 상식일 겁니다. 이를 거꾸로 대입해 보면 김재환이 일단은 약물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간주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요?

 저도 김재환이 노력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학 풋볼 선수 시절 애너볼릭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고백한 제이 호프먼 미국 뉴저지칼리지 교수(운동생리학)는 “애너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선수가 누리는 최고 이점은 지치지 않고 연습하고 또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재환이 남들보다 더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던 것부터 약물 효과였는지 모릅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김재환은 연봉(올해 5000만 원)을 크게 올려 받을 게 틀림없습니다. 그걸로 그가 노력한 대가는 인정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부에 이어서 명예까지 인정하는 게 옳은 일일까요?

 배리 본즈(52)는 도핑 전 이미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세 차례 뽑혔던 선수지만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그에게 표를 던지는 기자는 아직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도핑 전력이 있는 선수가 후보자로 나왔을 때 기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이와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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