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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은의 포커스in] 'FA 신청' 조영훈, "자랑스런 아빠 되고 싶다"

전수은 기자 입력 2016. 11. 29. 17:45 수정 2016. 11. 2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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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은 여전히 NC를 '우리 팀'으로 부른다(사진=NC)
 
[엠스플뉴스]
 
“딸아이가 태어난지 이제 두 달 됐어요. 아이에게 야구선수로 활약하는 아빠의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주고 싶어요. 가능하면 후보가 아니라 주전으로 뛰는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구요.”
 
베테랑 내야수 조영훈(34)은 요즘 육아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11월 9일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신청한 뒤,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새로 얻은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28일 ‘엠스플뉴스’ 기자가 연락을 취했을 때도 조영훈은 “아이를 재우다 전화를 받았다”며 작은 소리로 웃었다. 
 
“요즘은 집에서 개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어요. 가족들과도 오랜만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구요. 아이 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네요.(웃음) 그래도 잠든 아이를 바라보면 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원소속팀 우선협상기간 폐지, 그 ’부수적 피해’
 
한때 최고 타자 유망주였던 조영훈. 30대 중반이 된 지금, 이제는 투수와 싸우는 법을 알게 됐다고 이야기한다(사진=NC)
 
11일부터 시작된 FA 계약 협상에서 조영훈은 아직 손에 잡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원 소속팀 NC 다이노스와는 딱 한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어요. 계약 얘기는 아직 꺼내지 못했습니다.” 조영훈의 말이다.
 
2차 면담 약속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NC가 ‘젊은 선수 중심’의 팀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선수 입장에서는 초조함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영훈은 “구단에서 연락이 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작년까지는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제도가 있었잖아요.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벌써 몇 번 만나서 협상이라도 해보고 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으니까 아쉬움이 크죠.”
 
한 야구인은 “FA 선수의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제도가 폐지되면서 의도치 않게 ‘경량급’ FA 선수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한다. “구단 입장에선 다른 팀이 데려갈 가능성이 없는 FA 선수와 굳이 서둘러서 협상을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시간이 구단의 편인 거죠.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FA 선수에게 똑같이 보상선수를 내주도록 해놓은 지금의 FA 제도는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1982년생인 조영훈은 내년 시즌 35살이 된다. 수비 포지션은 외국인 선수가 주로 담당하는 1루수다. 현실적으로 다른 구단이 보상선수 부담을 안고 영입을 시도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하지만 보상선수 제도만 없다면, 충분히 다른 구단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타석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선수가 조영훈이다.
 
2016시즌 조영훈은 대타와 백업 1루수로 109경기에 출전해 207타석에 나섰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35에 5홈런 35타점. OPS는 0.905로 팀내 3위이자 리그 100타석 이상 선수 중 22위에 오르는 좋은 기록을 냈다. 2015시즌 0.913에 이어 2년 연속 0.900 이상의 OPS를 기록했다.
 
조영훈은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빠진 경기에서는 선발 1루수로 출전해 종종 ‘보급형 테임즈’급 활약도 펼쳤다. 조영훈이 테임즈의 빈 자리를 착실하게 메운 덕분에, NC는 ‘테임즈 없는’ 경기에서도 5할대 이상의 좋은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16시즌 조영훈이 선발로 출전한 경기에서 NC의 성적은 18승 15패 승률 0.545로 리그 3위 넥센 히어로즈 승률(0.538)보다 높다.
 
“테임즈 빠진 경기에서 많이 이긴 게 제가 잘한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조영훈의 말이다. “물론 테임즈가 없으면 중심타자 하나가 빠진 건 맞지만, ‘우리 팀’이 선수 하나 없다고 약해질 그런 팀은 아니거든요. 모든 선수들이 함께 공백을 채운 덕분에 테임즈 없을 때도 좋은 경기를 한 거죠.”
 
“이제는 투수와 싸우는 법을 알게 됐다”
 
조영훈은 2016시즌 테임즈의 공백을 충실하게 메웠다(사진=NC)
 
지난 2년간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을 묻자, 조영훈은 “남들은 다 일찍 터득하는 방법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같다. 나 자신과 싸우는 게 아니라, 투수와 싸우는 법을 알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는 홈런 욕심에 힘으로만 치려고 했어요. 타석에서는 타격 폼에 신경쓰고 온갖 생각을 하느라 투수가 아닌 제 자신과 싸웠구요. 이제는 투수와 싸울 여유가 생겼어요. 상대 투수의 구종과 투구폼을 살피면서,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생각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죠.”
 
생각의 변화도 조영훈이 좋은 타자로 거듭나는데 도움이 된 요소다. 조영훈은 2014시즌까지만 해도 대타와 백업이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2013년 NC로 이적한 뒤 처음 풀타임을 소화했어요. 1루수로 아주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00안타를 치고 팀내 타율 1위(0.282)를 기록하면서 데뷔 이후 가장 나은 시즌을 보냈죠.” 조영훈의 말이다. 
 
“그런데 이듬해 외국인 선수 제도가 바뀌면서, 테임즈에게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밀려났어요. 그런 현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마음을 잡기가 힘들었어요. 피해의식을 가졌던 거죠.”
 
하지만 테임즈의 괴물같은 활약을 지켜보며, 조영훈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테임즈가 워낙 ‘넘사벽’의 실력을 보여줬잖아요. 인정 안 할 수가 없었죠. 저 친구는 도저히 못 이긴다고 인정을 했어요.” 조영훈은 대신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최고의 타자를 이길 수는 없지만, 그 타자가 빠졌을 때도 타선이 절대 약해 보이지 않도록 내가 기여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생각을 바꾸고 목표를 정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영훈은 여전히 NC를 ‘우리 팀’으로 부른다. “FA 신청할 때 다른 팀에 간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어요. 처음부터 NC를 보고 신청했고, 계속 NC 유니폼을 입고 싶은 마음입니다.” 조영훈의 말이다. “이제 야구에 조금은 눈을 떴고, 타격도 계속 좋아지고 있어요. 타격만큼은 다른 국내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은 더욱 멀고 험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특히 그 길이 어둠 속에 가려있다면 더 그렇다. 불확실한 상황과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도, 조영훈은 지난 9월 얻은 첫 딸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아이에게 야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 하는 모습, 코치를 하는 모습으로 기억에 남고 싶지 않아요.” 조영훈이 힘을 주어 말했다. “야구선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야구를 좀 더 오래 하고 싶은 이유에요. 가능하면 한번쯤은 만년 후보 선수가 아닌, 주전 선수로서 자랑스런 아빠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요.” 조영훈의 진심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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