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지법] 3-4-3, 아직 유행은 어려운 포메이션

김정용 기자 입력 2017. 4. 7. 18:20 수정 2017. 4. 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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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축구는 깊다. 격렬함 속에는 치열한 고뇌가 숨어 있다. 보이지 않는 축구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풋볼리스트`가 축구에 지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축구를 둘러싼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한다. <편집자주>

안토니오 콘테 첼시 감독은 세계 축구의 트렌드세터다.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3-5-2 시스템은 콘테의 유벤투스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지금은 첼시에서 3-4-3, 혹은 3-4-2-1 시스템을 시도하며 수많은 감독을 스리백의 세계로 매료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콘테가 첼시에서 승승장구하는 건 어느 정도 전술의 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3-4-3이 가장 진보한 포메이션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건 곤란하다. 첼시 선수단에 가장 잘 맞는 시스템이 마침 존재했고, 콘테가 그걸 찾아냈을 뿐이다. 3-4-3은 3-5-2와 달리 다른 팀들이 따라할 때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도입하기 수월한 3-5-2, `만인의 축구`

콘테가 그리는 이상적인 축구는 강한 전방 압박에 기초한 공격 축구다. 콘테의 행보를 보면 이상한 이야기다. 콘테가 이룬 눈에 띄는 성과 중 공격 축구로 달성한 건 거의 없기 때문이다. 3연속 세리에A 우승을 달성한 유벤투스, 성적은 8강에 그쳤지만 수준급 경기력으로 호평 받은 `유로 2016` 모두 안정지향적이고 수비적인 축구가 중심이었다.

감독 생활 초창기엔 콘테도 누구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감독이었다. 바리(2008/2009)와 시에나(2010/2011)를 세리에A로 승격시킬 때 콘테가 주로 쓴 포메이션은 4-2-4였다. 선수 배치는 4-4-2와 같았지만 운영은 훨씬 공격적이었다. 4-4-2보다 더 공격적인 측면 자원을 투입해 팀 전체를 전진시킨 상태에서 전술을 운영했다는 차이가 있었다.

콘테는 유벤투스에 부임한 직후에도 4-2-4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공수 균형에 문제가 있다는 걸 빠르게 알아채고 중앙을 강화하며 특유의 3-5-2를 완성시켰다. 이후 팀을 옮길 때마다 4-2-4나 3-3-4 등 극단적인 공격 축구를 콘테가 원한다는 소식이 연거푸 들려왔다. 그러나 어느 팀에서도 콘테의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첼시에서도 부임 초기 4-2-4에 가까운 공격 축구와 4-1-4-1 등을 시도하다가 빠르게 현실과 타협하고 3-4-3을 도입했다.

유벤투스 시절 콘테를 스타 감독 반열에 올린 3-5-2는 이미 중하위권의 몇몇 팀이 성공적으로 구사하고 있던 축구다. 특히 우디네세를 이끌던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은 3-5-2, 혹은 3-5-1-1 포메이션으로 우디네세 선수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며 두 시즌 연속 4강(2010/2011, 2011/2012)달성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당시 포메이션이기도 하다.

3-5-2의 특징은 간단한 숫자놀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축구의 중앙 수비수는 두 명 혹은 세 명인 것이 일반적인데, 세 명일 때 중앙 수비가 더 강하다. 수비력을 갖춘 미드필더는 두 명 혹은 세 명인 것이 일반적인데, 세 명일 때 중앙 수비가 더 강하다. 3-5-2에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 있다. 미드필드부터 수비까지 중앙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기 가장 좋은 포메이션이다.

스리백 계열 축구는 4-4-2, 4-2-3-1, 4-3-3과 상대할 때 측면에서 수적 열세에 처하기 쉽다는 약점이 있다. 4-2-3-1의 두 윙어와 두 풀백이 덤벼드는 동안 스리백에서는 한쪽 측면에 윙백 한 명만 배치되기 때문이다. 최근 3-5-2는 전술적 완성도가 많이 높아지며 이 단점을 상당 부분 없앴다. 상대가 측면에서 공격해 오면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스리백이 스토퍼 중 한두 명이 측면으로 지원을 나가 상대하면 된다. 나머지 선수들이 매끄럽게 자리를 메우며 빈 공간을 지우는 전략도 충분히 발달했다.

3-5-2는 물러나 지킬 때와 전방 압박을 감행할 때 모두 효과가 좋은 포메이션이다. 전방 압박을 감행할 때도 효과가 좋다. 중앙 미드필더 세 명을 역삼각형으로 세우기 때문에 가장 뒤에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커버를 믿고 나머지 두 명이 과감하게 전진할 수 있다. 우디네세에서 콰드워 아사모아, 마우리시오 이슬라의 잠재력이 극대화되던 시기가 이때다.

감독의 전술 운영에 따라 양쪽 윙백도 매우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드필더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선수가 윙백의 배후공간을 커버하면 된다. 중앙에 미드필더를 3명 배치하며 발생하는 효과가 공수 양면에서 컸다. 또는 스리백 중 한 명이 유연하게 측면을 커버하는 것도 가능했다. 유벤투스의 경우 센터백과 레프트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조르조 키엘리니가 뒤를 받치면 왼쪽 윙백이 더 과감하게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콘테의 유벤투스는 3-5-2를 처음 도입한 2011/2012시즌, 이후 두 시즌에 비해 가장 떨어지는 선수단으로 가장 과감한 압박 축구를 해 우승을 차지했다. 투톱인 알레산드로 마트리와 미르코 부치니치가 각각 10골, 9골에 그쳤지만 미드필더들이 잔뜩 공격에 가담하는 `집단 공격 체제`가 잘 작동했다. 레프트백 파올로 데첼리에가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인생 시즌`을 보냈다. 미드필더 세 명 중 가장 자주 전진한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상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플레이하곤 했다.

3-5-2 유행은 이탈리아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FC서울 시절 최용수 감독이다. 특히 K리그 클래식 하위권이나 K리그 챌린지에서 부산아이파크, 대구FC, 강원FC 등이 최소한 일시적으로 3-5-2를 도입해 전력 상승 효과를 보곤 했다.

3-4-3엔 루이스, 캉테, 모제스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콘테가 첼시에 도입한 3-4-3은 선수단 구성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특히 천방지축에 가까웠던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를 인생에서 가장 안정적인 시즌으로 이끌었고, 윙어로서 박한 평가를 받아 온 빅터 모제스를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윙백으로 만든 혜안이 높게 평가 받았다.

첼시식 3-4-3의 공격력은 여러 차례 분석됐다. 전방에서 속공 기회를 노리는 스트라이커 디에구 코스타와 왼쪽 윙어 에덴 아자르의 역량을 완전히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두 명으로 시도하는 속공에 이어 오른쪽 윙어 페드로 로드리게스, 오른쪽 윙백 모제스, 왼쪽 윙백 마르코스 알론소,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차례로 공격에 가담한다. 속공 중심이면서도 제 2차, 제 3차 공격기회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절묘한 선수 구성이 이뤄졌다. 알론소의 느린 스피드는 공격진의 빠른 발로 보완하고, 모제스의 불안한 수비는 오른쪽 센터백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라이트백 위치까지 커버하며 보완한다.

문제는 수비다. 첼시는 스리톱에게 수비 부담을 크게 지우지 않는다. 페드로가 열심히 수비에 가담하지만 아예 수비라인에 합류하는 수준은 아니다. 첼시 수비는 세 명으로 이뤄진 수비진, 그 앞에 4명으로 이뤄진 미드필드 저지선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7명이 수비진을 형성하는 시스템이다.

상대 공격을 저지하기에 7명은 너무 적다는 것이 첼시의 구조적 문제다. 수비라인을 뒤로 내리고 상대 공격을 저지한 뒤 빠른 역습을 하는 것이 첼시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이다. 두 윙백이 후퇴해 파이브백 형태를 이룰 경우 수비진을 보호하는 일차 저지선은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만 남게 된다.

첼시가 이렇게 불균형한 전술로도 최소실점 2위(30경기 24실점)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기본적으로 수비진의 탁월한 역량 때문이다. 특히 다비드 루이스를 스리백의 중앙에 배치한 선택이 화제를 모았다. 루이스는 원래 활동 반경이 넓고 공격 전개 능력이 좋기 때문에 스리백 중 왼쪽에 배치되거나, 중앙에 배치될 경우에도 공격에 자주 가담하는 리베로 역할이 기대되는 선수였다. 콘테는 루이스를 수비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후방에서 상대 공격수를 저지하는데 주력하는 루이스는 공격력을 희생하는 대신 수비적으로 한 명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비진 앞에 네마냐 마티치와 은골로 캉테가 배치됐다는 것도 첼시가 3-4-3을 고집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두 선수 모두 안정적인 수비, 직접 전진하며 상대 미드필더에게 공을 빼앗는 능력, 패스 전개, 드리블 전개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마티치와 캉테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낸 첼시는 미드필더 두 명만으로 다른 팀의 세 명에 밀리지 않는 장악력을 유지한다. 결국 뛰어난 선수 없이는 유지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첼시는 물러나 지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돌릴 때 재빨리 빼앗아 속공으로 전환한다. 이때 페드로, 캉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캉테가 자기 자리를 이탈하고 과감하게 전진하는 장면은 첼시 수비에서 꽤 자주 보인다. 캉테 뒤에 미드필더는 마티치 한 명만 남는다. 마티치와 스리백이 불안한 수비를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첼시 시스템이 지금까지 지탱되고 있다.

첼시 시스템의 불안요소는 최근 두 경기에서 모제스가 부상으로 빠지자 수면 위로 드러났다. 첼시는 모제스의 자리를 `돌려막기`해야 했다. 그 결과 1일(한국시간) 크리스털팰리스에 1-2로 패배했다.

6일엔 맨체스터시티에 2-1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더 많은 유효슈팅을 내줬다. 맨시티의 결정력 난조, 아자르의 맹활약이 아니었다면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이날 첼시는 최근 경기력에 기복이 생긴 마티치 대신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캉테의 파트너로 세웠다. 중앙에서 자주 구멍이 보였다. 캉테가 압박하러 전진하면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 공간이 크게 벌어졌고, 이 공간을 세스크가 제대로 메우지 못하기 때문에 루이스가 뛰쳐나갔다. 루이스의 배후 공간이 순간적으로 노출됐다.

3-4-3은 빌드업할 때도 불리한 점이 있다. 3-5-2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가 모두 빌드업의 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콘테 시절 유벤투스는 안드레아 피를로에게 압박이 붙을 경우 공을 후방으로 돌려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롱 패스를 뿌리면 간단하게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반면 3-4-3의 수비수 세 명은 압박에 더 자주 노출된다. 루이스뿐 아니라 아스필리쿠에타, 개리 케이힐까지 모두 공을 잘 다루고 전진 패스를 내줄 수 있어야만 상대 압박에 당황하지 않고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다.

3-4-3 유행하려면 `대중적인 버전`이 필요하다

첼시 이후 3-4-3이나 3-4-2-1을 주력 전술로 채택한 팀이 늘어났다. 보루시아도르트문트는 토마스 투헬 감독의 변화무쌍한 포메이션 가운데서도 요즘엔 3-4-3을 쓰는 경기가 많다. K리그에서는 지난 시즌 재미를 본 전남드래곤즈, 수원삼성이 이번 시즌에도 같은 포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과 전남의 3-4-3은 기대만큼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3-5-2를 채택했던 K리그 팀들이 즉시 효과를 봤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3-5-2는 일정한 완성도를 달성하기 수월하고, 3-4-3은 더 까다롭다는 걸 암시한다.

특히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기 쉬운 3-4-3의 단점은 후반 막판 체력,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수원과 전남 모두 경기 막판에 실점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첼시 선수들을 위해 고안된 3-4-3은 캉테처럼 90분 내내 강력한 압박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콘테 감독은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닦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동기부여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3-5-2는 비교적 재능이 떨어지더라도 열심히 뛰는 선수 8명, 스피드와 돌파력을 지닌 공격 자원 2명으로 구성했을 때 큰 문제 없이 작동한다. 수비진 한 곳에서 구멍이 발생하더라도 커버할 수 있는 동료가 주위에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3-4-3은 수비진의 대인방어와 지능이 모두 충분해야 제대로 작동하는 고급스런 축구다. 같은 스리백 계열 축구지만 난이도가 다르다.

첼시를 보면 `첼시식 3-4-3`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알 수 있다. 수비수 세 명 모두 대인방어와 공격 전개에 능숙해야 하고, 중앙 미드필더 두 명 모두 넓은 범위를 맡을 수 있는 동시에 90분을 소화할 체력이 있어야 하고, 최소한 한 쪽 윙백은 탁월한 공격력을 지녀야 하고, 공격진 세 명 중 최소한 한 명은 수비와 압박에 성실하게 가담해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3-4-3이 유행하려면 이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단순화시킨 `대중적인 버전`이 나와야 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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