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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원더키드' 최원준이 걸어야 할 꽃길

김근한 기자 입력 2017. 05. 29. 05:50 수정 2017. 05. 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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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최원준의 가슴은 벅차올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3전 4기 끝에 나온 끝내기 만루 홈런. 원더키드 최원준의 상처를 씻어준 한 방이었다. 이제 3루수도 제법 익숙해진 모양새다. 수비까지 갖춰진다면 최원준의 꽃길은 예상보다 더 향기로울 수 있다. 
 
끝내기 만루 홈런. 단어만 들어도 짜릿한 기분이 든다. 역대 KBO리그에서도 단 18차례만 나온 순간이다.
 
올 시즌엔 넥센 히어로즈 베테랑 타자 이택근이 5월 18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서 처음으로 끝내기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프로 2년 차인 KIA 타이거즈 내야수 최원준이 두 번째로 그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 28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에서 최원준은 연장 11회 말 1사 만루에서 단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사실 어린 최원준에겐 가혹한 하루가 될 뻔했다. 이날 최원준은 무려 네 차례의 만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세 차례 만루 상황에서 최원준은 모두 고갤 숙였다. 특히 9회 말 1사 만루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끝내기 기회를 놓친 최원준이었다.
 
당연히 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최원준의 긴장을 풀어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팀 선배인 유격수 김선빈이었다. 최원준은 “만루 기회를 계속 놓치니 부담이 커졌다. 계속 못 친 게 생각이 나더라. 그런데 수비에 나갈 때 (김)선빈이 형이 ‘괜찮다. 다음에 기회가 또 올 거다. 일단 수비에 먼저 집중하자’라고 격려해주셔서 힘이 났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3전 4기’ 최원준의 끝내기 만루 홈런
 
최원준은 홈런 타구를 계속 응시했다(사진=KIA)
 
공교롭게도 최원준의 앞 타순인 김선빈이 11회 말에서 고의사구로 출루했다. 7회 말과 9회 말 만루 기회와 똑같은 진행 상황이었다. 롯데 벤치는 김선빈 대신 만루 기회를 연이어 놓친 최원준과 상대하는 걸 선택했다. 최원준에겐 너무 가혹한 운명이었다. 게다가 앞선 무사 2, 3루에서 KIA 벤치의 수이사이드(suicide) 스퀴즈 작전이 실패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3전 4기였다. 최원준은 이번엔 달랐다. 여기서 큰 힘이 된 건 따뜻한 격려와 정확한 조언이었다. 최원준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김선빈은 “이번엔 끝낼 수 있다. 자신 있게 한번 해봐라”라고 격려했다. KIA 박흥식 타격코치도 노림수를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박 코치는 “슬라이더를 노려보자. 높게 존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쳐라”라고 최원준에게 말했다.
 
“초구에 승부하자고 마음먹고 들어갔다.” 격려와 조언에 자신감을 얻은 최원준은 상대 투수 윤길현의 초구 132km/h 슬라이더를 통타했다. 맞는 순간 홈런이 직감된 타구였지만, 최원준은 방망이를 든 채 한동안 타구를 바라봤다.
 
“타구가 넘어가는 걸 확인한 순간 전 타석에서 못 쳤던 것이 떠올랐다. 또 나 때문에 질 뻔한 경기에서 이기게 됐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최원준의 말이다.
 
어린 타자의 마음에 상처가 날 수 있는 하루가 될 뻔했다. 하지만, 최원준은 끝내기 만루 홈런 한 방으로 이전의 나쁜 기억을 모두 씻었다. 어쩌면 길게 남은 프로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장면이기도 했다.
 
최원준 “3루수 자리가 편안해진 느낌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최원준은 김민호 코치와 함께 펑고 훈련에 매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최원준은 서울고 재학 시절 아마 최고의 타자에게 주어지는 백인천 타격상과 이영민 타격상을 동시에 받으면서 주목받았다. 그 기대대로 최원준은 지난해 간간이 1군에 올라와 신인답지 않은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주로 대타로 출전한 최원준은 2016시즌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458(24타수 11안타) 1홈런 4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문제는 수비였다. 내·외야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본다면 딱히 정착할만한 확실한 수비 포지션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KIA 구단도 ‘원더키드’인 최원준의 진로 설정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최원준은 스프링캠프에서 김민호 수비코치에게 꾸준히 수비 펑고 훈련을 받았다. 펑고를 받는 자리는 3루수였다. 당시 최원준은 “3루수 연습을 시키셔서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어렵지만, 코치님과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최원준은 3루수뿐만 아니라 1루수·유격수·외야수 등 다양한 포지션도 소화 가능하다. 다만, 구단 내부적으로 고려하는 최원준의 주 포지션은 3루수다. 만약 3루수로 최원준이 안착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상무 야구단에서 복무 중인 황대인과 더불어 이범호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구도다. 
 
최원준이 내야 수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송구다. 최근 경기에서 최원준의 3루수 수비를 살펴보면 송구 정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최원준은 “김민호 코치님께서 자신감을 많이 불어 넣어주셔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 송구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 이젠 3루수 자리가 어느 정도 편안해진 느낌이다”라며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최원준이 걸을 꽃길은 더 향기로울까
 
최원준을 안아주는 박흥식 타격코치(사진=KIA)
 
1997년생인 최원준은 여전히 어린 선수다. 김기태 감독은 최대한 최원준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고자 한다. 김 감독은 앞선 세 차례 만루 기회 무산에도 최원준을 끝까지 믿고 타석으로 내보냈다. 김 감독은 “최원준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잘 극복했다. 자신감을 되찾아서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경기 종료 뒤 최원준을 끌어안고 격려했다.
 
김민호 코치도 마찬가지다. 김 코치는 평소 최원준에게 “실수하면 코치 탓이고 패하면 감독 탓이라고 생각해라”라고 말한다. 그만큼 마음은 편안하게 먹고 수비에 나서라는 뜻이다. 최원준이 수비에서 겪는 어려움은 당연히 거쳐야 할 성장통이라는 게 김 코치의 생각이다.
 
최원준 자신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원준은 27일 경기를 앞두고 3루수 선발 출전 통보를 받자 추가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이를 본 김 감독은 “선수 스스로가 어려움을 극복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수비만 잘 해결된다면 ‘원더키드’ 최원준의 가치는 급등할 수 있다. 3루수로 잘 자리 잡는다면 더워지는 여름에 더욱 많은 기회를 얻을 최원준이다. 어쩌면 최원준이 걸어야 할 가장 이상적인 꽃길일 수도 있다. 타격 능력 하나만큼은 팀 선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최원준은 스프링캠프 당시 지난해(14경기)보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걸 올 시즌 목표로 세웠다. 이젠 너무나도 소박한 목표가 됐다. 최원준의 올 시즌 기록은 10경기 출전/ 타율 0.381(21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이다. 그리고 KIA의 올 시즌 남은 경기는 94경기다. 최원준이 걸을 꽃길은 예상보다 더 향기롭지 않을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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