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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人 인터뷰 영상] '빙속 원더우먼' 김보름, '빙판 위의 쌈, 그것이 마이 웨이'

조영준 기자 입력 2017.06.21. 06:00 수정 2017.06.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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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한희재 이강유 기자] "제가 어릴 적부터 유난히 승리욕이 강했어요. 그래서인지 운동을 열심히 했고 달리기에서도 일등을 놓치지 않았죠.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과 비슷한데 제 앞에 어떤 선수가 있으면 따라잡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런 승리욕이 매스스타트라는 종목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에도 휴식은 없다. 다가오는 겨울 시즌과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둔 겨울철 종목 선수들은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 김보름(24, 강원도청)도 마찬가지다. 2016~2017 시즌을 마친 그는 짧은 휴식 뒤 다시 스케이트 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 김보름 ⓒ 한희재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Mass start)는 아직 생소한 종목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는 빙판에서 펼쳐지는 '마라톤'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기준 남녀 모두 16바퀴(6,400m)를 돈다. 20여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출발해서 4, 8, 2바퀴를 돌 때 1∼3위 선수에게 각각 5, 3, 1점을 준다. 마지막 바퀴를 돌 때는 각각 60ㆍ40ㆍ20점이 주어진다. 총점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이가 우승자가 된다.

이 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의 스피드와 지구력은 물론 쇼트트랙의 코너링 기술도 필요하다. 두 종목을 경험한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쇼트트랙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그는 어느새 평창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급부상했다.

▲ 김보름 ⓒ 한희재 기자

유독 승리욕이 강했던 소녀, 스케이트의 길을 걷다

김보름은 대구 문성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지기 싫어했던 김보름은 달리기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처음 빠졌던 운동은 태권도였다. 태권도에 흥미를 느꼈던 그는 선수 생활까지 고민했다. 그러나 스케이트를 만난 뒤 마음을 바꿨다.

중학교 때 잠깐 운동을 떠났지만 1년 만에 빙판에 다시 돌아왔다. 장차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경쟁은 심했고 김보름은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승훈(29, 대한항공)이 남자 10,000m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TV 중계로 지켜봤다. 큰 자극을 받은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다.

"주변의 동료들과 코치 선생님들은 제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다고 말했을 때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어요. 저는 여기에 오기가 생겼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그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상화(27, 스포츠토토)가 단거리 금메달 후보였다면 중거리에는 김보름이 있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그는 13위에 만족해야 했다.

"어느 선수나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삼고 운동을 하죠. 그래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한정적인데 저에게는 출전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금, 은, 동메달을 딴 상위권 선수들과 경쟁한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올림픽 경험을 마친 그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 ISU는 흥미진진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는 매스스타트를 도입했다. 그리고 이 종목은 평창 동계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어린 시절 쇼트트랙 선수로 뛴 김보름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매스스타트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전, 월드컵 대회에서 시범 경기로 열렸어요. 그때 여러 번 출전해 메달도 따고 성적이 좋았는데 이 종목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쇼트트랙 경험도 있다 보니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유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김보름 ⓒ 한희재 기자

올림픽 메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 '부담'보다 '성원'으로 받아들여

18살에 상경한 그는 7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홀로 생활하면서 운동에 전념한 자립심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또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승리욕과 경쟁심, 여기에 쇼트트랙을 하면서 느꼈던 좌절감은 그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려 했을 때도 특별한 결심이 필요했다. 여러모로 김보름은 평탄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자신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하나둘씩 뛰어넘어 온 그는 어느새 강인한 정신력이 생겼다.

김보름은 "쇼트트랙에서 큰 선수가 되지 못했기에 멘탈은 나름대로 강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지기를 싫어하는 승리욕에 대해 그는 "지는 것을 원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세계 랭킹 1위인 그는 많은 선수의 견제를 받고 있다. 기록이 아닌 다른 선수들을 이겨야 살아남는 매스스타트에서 심리전과 집중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팀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지금은 저 혼자 풀어 가야 하는 상황이라서 부담이 되고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제가 이겨 내야 할 것들이죠. 훈련을 열심히 해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 김보름 ⓒ 한희재 기자

평창 동계 올림픽을 8개월 앞둔 김보름은 온통 운동 생각밖에 없다. 가끔 볼링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지만 모든 시간을 올림픽에 맞춘 상태다.

고무적인 것은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김보름은 "그 경기장에서 성적이 괜찮아서 좋은 기억이 많다"고 얘기했다. 그는 지난 2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보름은 이상화와 더불어 빙속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감을 부담이 아닌 성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그의 마음가짐이다.

"저에게 가져 주시는 관심을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잘하라는 응원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어요. 몇 개월 남지 않은 올림픽에서 이런 응원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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