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가 만난 사람] JD 게이밍을 이끄는 '도인비'와 '로컨'

2017. 7. 2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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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비’ 김태상과 ‘로컨’ 이동욱은 JD 게이밍 소속으로 중국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리그인 LPL에서 활동 중이다. 징동 게이밍(JD 게이밍, 구 QG 리퍼스)은 지난 시즌 LSPL서 우승을 차지하며 LPL에 승격됐다.
 
부진에 빠져 있던 JD 게이밍은 최근 LPL 5주차 경기에서 IMay를 꺾고 가까스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IMay에게 2 대 3으로 패하며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했던 것을 조금은 갚아준 셈이다.
 
27일부터 시작되는 7주차에서 JD 게이밍은 경기가 없는 휴식 주를 보낸다. 포모스에서는 상하이 외곽에 위치한 JD 게이밍 숙소에서 김태상과 이동욱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 꽃이 끊이지 않던 두 명은 "남은 5경기를 모두 승리한 뒤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 중국에 온 지 오래된 것 같다
▶ '도인비' 김태상(이하 김태상)=2014년 12월에 처음 왔다. 2년 7~8개월쯤 됐다.
 
- 중국 생활하면서 굴곡이 심한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가? 
▶ 김태상=굴곡이 심했던 건 작년 일인 것 같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팀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내가 거기에 적응 못 했다. 뉴비에 있을 때 내 기준에서 정글러가 악하다고 생각에 그에 대해 불만을 팀에 표출했지만, 팀 사정과 여러 이유로 내가 팀을 나오게 됐다. 앞으로 그런 일은 겪고 싶지 않다.
 
- 사실 JD 게이밍과 뉴비의 경기가 예고되면 '인성 매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부담감은 없나?
▶ 김태상=딱히 부담은 없다. 한국에서는 방송할 때 '어그로'를 끄는 사람이 많았다. 되돌아보면 내 멘탈이 안 좋아서 그런 부분을 잘 대처하지 못한 채 싸우려고 한 것 같다. 중국에서 방송을 할 때는 팬과 선수가 함께 방송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중국어를 배우는 나에게 시청자들은 선생님 같았다.
 
- bbq 올리버스와 결별한 뒤 조용히 JD에 합류한 것 같다(참고로 '로컨' 이동욱은 JD 게이밍의 전신인 QG에 입단했다)
▶ '로컨' 이동욱(이하 이동욱)=예전 팀 bbq 올리버스를 나오기 직전에 폼이 안 좋았기에 상위권 팀에서 제의가 올 거라고 생각 안 했다. 또, 팀을 빠르게 나오는 바람에 다른 팀들이 리빌딩을 어떻게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한마디로 팀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었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솔로랭크보다 어렵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한 번은 해외에서 생활해보고 싶어서 중국팀을 알아봤다.
 
당시 JD 게이밍 소속이었던 '칸' 김동하, '클리드' 김태민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팀을 선택했다. 비록 내가 입단하면 한국 선수가 4명이나 돼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돈이나 명예를 위해서라기 보다 프로게이머 생활이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다. 친한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즐겁다.
 
- 그래도 한국 선수가 많아서 출전을 못하는 동안 마음고생이 있었을 텐데
▶ 이동욱= 스크림을 할 때도 재미있고 같이 있을 때도 즐거워서 마음고생은 심하지 않았다.
 
- 같은 팀에 있던 '칸' 김동하가 한국에서 정상급 탑 라이너로 성장했다
▶ 이동욱=같은 팀에 있을 때, 동하가 대회에서 팀원인 'Kabe' 칸 호만 때문에 패한 뒤 돌아오면 했던 말이 있다. “내가 세계에서 잘하는 탑 라이너 중 한 명이다. 그런 나 대신 주전으로 나가면서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동하 본인의 실력에도 자신 있었고 솔로 랭크에서도 전 포지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좋은 활약을 예상했다.
 
▶ 김태상= 동하가 한국 팀과 중국에서는 WE 아카데미, 뉴비 영 시절까지 후보가 아니었다. 그러다 내가 합류한 뒤 대회에 한 번도 못 나갔다. 주전에서 후보가 되면 대부분의 선수는 자괴감을 느끼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동하는 어떻게든지 대회에 출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스크림은 참가하지 못했지만, 솔로랭크로 실력을 높였다. 메타가 바뀔 때마다 바뀐 챔피언을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후보로 밀리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다.
 
- 현재 롱주 게이밍이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런 모습을 보니 어떤가?
▶ 이동욱=롱주 게이밍과 bbq 올리버스 경기는 꼭 챙겨본다. 동하가 잘하는 것을 보면 기쁘고, 1위를 할만한 실력이다. 롤드컵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다.
 
▶ 김태상=지금은 한국에 간 '클리드'가 '동하빠'다. 어느 정도냐 하면 옆자리였던 나에게 항상 “동하가 나왔어. 무슨 챔피언을 했어. 솔로 킬을 기록했어. 역시 동하야"라는 등 웹사이트를 안 보더라도 동하가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정보를 알려줬다.
 
사실 다른 한국 선수보다 한국 경기는 잘 안 보고 대회 결과도 중국만 보는데 '클리드'가 있을 때는 동하의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 수 있었다. 한국 팀에 가서도 코칭스태프가 잘 잡아주는 것 같다.
- 시즌 초반에는 생각하지 못한 연패에 빠졌다
▶ 이동욱= 연패하던 경기를 보면 초반에 유리하다가 역전 당한 경우가 많았다. 세트 스코어 1:2로 패한 경기가 특히 많았다. 1~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가 바뀌다 보니 무대에서 긴장해 스크림 때만큼 실력이 안 나왔다. 실수가 더해지면서 이겨야 할 경기는 놓치고 말았다.
 
▶ 김태상=변명이라면 변명일 수 있지만, 팀의 오너가 바뀐 것도 컸다. 중국은 '이적 시즌'이라고 해서 정해진 기간에 선수를 트레이드하거나 팀을 사고 팔 수 있다. 우리는 팀이 매각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가, '이적 시즌' 마지막 날에야 팀이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해서 이번 시즌에 잘해야 롤드컵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잘하자며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있었는데, 오너가 바뀌면서 모든 부분에 변화가 생겨 선수들의 머리가 멍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당시 데미시아컵 대회에서 LGD 게이밍에게는 0:2로 패하면서 불안해졌다.
 
진짜 강한 팀은 초반에 실수를 하더라도 후반에 역전한다. 꾸준한 페이스로 상대를 말려들게 해야 강팀인데, 우리는 계속 상대 팀에게 말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의 멘탈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나 역시 혼란스러웠다. 작년에 안 좋은 일도 있었고 팀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런 일들이 또 발생할 것 같았다. 선수가 경기 내에서 전사하더라도 '괜찮아, 잘할 수 있어'라고 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하다 보니 선수들이 실수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 일부에서는 '도인비'에 대해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연패를 끊은 뒤 방송 인터뷰에서는 혼자서 중국어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던데
▶ 김태상=팀에서도 통역사 데리고 가지 말고 혼자서 인터뷰를 하라고 한다. 방송 인터뷰는 승리한 뒤 인터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흥분되고 못할 말을 할 수 있다. 나의 그런 부분을 잡아주는 것이 통역사다. 사실 중국어는 잘하지만, 100%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한국어로는 돌려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중국어를 할 때는 그런 것을 잘 못한다. 그렇게 되면 패한 팀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다. 당시에는 연패 뒤 거둔 승리다 보니 너무 흥분해서 '내가 할 말할 거야'라고 했다. (웃음)
 
- 중국에 온 선수들 보면 언어, 음식 때문에 적응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괜찮은가
▶ 이동욱=옆에 있는 분 덕분에 문제없다. 통역, 오더를 다 해준다. 태상이 형 덕분에 정말 편하다.
 
- 경기를 보면 챔피언 폭이 한정적인 것 같다. 본인 생각은 어떤지
▶ 김태상=준비한 챔피언이 계속 밴을 당한다. 대회가 5밴 시스템인데 상대 팀은 항상 3~4개는 밴 카드를 미드에 사용한다. 지난주에는 연습했던 챔피언까지 밴을 당해서 그런지 대회에서 볼 수 없는 마오카이, 노틸러스, 클레드 등의 챔피언을 자주 사용했다.
 
- 이번에 열린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LPL이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상황을 잘 아는 두 선수가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 이동욱=리프트 라이벌즈 때 LPL 팀이 각성했다. LPL에서는 실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대회서는 정말 잘했다. LPL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와 함께 실수가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회 이후 LPL 경기를 보더라도 EDG, WE 등은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는 중이다. 리프트 라이벌즈를 통해 LPL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 김태상= LPL이 준비를 잘했다. 대회가 끝나고 중국 커뮤니티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압도적으로 승리해서 그랬을 것이다.
 
- LPL에서 무대에서 뛰고 있지만, 현재 LCK 상황은 어떻다고 보는가?
▶ 김태상=하위 팀이 상위 팀을 잡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데, 그게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절대적인 강자는 없는 것 같다. 나는 팀 간 상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사람들은 '꼬리 잡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던데 최근 LCK를 보면 팀 간의 상성이 생기는 것 같다. 이번 플레이오프가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 이동욱=선수하면서 플레이오프에 간 적이 없다. 이번에는 꼭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남은 경기 다 이기고 플레이오프 가서 결승까지 노리겠다.
▶ 김태상=나 역시 남은 경기를 다 이기고 플레이오프에 가고 싶다. JD 게이밍으로서는 첫 출발인데 플레이오프에 못 간다면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한국인 선수가 되고 싶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 스타일이 서포터나 정글러에 더 어울린다고 하더라. 말도 많이 하고 행동도 크다 보니 경기 내 데스가 많다. 언젠가 기량이 하락한다 싶으면 서포터나 정글러 등 다른 라이너로 전향하더라도 중국 내에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 Photo=LPL, 一村
 
상하이(중국) |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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