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의료 사회주의 캐나다에서 교통사고 당하면?
교통사고난 캐나다 유학생 3주후에야 응급수술
한국의 의료서비스 선진국보다 수준 높고 저렴
그 후 바렌보임을 만나 사랑을 나누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음악 역사상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러브스토리다. 하지만 뒤프레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다발성경화증’이라는 불치병으로 투병하면서 첼로도 못하고 남편에게도 버림받은 채 사망한 비운의 첼리스트다. 이곡은 역시 베르너 토마스의 연주가 제격이다. 너무나도 슬픈 멜로디는 슬픈 제목, 슬픈 스토리와 함께 어우러진다.
이곡은 한국적인 정서와도 잘 맞아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첼로 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1997년 베르너 토마스는 자신의 앨범에 패티킴이 부른 한국노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연주해 올리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긴 머리의 앳된 아가씨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굴이 하얗고 이제 갓 스물 남짓으로 보이는 예쁘장한 아가씨인데 밝은 표정과는 달리 걸어오는 모습이 힘겨워 보였다.
“어서 오세요. 연락받았어요.” 며칠 전 캐나다에 있는 후배에게서 환자를 보낸다고 기별을 받아 왜 이 아가씨가 왔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 아가씨는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인데, 한 달쯤 캐나다에서 교통사고가 나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고생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좀 어떤가요?”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는데, 아직도 허리가 아파 제대로 걷기가 힘들어요.” 고생 많이 한 사람치고는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그래서 응급환자는 빨리 찍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당장 나타나는 마비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아니어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렇게 응급실에 누워 1주일을 지냈다고 한다. 응급실에 가본 사람을 알겠지만, 한 두시간만 있어도 끔찍해서 뛰쳐나오고 싶은 곳이다. 그런 데서 1주일 동안 있었다니 정말 힘들었겠다. 한국의 부모가 걱정하고 어떤 상태인지 물어봐도 결국은 MRI를 찍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뿐….
결국 1주일을 기다린 끝에 MRI를 찍을 수 있었고, 그 후로도 2주가 지나서야 척추에 나사를 박는 큰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수술 후에도 재활치료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에 아픈 몸을 끌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후유증이라고 생겼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돋는 일이다.
특히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의료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는 한번 진료를 받으려면 너무 많은 절차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만약 검사가 필요하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수술을 받으려면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오죽하면 ‘진료를 받기를 기다리다가 병이 저절로 낫던지, 아니면 환자가 죽던지’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방학 기간이 되면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유학생, 동포들이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한국을 찾는다. 의료선진국 미국이 낫다면 왜 굳이 한국으로 들어오겠는가? 한국의 의료가 수준이 그만큼 높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그때그때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서 나름대로는 그럴듯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외국에서 볼 때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의료수준이 높고, 수가가 저렴하다. 오바마는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벤치마킹해서 오바마 케어를 기획할 정도로 한국의 의료제도를 높게 평가했었다.
의료제도의 개혁이 목전에 있다. 의료제도를 손볼 때 너무 이상적이고 원론적인 관점에서 개혁을 진행하거나, 또는 너무 현실적으로 나라의 경제적인 면만 고려해선 안 된다. 그나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장점마저 사라지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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