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

조회수 2018. 3. 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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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니퍼트의 인사 #눈물 #기대 #희망

2011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더스틴 니퍼트는 KBO리그가 인정하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지난 7시즌 통산 185경기 출장 두 번의 완봉을 포함한 8번의 완투로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100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순탄하게 성공궤도를 달리며 ‘니느님’, ‘니서방’으로 불렸던 니퍼트에게 한국생활은 더 이상 타향살이가 아니었다. 한국 야구팬들에게 친근한 존재로 외국인인 듯 외국인 아닌 외국인 같은 니퍼트가 새로운 팀에서 펼칠 마법 같은 투구가 기대된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Kwonhyang Pyo Location Kino Sports Complex


#.팬들이 다시 불러준 한국무대

지난 1월 5일 길고 길었던 적막의 시간이 끝났다.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될 뻔했지만 팬들의 바람대로 다시 글러브를 잡았다. 홀가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많은 부분이 낯설었다. 니퍼트가 사인한 계약서에는 두산 베어스가 아닌 kt 위즈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를 받으며 2017년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 몸값을 기록했던 그가 잠실이 아닌 수원으로 향했다는 것이 어색하다. 여러 추측과 소문으로 어수선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선택보다 그를 원하는 구단이 부름에 따라 이동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8번째 시즌이다. 최장수 외국인 선수인 기분이 어떤가.

내가 한국 야구에서 가장 오래 뛴 외국인 선수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복 받았으며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KBO리그 100승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기록 달성할 준비가 되었는가.

아직 6승이나 남아있다.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은 너무 이른 감이 있기에 이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내 역할이다.

사실 올해 한국에서 못 볼 뻔했다.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당시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풀려고 했는가.

그땐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은퇴를 해야 하는지, 다른 팀을 찾아야 하는지 등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두산에서 왜 나와 재계약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서 언론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


힘든 비시즌을 보내고 있을 때 걱정하고 안타까워한 선수가 많았다.

계약 후 두산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축하를 받았다. 두산에서 함께 야구한 선수들은 동료이기보다 가족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매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내가 선발로 나갈 때 좀 더 열심히 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내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고, 감사한 마음이 큰지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7년간 두산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었음에 정말 감사하다.


언론을 통해 팬들의 목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한 일간지 광고란을 통해 두산팬들이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응원해주신 팬들의 인사 덕분에 외롭고 허전했던 기분을 달랠 수 있었다. 한 선수를 위해 팬들이 이렇게까지 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닐 텐데 나를 기억해주고 응원해준 모든 팬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니느님, 니서방 등 여러 별명이 있다. 이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무엇인가.

별명이 생기면서 팬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나쁜 뜻이 아닌 친근함을 표현했기에 뭐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모두 좋은 의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응원해주시는 만큼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다수의 한국팬이 외국인 선수가 아닌 한국 선수로 생각한다. 본인도 느끼는가.

두산 시절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기에 시즌이 끝나도 다음 해에 다시 돌아올 것이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새로운 팀에 오니까 아직 낯설어서 그런지 외국인 선수인 것 같다. 올해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구장에 선다. 서로 알지만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 한 발자국 물러나서 천천히 적응해야 할 것 같다.

#.최고에서 최악까지… 그리고 다시 시작

은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할 때쯤 kt가 니퍼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국에서 처음 경험한 계약한파로 인해 마음이 꽁꽁 언 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애리조나에 먼저 도착한 마법사들이 그를 따뜻하게 맞아줘 가슴에 박힌 얼음이 조금씩 녹았다.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잃어버렸던 미소를 점점 되찾았다. 휴식일에는 삼삼오오 영화관을 찾거나 식사를 즐겼다. 과거는 좋았던 추억으로 묻고 현재 환경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2011년 처음 KBO리그 마운드에 올랐던 날을 기억하는가.

4월 2일 LG 트윈스전이었다. 이날 80개 정도를 투구했다. 첫 경기였고 라이벌전이라고 들었기에 더 던지겠다 말했지만 감독님이 괜찮다고 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날 선수들이 끝까지 잘 싸워줘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3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다. 두산의 1선발이라는 것을 공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울려 퍼졌던 팬들의 함성은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했다.

팬들의 응원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받는다. 열정적인 응원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 특정 구단의 킬러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항상 승리를 위해 공을 던지러 마운드로 향했다.


가장 행복했던 시즌은 언제인가.

한 시즌만 꼽기 힘들지만,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즌이 시작되어 두산 선수들을 야구장에서 만나면 굉장히 반가울 것 같다.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진다. 모두 보고 싶다.


에이스인 선발투수가 팀 상황에 따라 경기 중간에 자진 등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희생정신이 팀을 승리로 이끈 것 같다.

나의 모든 야구를 통틀어 항상 팀이 최우선이다. 팀이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돕고 싶은 마음이다. 야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팀이 있어야 내가 있을 수 있다.

올 시즌에 앞서 어려운 한고비를 넘겼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있을 텐데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분명 이보다 더 많은 고비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웃음) 이를 받아들이고 이겨낼 것인지 아니면 거부해서 실패할 것인지에 따라 두 가지 갈림길이 펼쳐질 것이다. 만약 그 상황이 오면 부딪혀 이겨낼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동료들과 힘을 합쳐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함께 해결함으로써 팀원들과 더 끈끈해져 더 강한 팀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다시 에이스다운 니퍼트의 부활을 기대한다. 이번 캠프에서 어떤 점을 보완했는가.

새로 만난 팀의 트레이너가 나에게 맞는 새로운 운동을 추천해줘서 꾸준히 같이 했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다. 두 가지 훈련을 병행하는 만큼 시즌 끝까지 부상 없이 건강을 유지하며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니퍼트 형이라고 해

애리조나에서 반가운 만남이 이어졌다. 두산에서 3시즌을 함께 보냈던 김진욱 감독이 kt 수장의 자리에서 니퍼트를 맞았다. 니퍼트는 김진욱 감독을 “선수들의 편에 서는 감독”이라고 기억했다. 불펜코치 때부터 함께 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율을 허락하면서 뒤에서 개개인의 컨디션을 꼼꼼하게 체크했기에 더욱 호감을 샀다. 니퍼트는 건강하고 재미있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에 기지개를 활짝 켰다.


kt 선수들을 만나보니 어떤가. 워낙 한국선수들에 대해 잘 알기에 선수단 적응이 빨랐을 것 같다.

새로운 동료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해줬다. 모두 편하게 대해줘서 심적으로 안정적이다. 물론 선수들도 나와 같은 감정이길 바란다. (웃음) 올 시즌 우리의 목표가 같을 것이다. 같이 뜻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평소 친분이 있거나 친해지고 싶었던 선수가 있는가.

8번째 시즌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친한 것보다 두루두루 알고 지내는 정도인 것 같다. 농담을 주고받았던 선수들은 있지만 아직 kt 내에서 특별히 한 선수를 꼽을 수 없다. kt와 계약했다고 발표됐을 때 피어밴드에게 환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앞으로 모든 선수와 형제처럼 지내고 싶다. 어린 선수들도 언제든 환영한다.

미국에서 설날을 보냈다. 예전 스프링캠프에서 윷놀이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당시 “팀원들이 더 이상 나를 외국인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는가.

두산 선수들은 나를 외국인 선수가 아닌 그들 중 하나로 생각했다. 그들의 배려 덕분에 나도 내가 외국인 선수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지금은 kt라는 새로운 팀에 와서 모든 것들이 낯설고 새롭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생각이 잊히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이젠 kt의 일원으로 ‘우리’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니퍼트에게 동료란 어떤 의미인가.

팀원들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도움 없이는 내가 목표한 어떤 것도 가질 수 없다. 각각의 포지션을 맡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도 없으면 팀워크는 깨질 것이며 우리의 목표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모두 하나가 되어 경기에 임해야 승리할 수 있다.


동료들을 가족으로 표현했다. 한국말로 ‘형’, ‘동생’이라는 호칭을 kt에서도 쓸 것인가.

당연하다. 난 항상 두산 선수들을 형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kt의 팀원들과도 같은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새로이 한 식구가 된 kt 선수단에게 잘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면?

이제 나의 팀 동료들이기에 모두와 친해지고 싶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많이 친해져서 즐겁게 야구했으면 좋겠다.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뜨리라

2016년 수훈선수 인터뷰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어린 시절 사람들은 주변 환경 때문에 메이저리거의 꿈은 현실불가능 할 것이라며 기를 죽였다. 하지만 이 말이 충고가 아닌 잡음이라는 것을 빠르게 판단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시간이 흘러 시선은 180도 바뀌었다. 응원을 받지 못했던 한 작은 시골 마을의 그 꼬마는 메이저리그를 거쳐 한국 프로야구에서 7년간 위상을 떨쳤다.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이젠 노장선수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김태훈의 양보로 kt에서도 등번호 ‘40번’을 단다. 김태훈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는가.

아직 만나지 못했기에 고맙다고 직접 인사하지 못했다. 만나게 되면 당연히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프런트를 통해 대신 인사를 전하면서 혹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었다. 꼭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글러브를 하나 해달라고 해서 준비하고 있다. 아직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듣는 즉시 선물하도록 하겠다.


올해 한국 나이 38세로 젊은 선수들과 비교될 수 있다. 아직 정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무기가 있는가.

야구장에서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가 시작하면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투수는 상대 타자를 아웃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한 후 이긴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올라갈 것이다.


지금 니퍼트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격려의 한마디 부탁한다.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누구든 꿈을 가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열심히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꿈을 좇다 보면 힘든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다.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전진하라 조언한다.

kt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어린 선수들이 물어볼 것이 있다면 용기를 가지고 다가와 편하게 질문했으면 한다. 코치님들이 원하는 방향에 잘 맞춰 조언해줄 수 있다. 다른 면에서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프로이기 때문에 맡은 바를 잘 해야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게임이기에 재미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꾸준히 지킨다면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으로 받아준 kt에서 맡은 임무가 막중할 것 같다. 니퍼트의 합류로 kt가 올해 드디어 ‘꼴찌탈출’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선수 한 명만으로 큰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며 우리가 팀으로서 어떻게 하느냐가 향방을 가른다. 시즌이 끝났을 때 우리의 순위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우리가 올해 몇 위를 하게 될지에 대해 걱정하거나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루하루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차근차근 해나가면 된다.


낯설고 부담도 있겠지만 설렘도 클 것이다. kt와의 첫 시즌을 어떻게 보는가.

지난 시즌 마지막 순위에 랭크되었다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결과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선수들이 더 열심히 훈련하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 특히 팀에 경쟁력을 갖춘 어린선수가 많다는 점은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 역경을 이겨내면서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배웠을 것이다. 이는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베테랑 선수들이 시즌 동안 젊은 선수들의 가이드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kt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

아프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이 아니다. 섭섭하다고 말해도 들어줄 자 없다.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자 우리가 말하는 정글이다. 그래도 복귀를 위해 응원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자 축복인가. 니퍼트는 기다려준 팬들의 앞에 서기 위해 고비를 넘었다. 앞으로 어떻게 야구 인생을 이어가야 하는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시린 눈물을 흘리며 가장 추운 겨울을 보냈으니 다시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더그아웃 매거진 83호(3월호) 표지

위 기사는 대단한미디어에서 발행하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8년 3월호(83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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