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스타' 여자컬링대표팀, 절에 간 까닭은? "초심으로 돌아가자"

박린 2018. 3. 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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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컬링대표팀이 12일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정 감독 김영미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의성=강정현 기자
12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에 위치한 고운사. 681년 승려 의상이 세운 이 절은 신라 시대 학자 최치원의 호인 ‘고운(孤雲)’을 따서 이름 지었다.
절 이름처럼 고운 선수들이 이곳에서 명상에 잠겼다.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국여자컬링대표팀 김은정(28)·김영미(27)·김선영(26)·김경애(25)·김초희(22)다.
평창올림픽 4강전에서 일본을 꺾은 뒤 기뻐하는 컬링대표팀. [연합뉴스]
여자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1~5위팀을 쓸어버리면서 컬링 신드롬을 몰고왔다. 스킵 김은정이 리드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친 ‘영미~’는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선수들 고향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에 빗대 ‘갈릭 걸스’라 부르며 대서특필했다.
LG전자 무선청소기 모델이 된 여자컬링 국가대표팀. [사진 LG전자]
선수들은 요즘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LG전자 무선청소기와 롯데 의성마늘햄 광고를 찍었다. ‘피겨퀸’ 김연아 소속사, ‘빙속 황제’ 이승훈 소속사 등이 러브콜을 보냈다. 최근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유재석 등과 컬링대결을 펼쳤다. ‘국민영미’ 김영미는 “감기 기운 탓에 마스크를 착용해도 눈썹 모양만 보고도 알아보신다”고 말했다.
컬링 대표팀이 12일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 의성=강정현 기자
‘국민스타’로 떠오른 대표팀이 갑자기 절을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은 “6년 전 그 때를 잊지않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당시 김은정은 컬링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선수들은 대표팀 선발전을 앞두고는 물론 대표 탈락 후에도 고운사를 찾아 명상을 했다. 고운사 주지 호성 스님은 “선수들에게 ‘힘든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말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김은정은 “과거엔 승부에 집착했었다. 명상을 통해 오르락내리락 하는 마음을 잡아 한군데 머물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김민정 감독님과 은정이만 불교신자고 나머지는 다른종교다. 종교를 초월해 명상을 통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컬링 대표팀이 12일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 의성=강정현 기자
대표팀은 17일부터 25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스베이에서 열리는 2018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을 앞두고 있다. 김은정은 지난 9일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공동 성화최종점화자로 나섰던 휠체어컬링대표팀 서순석(47)에게 “만약 세계선수권 성적이 안좋으면 컬링 인기가 반짝하고 없어질까봐 불안해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핸드볼은 국제대회에서 국민들 사랑을 받지만 한때에 그쳐 ‘한데볼’이라 불린다.

호성 스님은 선수들에게 “평창올림픽에서 꽃이 됐지만 아직 정상에 오른건 아니다. 세계선수권에서 부진하면 독화살이 날아올 수 있다.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귀로 듣는 자성을 해야 넘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김은정은 “앞으로 더 노력해 컬링 인기가 높아질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자컬링대표팀은 향후 결혼하고 애를 낳더라도 2022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함께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의성=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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