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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병마 이긴 야구소년, 노시훈을 아시나요?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입력 2018. 04. 11. 14:50 수정 2018. 04. 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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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리포트] 되찾은 꿈을 향해 구슬땀 흘리는 마산용마고 노시훈

유년 시절 부터 쌓아온 노력이 한 순간 물거품이 되는 아픔을 겪은 야구 소년이 있다. 

'KBO 신인지명 드래프트'라는 인생의 관문을  1년 앞둔  2016년 여름. 2학년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와중에 갑작스레 느껴진 증상과 수술, 그리고 기약없는 투병 생활.

야구 선수로서의 미래는 물론 평범한 학생으로의 삶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로 마운드를 향한 소년의 열망은 병마에도 식지 않았다.

칠흑의 터널같던 투병 생활을 견뎌 낸 소년은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고 혹독한 재활을 통해 다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NC와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시구자로 마운드에 선  마산용마고 노시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7 준플레이오프 3차전 시구자로 나선 노시훈(사진: OSEN)


# 야구선수 노시훈은 누구?

'박찬호 꿈나무 장학생'에 선발되기도 했던 노시훈은 유소년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경남중 진학 후 잠깐 야구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마산중으로 전학해  투수, 유격수,  4번타자 등 투타에서 활약했고 마산용마고에 입학했다.

2학년 시절 마운드에 선 노시훈

1학년이던 2015년 최고구속 145km까지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듬해 예기치 못했던 병마에 발목을 잡히며 1년 반 가까운 공백이 발생했다.

공백의 시간을 지우고 프로 마운드를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노시훈을 지난 3월 만났다.  인생의 고비를 넘긴 경험 때문인지 확실히 또래 선수들에 비해 성숙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마산 용마고등학교 3학년 노시훈입니다.  포지션은 투수고 올해 최고구속은 142km까지 던졌습니다.  이렇게 소개하면 되나요? 무지 어색하네요. 하하!”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속구 구속이 이미 140km/h를  넘겼디는 것은 신인 드래프트를 앞둔 시즌임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신호다.  한편 그는 고교 입학 후에도 투타겸업을 하던 선수였다.

“고교 입학 후에도 투타겸업을 했는데, 2학년 이후로는 타격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막 입학 했을 때 키가 작아서 투수 쪽으로 고민이 있었는데 다행히 15cm가 커서 지금은 188cm입니다. 

지금은 투수로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변화구 구사가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커브가 가장 자신 있는 구종입니다. 슬라이더도 던질 수 있고 비밀무기도 준비 중인데 후반기에 보여드릴 테니 기대하세요!”



신장 190cm에 육박하는 건장한 체격을 갖춘 우완 정통파 투수. 140km/h이상의 구속과 변화구 구사에 재능을 가진  노시훈은 프로 구단에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유망주다.  힘든 시기를 거쳤음에도 성격 또한 밝고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유급한 선수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노시훈의 최근 투구 영상


#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 절망의 시간

이승헌(롯데)과(왼쪽) 노시훈(오른쪽), 둘도 없는 단짝친구이다.

2016년 여름,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관문인  [KBO 신인지명 드래프트]를 1년여 남겨둔 시점이었다. 기록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남은 1년 동안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을 자신도 충분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쳤다. 

“처음 느낀 건 경기 중 이었습니다.  좀 어지러웠어요. 처음엔 더위를 먹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혹시 모르니 병원에 꼭 가보라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병원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없으니 정밀검사까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 확실하게  정밀검사를 받자고 하셨어요.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별 일 아닐거라 생각했어요.”



땡볕이 쏟아지는 낮 경기에서 선수들이 더위를 먹고 어지러움을 느끼는 일은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대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경기에 출전하곤 한다.

하지만 용마고 김성훈 감독은 노시훈의 증상을 듣고 바로 병원으로 보냈다. 정밀 검사를 고집한 아버지의 판단 역시 돌이켜 보면 천만다행인 선택이었다. 

“검사결과가 궁금했는데, 아버지께서 아무 말도 안해주시더라구요. 그 다음 날 갑자기 서울로 올라갔어요. 그때까지도 몰랐는데  병원 정문 앞에 도착해서야 ‘아. 뭔가 잘못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검사를 다시 받고 수술 날짜를 잡아야 했는데 생일이 안 지나서 소아과에서 처리를 해야 한다는 거에요. 다행히 1주일 뒤면 생일이 지나서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었어요. 수술을 해주실 의사 선생님도 마침 휴가를 가셨다 1주일 뒤에 오시는데 일정이 딱 맞았죠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하기도 하고 절망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병도 초기에 발견했고 수술까지 과정도 신속하게 진행됐거든요.



병마를 떨쳐 낸  지금에야 담담히 회상하지만 당시만해도 바닥을 모를 절망감을 느꼈던 노시훈이다.

“아버지께서 우시는 걸 난생 처음 봤어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더 강한 척하고 진짜 괜찮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2차수술이 끝나고 병실에 가족들이 다 모여 있는데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엄청 울었어요. 

하필이면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아픈 건지 너무 억울했어요.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고요. 야구를 했기 때문에 내가 아프게 된 거라는 억지 생각까지 들었어요.  운동할 몸 상태도 아니었고, 절대 다시 야구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깊은 절망에 빠진 노시훈은 그렇게 야구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평범한 고등학생의 삶을 살아가려 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자리한 야구에 대한 미련은 사라지지 않았다.

# 포기할 수 없던 야구선수의 길

 혼자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인생의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하는 경우가 많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순간 동앗줄이 되어주고 어떤 어려움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노시훈도 가족들의 헌신으로 자신의 꿈을 되찾을 수 있었다.

2016년 8월 수술 후 약 2개월 가량 병원 신세를 졌다. 소방관인 큰  누나를 따라 작은 누나도 소방관이 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있던 상태였다. 당시 누나는 시험 준비를 중단하고  어머니와 함께 동생의 병간호에 온 힘을 쏟았다.

“부모님도, 큰누나도 너무 고마운데, 특히 작은 누나에겐 정말 고마웠어요.  저 때문에 소방관 시험도 1년 미루고….거의 매일 병간호를 해줬어요.

제가 원래 교회를 다녔는데 아프고 나서는 너무 원망스러워서 교회도 안 나갔거든요.  퇴원하고 나서 부산에 내려가 있을 때, 작은누나가 한 번만 교회를 가자고 하는 거에요.

그 날 교회에서 몇 시간 동안 계속 울다가 기도하다가 하면서 야구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아마도 그 날 교회를 가지 않았으면, 다시는 야구를 안 했을 거에요.  작은누나한테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요.”



그 날 이후 노시훈은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재활에 나섰다.  미래는 불투명했지만 다시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열정이 끓어 올랐다.

재활에 전념하던 노시훈

그리고 2017년 9월 1일, 약 1년 만에 학교에 복학을 하며 야구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부모님께 밝혔다. 자식 걱정에 처음엔 강하게 반대하셨던 부모님도 결국 노시훈의 뜻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가장 큰 산이 남아있었다. 바로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는 일이었다.

 “병원에 진단서를 떼러 갔는데, 너무 긴장됐어요. 

'혹시 다시 아플 수 있는 건 아닐까? 선수로 뛰는 건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근데 완치 판정을 받는 순간 너무 기쁘고 얼떨떨했어요.  아 진짜 내가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구나 했죠.”



1년여 시간 동안 이탈했던 꿈의 궤도에 다시 올라선 순간이었다.


# 병마를 이긴 선수? 야구를 잘하는 선수!

용마고 동료 홍성진(우)과 함께한 노시훈

 완치 판정도 받고 야구부 복귀도 허락을 받았지만 이번엔 유급이 걸림돌이었다. 이미 1학년 때 작은 부상으로 유급을 했던 터라 규정상 다시 유급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 때 학교와 감독이 발벗고 나섰다. 갑작스러운  병마로 인한 불가피한 유급임을 상세히 설명했고, 진단서는 물론 증빙서류까지 모두 제출하여 천신만고 끝에 유급을 인정받았다.

“처음에는 야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부상과 병으로 인하  유급 문제가 있었어요.  학교와 감독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진짜 저만큼 우여곡절 많은 선수가 있을까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다시 시작한 야구인 만큼  더 열심히 잘해서 큰 선수가 되겠다고 항상 다짐합니다.”



야구를 다시 시작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이벤트도 있었다.  바로 연고구단 NC다이노스의 포스트시즌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던 일이다.

“우연히 티켓이 생겨서 야구를 보러 갔는데 예전에 가르쳐주셨던 코치님이 NC 구단에서 전력분석원을 하고 계셔서 인사 드렸어요. 그리고 야구를 보고 있는데, 홍보 팀장님이랑 관계자 분들이 오셔서 시구를 해줄 수 있겠냐고 요청하셨어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웃음) .”

시구 전 노시훈의 모습 (사진: NC 다이노스)

프로의 갈림길에 선 3학년, 특히 최근 KBO리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또래들에 비해 멀리 돌아 온만큼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노시훈이다.

“아픈 시간 동안에 배운 게 많습니다. 진짜 힘들게 다시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만큼 더 잘하고 최선을 다할 거에요. 이미 프로에 간 친구들이랑 프로에서 대결하고 싶어요.

김성훈 감독님, 문남열 코치님, 정호진 코치님께도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아프기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저를 믿고 도와주셨는데, 이제는 제가 야구로 보여드려야죠. 정말 너무 감사한 분들입니다.”



올해 전지훈련은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리고 가슴 벅차 오른 순간을 맞이했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해요. 2월 4일.  드디어 마운드에 다시 섰습니다.   솔직히 유니폼을 다시 입을 때는 내가 다시 야구 선수가 됐구나 라는 걸 실감하지 못했거든요.

근데 마운드에 오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울컥하는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 거에요. 내가 진짜 다시 야구를 하는구나라는 걸 그 때 느꼈어요. 단순히 병마를 이긴 선수가 아니라  꼭 프로에 가서  멋진 선수가 되겠습니다.



불의의 병마로 그라운드를 떠났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씩씩하고 건강해 보였던 노시훈이다.  노시훈은  올해 2경기에 등판해  4.2이닝 무실점으로 2년 공백이 무색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꿈을 놓지 않은 노시훈이 향후 프로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길 기대한다. 

(노시훈 선수 측 요청에 따라 자세한 병명은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독자분들의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 노시훈의 고교 투구 기록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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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및 정리:  신철민/김정학 기자 (kbr@kbreport.com/아마야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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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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