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엠스플뉴스

[엠스플 이슈] LG의 죄? 사인 훔치기의 규칙을 어긴 것

배지헌 기자 입력 2018. 04. 19. 16:00 수정 2018. 04. 19. 18:39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LG가 사인훔치기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 [파이트클럽]에는 ‘파이트클럽의 규칙’이 나온다. 파이트클럽의 첫째 규칙은 파이트 클럽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다. 파이트 클럽의 둘째 규칙도 파이트 클럽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다. 
 
야구에서 사인 훔치기에도 규칙이 있다. 사인 훔치기의 첫째 규칙은 사인 훔치기가 행해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사인 훔치기의 둘째 규칙은 상대에게 절대 들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사인 훔치기의 셋째 규칙은 상대는 물론 야구를 보는 어떤 이에게도 들키지 않는 것이다. 
 
4월 18일 광주 LG-KIA 전에서 LG 트윈스 더그아웃에 붙은 종이 하나가 논란이 됐다. 더그아웃 벽에 KIA의 구종별 사인을 적은 종이가 붙은 장면이 사진기자들에 포착되면서 야구팬 사이에 ‘사인 훔치기’ 논란을 빚었고,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 사건은 KBO 상벌위까지 넘어가게 됐다.
 
엄밀히 따지자면 LG의 잘못은 사인을 훔쳤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사인 훔치기의 첫째, 둘째, 셋째 규칙을 어긴 데 LG의 죄가 있다. 
 
사인 훔치기는 야구의 일부다. 여기서 야구의 일부라는 말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기 바란다. 도둑질, 강도, 사기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엄연히 벌어지는 일인 것처럼 사인 훔치기도 야구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해 왔다. 
 
사인 훔치기의 옳고 그름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비신사적인 행위라는 의견부터 뺏기는 쪽이 바보라는 의견까지 온도차가 다양하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견해는, 모두가 알게 모르게 사인을 훔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다면 모든 팀이 시즌 중에 수시로 사인 체계를 바꿀 이유도, 경기 중에도 이닝마다 사인을 바꾸고 가짜 사인을 섞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상대가 언제든 사인을 훔칠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 사인을 뺏기지 않으려는 팀도, 기회만 있으면 어떻게든 상대의 사인을 알아내기 위해 애쓴다. 
 
사인 훔치기는 대개 은밀한 형태로 행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사인 훔치기가 큰 문제로 비화하지 않는다. 사인 훔치기가 문제가 될 때는 사인 훔치기의 규칙을 어겼을 때다. 누가 봐도 티가 날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인을 훔치다 들켰을 때, 사인 훔치기가 도가 지나치게 행해질 때, 일반적 방식에서 벗어난 사인 훔치기를 했을 때. 사인 훔치기는 비로소 비도덕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스캔들로 비화한다.
 
사실 LG 더그아웃 벽에 붙은 종이에 적힌 정보는 어느 구단에서나 전력분석팀이 분석해서 선수단에 전달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LG가 이런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대놓고 부착했다는 것.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정보를 벽에 부착해 놓고 이용하는 사실을 외부에 들킨 데 있다. 허술하고 안이한 행동으로 사인 훔치기의 규칙을 어긴 것, 여기에 LG의 잘못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 사실. 사인 훔치기 논란이 벌어진 18일 LG는 KIA에 1점차로 졌다. 그 전날 경기에서도 LG는 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이 시각 인기영상

    Daum 스포츠 칼럼

    전체 보기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