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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특집] AG 정식종목 주짓수, 한국 대표팀은 없다?

김근한 기자 입력 2018.04.30. 10:02 수정 2018.05.0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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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선발전을 두고 국내 주짓수 단체 간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사진=IBJJF)
 
-주짓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 채택
-국내 주짓수 단체인 대한주짓수회·대한민국주짓수협회의 대표 선발전 협의 필요
-양 단체 간 '이견'과 계속된 '협의 불발'로 대표 선발전 개최 불투명
-중재 나섰던 대한체육회, 5월 주짓수 관련 가맹단체 심사 계획
 
[엠스플뉴스]
 
“주짓수를 수련해 그라운드 기술이 뛰어납니다.”
 
종합격투기(MMA) 방송 때마다 듣는 말이다. 주짓수는 일본 전통 무예인 유술을 기본으로 만든 무술이다. 유도보다 실전 격투 경향이 강한 주짓수는 한국에서도 널리 보급된 생활 체육이다.
 
주짓수의 종류는 크게 보면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유러피언 주짓수'로 나뉜다.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일본인 유술가 마에다 미츠요가 1900년대 초반 브라질 그레이시 가문에 보급해 발전했다. 메치기 혹은 던지기보다 누워서 하는 그래플링 기술인 굳히기와 조르기가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주 기술이다. 국제브라질유술연맹(IBJJF·International Brazilian Jiu-jitsu Federation)이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대표하는 국제단체다.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반대로 일본 메이지유신 시절 유럽으로 건너간 주짓수는 국내에선 '유러피언 주짓수'로 불린다. 1977년 설립된 국제주짓수연맹(JJIF·Ju-Jitsu International Federation)이 유러피언 주짓수를 대표하는 국제단체다.
 
국제주짓수연맹은 국제생활체육연맹(International Sport for All Federation)·아시아올림픽평의회(Olympic Council of Asia)·스포츠의사결정회의(Sports Accord)·국제경기위원회(Internation World Games Association)에 가입돼 있다. 
 
국제주짓수연맹엔 파이팅(타격기와 관절기의 혼용 경기)·듀오(호신술 시범 경기)·네와자(브라질리언 주짓수와 흡사한 그라운드 위주 경기) 등 세 가지 주짓수 종목이 있다.
 
큰 혼란에 휩싸인 아시아경기대회 주짓수 선발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엔 주짓수 네자와 종목이 포함됐다(사진=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2018년 들어 국내 주짓수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의외의 상황이다. '장밋빛 희망'이 넘쳐야 하는 게 주짓수계의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게 주짓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국제주짓수연맹이 가입된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2015년 1월 주짓수의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 포함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선 주짓수 네와자 종목 8개 체급(남·녀 포함)에 메달이 걸려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주짓수 네자와 종목 체급표(사진=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하지만, 아시아경기대회가 불과 4개월여도 안 남은 상황에서 한국 주짓수 대표팀은 구성조차 안 된 상태다. 아니 대표팀 선발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국내에서 주짓수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대표팀 선발전과 관련한 합의에 실패한 까닭이다.
 
대한체육회는 예전부터 주짓수라는 단어를 단체 이름으로 사용하는 양 측의 통합을 요구했다. 하지만, 통합 과정이 여의치 않자 대한체육회가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해 직접 양 단체를 불러 모아 중재에 나섰다. 그래도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대한체육회가 중재에 나선 주짓수 국내 단체 두 군데는 바로 대한주짓수회(회장 대행 채인묵·2015년 설립)와 대한민국주짓수협회(회장 장순호·2008년 설립)다. 두 단체가 서로 간의 이견을 좁히면서 합의에 도달해야 아시아경기대회 주짓수 대표팀 선발전 개최가 가능해진다. 대한체육회는 3월 30일 양 단체 대표 관계자들을 모아 대표팀 선발전을 위한 다음의 합의 내용을 밝혔다.
 
첫째, 양 단체가 협의해 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일정을 조정한 뒤 국제주짓수연맹의 추천 심판을 통해 선발전을 치른다.
 
둘째, 대한체육회는 양 단체의 임시적인 ‘연합회’를 아시아경기대회 출전자격 부여를 위한 대표단체로 인정한다.
 
셋째, 회장 및 집행부에 의한 행정 행위는 추후 다시 협의하고, 선수권익 보호를 위해 선발 계획을 4월 말까지 완료한다.
 
넷째, 국제주짓수연맹·아시아주짓수연맹과 관련한 자격 문제는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는 9월 말까지 논의하지 않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4월 17일까지 대표팀 선발전과 관련한 내용이 합의됐어야 했다. 하지만, 양 단체는 끝내 합의된 대표팀 선발전 로드맵을 제출하지 못했다. 대표팀 선발전 자체가 무산될 위기인 것이다.
 
대한주짓수회·대한민국주짓수협회 대립의 쟁점 세 가지
 
대한민국주짓수협회가 개최한 주짓수 대회(왼쪽)와 대한주짓수회가 개최한 주짓수 대회(오른쪽)(사진=대한민국주짓수협회, 대한주짓수회)
 
아시아경기대회 주짓수 대표팀 선발전 논의와 관련한 양 단체의 대립 쟁점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대한민국주짓수협회는 대한주짓수회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대표팀 로드맵을 대한체육회에 먼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합의된 로드맵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양 단체 간 신뢰가 깨졌단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주짓수회 관계자는 “4월 초에 우리 단체가 먼저 대표팀 선발전 로드맵을 제출한 건 맞다. 다만, 대한체육회 중재 뒤 한동안 대한민국주짓수협회 측과 연락이 제대로 안 됐다. 아시아경기대회 출전을 꿈꾸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먼저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가 연락을 피했다'는 대한주짓수회의 주장에 대한민국주짓수협회 관계자는 반박했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서로 연락을 취했던 통화 기록과 녹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도저히 우리 쪽에선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주짓수회 관계자도 “상대가 계속 만남을 피한다. 말만 내세우고 대표팀 선발전을 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라며 날을 세웠다.
 
두 번째 쟁점은 대표팀 선발전 참가 조건이다.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대한주짓수회의 로드맵에 따르면 대표팀 선발전에 나설 도장은 대한주짓수회에 가입해야 한다. 대한주짓수회는 2016년 4월부터 아시아경기대회 주짓수 종목을 관할하는 국제주짓수연맹과 아시아주짓수연맹의 국제 인증을 받은 단체다. 이에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선발전에 나서는 선수는 대한주짓수회의 소속이 돼야 한단 논리다.
 
대한민국주짓수협회는 대한주짓수회가 로드맵에서 주장한 대표팀 선발전 참가 조건에 반대했다. 대한민국주짓수협회 관계자는 “서로 협의해야 할 대표팀 선발전의 참가 조건이 왜 우리 협회 선수가 상대 연맹에 가입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한 선수 당 연맹 가입비도 150만 원으로 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 협회 소속 선수가 공평하게 대표팀 선발전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주짓회 관계자는 "한 선수 당 가입비가 150만 원이 아니고 해당 선수의 소속 도장이 연회비 30만 원을 내는 게 있다. 그리고 우리는 대표팀 선발전에 나가기 위해선 대주회 소속 선수이어야 한단 거지 무조건 우리 협회 소속 선수가 나가야한단 건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마지막 쟁점은 대표팀 선발전 심판 배정이다. 대한민국주짓수협회는 대표팀 선발전과 관련한 심판진 전원을 국제주짓수연맹 소속 심판으로 배정하길 원한다. 협회 관계자는 “양 단체와 관련된 국내 심판진이 대표팀 선발전에 나서는 건 서로 공정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연맹 심판진이 대표팀 선발전을 모두 관리해야 공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주짓수회는 심판진 배정과 관련한 대한민국주짓수협회의 요구가 현실성이 떨어진단 생각이다. 
 
대한주짓수회 관계자는 “한 나라의 대표팀 선발전에서 심판진을 모두 국제연맹 소속 심판으로 채우는 건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 국제연맹에서 그렇게 많은 심판을 보낼 명분도 없고, 양 단체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도 아니기에 예산 문제도 있다. 양 단체 소속의 국내 심판진과 더불어 일부 국제연맹 심판을 초청하면 된다. 판정에 문제가 제기되면 국제연맹 소속 심판에게 재심을 맡기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난감해진 대한체육회 “5월 주짓수 가맹단체 심사 계획”
 
대한체육회는 아시아경기대회 주짓수 대표팀 구성을 위해 5월 가맹단체 심사에 나설 계획이다(사진=대한체육회)
 
이렇게 양 단체의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면서 중재에 나선 대한체육회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대한체육회는 4월 17일까지 양 단체가 합의된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선발전 관련 로드맵을 받은 뒤 최대한 빨리 선발전을 개최할 계획이었다. 양 단체의 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선 주짓수 대표팀 관련 지원을 해주기로 한 까닭이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주짓수가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기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양 단체가 통합이 안 된다면 이번 대표팀 선발전이라도 협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계속 협의가 안 되는 상황이라 우리도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른 시일 내 양 단체 간의 협의에서 큰 진전이 없으면 대한체육회는 5월에 있을 경기단체 가맹 심의위원회에서 국내 주짓수를 대표할 가맹단체를 정하는 심사에 나설 전망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아시아경기대회까지 시간이 정말 촉박하다.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에 문의는 해야겠지만, 5월 안으론 상황이 정리돼야 할 것 같다. 현재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대한체육회 경기단체 가맹 심사를 5월에 진행해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국내 주짓수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아시아경기대회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이다. 특정 연맹 소속이 아닌 주짓수를 수련하는 모든 국내 선수가 공평하고 공정한 대표팀 선발전을 원하고 있다. 한 주짓수 베테랑 선수는 “20년 가까이 주짓수 하나만 보고 살아왔다. ‘드디어 아시아경기대회 주짓수 국가대표로 나갈 기회를 얻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답답한 심정”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최악의 경우엔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주짓수 국가대표팀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물론 현실에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모든 문제는 매트 위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눈과 마음을 기준으로 풀어야 한다.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갑게 대립 중인 한국 주짓수계가 화해의 계절인 봄을 맞아 극적인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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