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1st] 첫 선발 이승우, 베로나에 없던 '가짜 9번' 플레이 보여줬다

김정용 기자 2018. 5. 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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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이승우가 엘라스베로나 첫 시즌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이승우에게 가장 익숙한 포지션 `가짜 9번`이었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37라운드를 치른 베로나가 우디네세에 0-1로 패배했다. 이미 강등이 결정된 베로나의 시즌 29번째 패배와 76번째 실점이었다.

이승우는 프로 1부 첫 선발 출장을 기록했다. 시즌 내내 경기 막판 교체멤버로 기용돼 온 이승우는 앞선 36라운드 AC밀란전에서 비교적 이른 후반 12분 투입돼 프로 첫 골을 기록한 바 있다.

시즌 내내 이승우의 포지션은 주로 왼쪽 윙어나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반면 선발 출장했을 때 포지션은 최전방이었다. 이승우는 전방에서 골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후방을 자주 오가며 패스 순환에 기여하는 `가짜 9번` 역할을 맡았다.

여전히 팀 공격의 세부 전술이 다 무너져 있는 팀에서 이승우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종종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 전반 9분 알레시오 체르치가 전방압박을 통해 만들어 준 기회를 이승우가 템포 빠른 슛으로 마무리했으나 빗나간 것이 시작이었다.

전반 31분 멋진 장면이 나왔다. 이승우가 크로스를 가슴으로 떨어뜨려 모하메드 파레스에게 건넸고, 파레스가 이승우에게 공을 돌려줬다. 이승우가 슛을 하기 좋게 퍼스트 터치를 한 뒤 바로 오른발 슛을 날렸다. 슛이 약간 중앙으로 쏠리며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좋은 원터치 연계 플레이가 나온 장면이었다. 이번 시즌 베로나가 잘 보여주지 못한 공격 방식이었다.

전반 36분 이승우의 논스톱 슛도 베로나 측에서 가장 아까운 장면 중 하나였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우디네세 문전으로 흘렀다. 땅이 튕겨 살짝 떠오른 공을 이승우가 재빠른 시저스 킥으로 마무리했다. 슛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이번에도 플레이의 빠른 타이밍을 볼 수 있었다.

후반 19분, 이승우가 가짜 9번으로 잘 단련된 선수라는 걸 보여주는 플레이가 나왔다. 이승우는 베로나가 빌드업할 때 후방까지 공을 받으러 내려갔다. 센터백 야고스 부코비치의 패스를 직접 받은 이승우는 퍼스트 터치만으로 발론 베라미를 돌파한 뒤 공을 끌고 전방으로 올라갔다. 중앙으로 이동해 있는 윙어 알레시오 체르치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며 수비 붕괴를 시도했으나 공격 마무리는 막혔다. 마지막은 아쉬웠지만 전형적인 가짜 9번의 공격 전개 주도 상황이었다.

이승우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슈팅 3회를 기록했고, 유일한 유효슈팅도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센터백 부코비치에 이은 팀내 2위 83%였다. 이승우의 포지션이 최전방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드리블 돌파를 가장 많이 한 베로나 선수가 2회인 경기에서 이승우도 1회 돌파 기록을 남겼다.

베로나는 시즌 초 득점력이 검증된 잠파올로 파치니(현 레반테 임대)를 주전 공격수로 썼으나 점차 득점력 대신 몸싸움, 제공권으로 공격에 기여할 수 있는 모이세 켄, 브루노 페트코비치(후반기 임대 영입)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전방으로 공을 배달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시도한 선수 구성이었다. 그 와중에도 이승우의 가짜 9번 배치는 파비오 페키아 감독의 구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막상 실전에서 가동된 이승우의 최전방 배치는 기대보다 나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이미 베로나의 시즌은 사실상 끝나버렸지만 이승우를 더 일찍 큰 비중으로 기용했다면 한결 나은 시즌을 보낼 수도 있었다.

이승우는 36라운드에 첫 골, 37라운드에 첫 선발 출장을 기록하며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 38라운드 상대는 이미 우승이 결정된 유벤투스다. 유벤투스전은 21일 열린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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