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핵심가치 흔든 넥센..최악의 경우 9구단 체제 후퇴할 수도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18. 5. 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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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선수 트레이드 때 ‘뒷돈’을 챙기고, 심지어 이중 일부를 구단 임원이 ‘인센티브’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적법성 여부를 떠나 리그 핵심 가치를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다.

넥센은 지난해 윤석민과 강윤구를 각각 KT, NC에 트레이드 시키는 과정에서 선수 교환 외에 5억원과 1억원의 ‘뒷돈’을 받았다. 트레이드 협상 과정에서 넥센이 먼저 현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스런 ‘뒷돈’ 거래 자체도 리그 질서를 어지럽히지만 이 과정에서 ‘인센티브’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공개된 넥센 히어로즈 2017년 임원 인센티브 지급 내역서에는 트레이드 뒷돈 6억원의 1%에 해당하는 금액 600만원이 이장석 전 대표와 고형욱 단장에게 각각 300만원씩 지급됐다. 고 단장은 리베이트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인센티브의 존재는 ‘뒷돈 트레이드’를 권장하는 요소다. 선수를 많이 팔면 구단 매출 뿐 아니라 임원의 호주머니를 채울 수 있다. KBO리그에서 ‘메리트 금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넥센이 정작 구단 대표는 ‘뒷돈’ 트레이드로 메리트를 받았다. 다른 구단의 단장은 “트레이드 되는 선수도 모르게 ‘뒷돈’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인센티브를 챙겼다는 것은 선수를 자신의 사유물로 여긴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KBO는 사태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히어로즈의 과거 트레이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KBO는 지난 2016년 메리트 금지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규약에 명문화한 바 있다. 조사위는 필요하면 금융거래 명세 등의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KBO는 구단과 선수가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위원회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이를 규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KBO는 특조위를 통해 히어로즈의 과거 트레이드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 히어로즈 뿐만 아니라 상대 구단 관계자들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이 앞서 이장석 전 대표를 조사할 때 과거 현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트레이드 때에도 ‘웃돈’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KBO는 일단 알려진 2건의 트레이드 뒷돈을 전액 환수해 야구발전기금에 보태기로 했다. 이같은 방침을 히어로즈에 전달했고 구단 역시 6억원을 야구발전기금에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히어로즈는 구단주가 횡령·사기 혐의로 구속됐고 주축 선수 2명의 성폭행 혐의, 뒷돈 트레이드 인센티브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구단 이미지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히어로즈 운영의 핵심이었던 ‘네이밍 스폰서’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 뻔한 상황이어서 구단 유지 자체가 문제로 떠올랐다. 리그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9개구단 체제로의 후퇴를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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